재미있는 신문가십처럼 가볍고 즐겁다.
재치가 넘치고, 재기발랄하며, 깜찍한 시이다
어깨의 힘을 빼고 시를 이렇게 쓰면 시가 얼마나 친근감이 드느냐고 말하는 듯하다. 시적 수사도 없고, 흔히 말하는 시적 허용도 보이지 않는다. 마치 스커트 자락이 바람에 가슴 위까지 치솟아 오른 경험을 상쾌한 기분이라고 말했을 뿐이다. 이런 기분 남자들은 모를 거라면서.
그런데 이 시를 읽고 가슴 설레이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 만약 그런 남자가 있다면 그는 감각기관 어느 한 부분이 고장 난 사람이다. 화자는 남자들은 그 상쾌한 기분을 모를 거라 했지만 사실 남자들이 더 상쾌하다는 걸 여자들은 모른다.
시를 써서 독자에게 던져지는 순간 그 시는 독자의 것이 된다. 시에 대한 해석이나 감상이 시적 텍스트 밖으로 뻗어나가면 독자의 상상력이 무한히 확장될 수 있는 시이다. 사실 시공부를 이렇게 해야 시와 가까워지고 시가 재미있어진다. 어떤 독자는 마릴린 먼로의 뇌쇄적인 눈과 백치미 웃음을 연상할 것이다. 또 어떤 독자는 추운 겨울에 알다리를 내놓고 다니는 여성을 떠올리며 은근히 미소지었을 법하다. 또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여자들이 자꾸 몸을 드러내는 것은 남자를 유혹하려는 본능 때문이 아닐까· 이 세상에 남자가 없어도 여자들이 저렇듯 짧은 스커트를 입을까· 똑같은 고등동물인데 왜 개나 소나 닭은 수컷의 유혹본능이 강할까· 또 메뚜기나 방아개비 같은 곤충은 왜 암컷의 유혹본능이 강할까·
스커트가 바람에 치솟을 때의 상쾌함을 표현하였듯 어떤 기분을 몇 줄로 표현하여 시를 써보아도 좋으리. 고담준론을 늘어놓아야, 우주의 비의秘意를 캐어내어야, 근육질의 목소리로 고함쳐야만 그리고 이미지가 충돌하고 점프해야만 시가 된다는 편견을 깨고, 이렇듯 자신의 감정 하나를 포착하여 시 한 편 써 보시는 중에 무더위를 잊어보시길.
/ 권희돈 시인
바람 부는 날이면 / 황인숙(1958 - )

아아 남자들은 모르리
벌판을 뒤흔드는
저 바람 속에 뛰어 들면
가슴 위까지 치솟아 오르네
스커트 자락의 상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