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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5일부터 내린 눈. 정말 폭설. 이런 폭설이 없다. 그날 동료 부친상이 있어 부산에 갔다. 눈이 많이 오기에 대전까지 간 후 KTX를 타고 가기로 했다. 대전까지는 내 차로 이동. 나를 포함해 4명이 출발했다. 대전역으로 갈 때 이미 도로가 미끌미끌. 나의 차는 특히 미끌미끌. 모두를 긴장시켰다. 할 수 없지 뭐. 살살 조심조심. 생각보다 차가 많이 미끄러진다. 차가 아무래도 후륜일거라고 한다. 차를 바꾼 지 6개월 지났다. 부끄러운 일이지만 내 차가 후륜인지, 전륜인지 몰랐다.

문상을 마치고 밤 10시 기차를 타고 다시 대전역에 도착하여 청주로 오는 길이다. 모두들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도 대전역에서 서청주IC까지는 그럭저럭 잘 도착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 서청주IC에서 직지대로를 운행하는데, 미끌거리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와 달리 제설작업이 되지 않는 직지대로는 미끄러웠다. 특히 후륜인(인터넷으로 검색한 결과, 후륜이 맞았다!) 나의 차는 미끌미끌 완전 대박이었다. 봉명사거리에서 신호대기로 멈추었다. 약간 언덕. 초록색 신호가 들어왔다. 어라~. 미끌미끌. 바퀴가 헛돈다. 결국 거기서 두세번의 신호를 받아 겨우겨우 사거리를 통과했다. 사실 이때 그냥 우리집으로 가고 싶었으나 4명 중 2명은 시내까지 가야하는 상황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속으로 많은 원망을 하면서 나는 시내까지 차를 살살 몰았다.

도청 앞에서 2명이 내리고 우리집(산남동) 근처에 사시는 박사님하고 둘이서 다시 집으로 향했다. 분평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약간의 언덕이 있다. 그 언덕 중간쯤에서 산남동으로 좌회전을 해야 한다. 밑에서부터 탄력을 받아 잘 올라오는데 신호가 바뀌려고 한다. 옆의 박사님이 얼른 좌회전하라고 한다. 소심한 나는 그러지 못하고 결국 멈추었다. 다음 좌회전 신호 때 나의 자동차는 뭐가 잘났다고 계속 헛바퀴만 돈다. 나원참. 그렇다면 좀더 뒤로 후진한 뒤 다시 올라오기로. 이러길 3~4번. 아무래도 집에 못가지 싶다. 때는 새벽 1시를 넘기고 있어 다행히 도로에 차는 1~2대 정도였다.

동승하신 박사님이 골판지라도 구해와야겠다고 하신다. 난 일단 해보자고 엑셀을 힘껏 밟는다. 그때 어떤 아저씨가 내 차 바로 앞에 나타난다. 차가 앞으로 전진하면 아저씨는 큰일이다. 허걱! "아저씨 비키세요!" 난 손짓을 한다. 그러나 아저씨는 계속 뭐라고 하신다. 창문을 열었다. "이차는 후륜이라 후진으로 가야해요."라고 하신다.

아저씨의 조언인 즉, 1차선에 있는 나는 후진으로 3차선으로 돌려, 3차선에서 후진으로 쭉 올라가 좌회전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게 가능한가· 암튼, 그분 말씀대로 후진으로 3차선에 차를 거꾸로 세우고 후진으로 올라갔다. 아저씨는 눈 오는 바깥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옆에서 힘차게 밀어주신다. "아이고, 너무 고마워서 이를 어째요." 나는 차안에서 편안히 그저 핸들잡고 엑셀을 밟고만 있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 겨우겨우 언덕 끝까지 올라왔고, 마지막엔 결국 아저씨께서 직접 운전을 해주셔서 교차로를 통과했다.

교차로를 통과한 후 내가 다시 운전석에 앉고서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했다. 그분은 "다 이렇게 돕고 사는 거죠."하시곤 가시던 길을 가셨다. 안전하게 지하주차장에 파킹하고 집에 돌아와 정신을 차리고 보니, 글쎄 연락처도 성함도 모른다. 이럴 수가! 멍청한 내 자신을 또 질책한다.

그분의 마지막 말씀. 다 이렇게 돕고 사는 거죠. 문득, 이렇게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상에 살고 있어 너무 행복하다는 생각에 흐뭇하다. 그렇다. 따뜻한 세상은 정치인이나 종교인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만드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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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임병렬 청주지방법원장

◇청주지방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취임 소감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2019년도에 법원 최초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가 시행돼 올해 전국 법원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청주지방법원에서는 처음으로 법원장 추천제도에 의해 법원장으로 보임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법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 2018년 법관 정기 인사에 의해 청주지방법원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계기로 쾌적한 근무환경과 친절한 법원 분위기, 도민들의 높은 준법정신 등으로 인해 20여 년간의 법관 생활 중 가장 훌륭한 법원이라고 느껴 이곳에서 법관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때마침 대법원에서 시행하는 '장기근무법관 지원제'가 있었고, 청주지방법원 장기근무 법관으로 지원·선정돼 6년째 청주지방법원에 근무하고 있다. 평소 애착을 느꼈던 청주지방법원의 법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 올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은? "첫째로 좋은 재판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좋은 재판은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절차를 거쳐 당사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결과에 승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관 언행 개선과 법원 직원의 의식개선, 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