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언하지 않는 시는 언어가 스스로 울리므로 시는 그 울림의 파장만큼 공란을 만들어 놓는다.
이 공란이 클수록 시어로써의 기능을 충실히 하기 때문에 훌륭한 시가 된다.
이 때의 공란은 독자가 뛰어놀 무대이며, 뛰어난 시인이 커다란 공란을 만들어 내듯이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독자는 자신이 뛰어놀 무대를 크게 발견하고 그 무대를 다채롭게 채운다.
<동백이 활짝,>은 독자가 뛰어놀기에 크고 좋은 무대를 잘 설치해 놓은 절창絶唱의 시이다.
언어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치열한 시 정신을 잘 보여준 창조創造의 시이다. 이렇게 좋은 시를 보면, 詩와 온종일 놀고 싶어진다.
이 시가 동백시편의 눈이라면, 이 시의 눈은 동백꽃을 포효咆哮하는 사자에 비유한 점이다.
가지에 매달린 동백꽃에서 허공에 솟구쳐 포효하는 사자의 붉은 혀를 본 것은 아닐까·
낯익은 것과 낯선 것의 충돌 즉 이화수정異化受精의 놀라운 결합이다.
겨울을 이겨낸 봄의 용맹한 모습이다. 경전經典의 진리보다 더 진리스러운 산경山經이다. 쉼표와도 같이 짧은 순간의 광경이다.
화자는 변화하는 순간의 광경을 시속에 담아내야 한다는 붉은 속내를 드러낸다.
갑자기 동백나무와 동백나무를 바라보는 화자와 화자를 바라보는 독자 모두가 붉은 기운으로 물들어버렸다.
나를 붉게 물들이는 시는 불온하다.
/ 권희돈 시인
동백이 활짝 / 송찬호(1959 - )

마침내 사자가 솟구쳐 올라
꽃을 활짝 피웠다
허공으로의 네 발
허공에서의 붉은 갈기
나는 어서 문장을 완성해야만 한다
바람이 저 동백꽃을 베어물고
땅으로 뛰어내리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