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바람이 불고 선한 햇빛이 비치고 우련 가까운 이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그래서 우리는 5월이 오면 어린이를 기리고 어버이를 기리고 저마다의 스승을 기리고 인류의 스승인 석가모니를 기린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계절은 혼인하기에도 좋은 법, 그래서 5월은 일 년 중 가정을 새로 꾸미는 부부가 가장 많은 달이기도 하다. 나는 가끔 주례사를 열심히 읽고 나서 그 말미에 인디언들의 혼인시를 읽어준다. 나중에 신랑신부를 만나면 주례사는 기억하지 못하고 혼인시가 감동적이었다고 한다. 하여 여기에 소개하여 보는 것이다.
이 혼인시에는 자연을 신성시하는 인디언들의 인생관이나 세계관이 잘 나타나 있다. 서로가 우산이 되어 줌으로 비를 맞지 않는단다. 서로의 체온에 의지하여 동행함으로 춥지 않을 것이며, 두 개의 몸이지만 하나의 인생만 있으리라는 대목에 이르면 까닭도 없이 무언가 속에서 찡하고 뿌듯한 게 차오른다.
가정이 행복해야 나라가 행복하다.
가정은 사회의 마지막 안전판이다.
가정은 사회의 최소단위이고, 가정의 최대공약수는 부부이다. 모든 부부가 각각 대웅전 배흘림기둥처럼 튼튼하게 가정이라는 지붕을 떠받치는 부부로 성장해 갔으면 좋겠다.
인디언의 혼인시처럼 새로 태어나는 모든 부부들이 몸은 둘이지만 하나의 인생으로 그대들의 집속에서 이 대지 위에서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 권희돈 시인
혼인 / 인디언들의 혼인시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
서로가 우산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
서로가 동행이 될 테니까
두 사람은 비록 두 개의 몸이지만
이제 이들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 있으리라
그대들의 집 속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래오래 행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