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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21 16:21:4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얼마 전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신선한 아이디어를 모으기 위해 여러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내 기억으로는 30여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말이다. 별로 의견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한마디라도 말한 사람을 포함하면 총 10명 정도가 말을 꺼냈다.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5명 정도. 나머지 20여명은 들어주는 역할이었다. 열띤 대화로 아이디어 홍수를 예상했던 나는 많이 실망스러웠다.

사실 이런 경험은 흔하다. 예전에 시간강사로 대학에서 강의할 때가 있었다. 학생들에게 의견을 물어보거나 질문을 하면 한두명만 대답한다. 나머지는 그냥 듣고만 있다. 주고받는게 없다. 일방적인 강의가 진행되기만 한다. 물론 내가 그들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기술이 부족한 것이 많다는 것은 물론 인정한다. 작년 이맘때 EBS에서 방영한 하버드 대학 교수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의 하버드 특강 편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면서, 교수의 강의 방식이라든지 학생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상당히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아이디어회의에서도 별로 말 안하고, 대학생들 수업시간에도 별로 말을 안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인데 말 안하는게 미덕이라나. 휴우~~. 김빠진다. 침묵이 미덕이라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건가· 서양의 오래된 속담 중 "침묵은 금이다(Speech is silver, silence is gold.)"라는 말도 있는 것을 보면, 침묵이 좋은 건가 보다. 그런데 정말 침묵이 금일까?

내 생각에 침묵은 절대 금이 아니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표현해야 한다. 내가 말 안하면 어찌 내 마음을 알겠는가. 독심술이 있지 않는 이상, 다른 사람의 생각을 어찌 알겠는가!

우는 아기 떡하나 더 준다고 했다. 아기는 말을 못하니 우는 것이다. 떡을 주면서 달랜다. 자기가 배고프다고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신호도 안보내고, 알아서 주겠지 라고 기다리다가는 굶어죽을지도 모른다.

암튼 궁금해졌다. 우리는 왜 말을 잘 안할까? 그런데 가만보면, 실제로 우리 말 많다. 정말 많다. 이러쿵저러쿵, 속닥속닥, 쑥덕쑥덕, 구시렁구시렁, 수군수군, 투덜투덜, 웅성웅성, 중얼중얼. 문제는 말을 할 때 안하고, 자기들끼리만 하고 그친다는 것이다.

특히 의견수렴 회의할 때는 아무말도 안하던 사람이 며칠 지나 다른 자리에서 만나면 그때 한마디씩 하는 분들. 왜 회의때 안하고· 이야기를 들어본 즉, 이분들 생각은 대충 이렇다. 말해도 소용없다. 어차피 다 정해진거 아니냐, 말해서 뭐하냐. 원래 말 안하는게 도와주는 거다. 즉, 자신의 발언이 별 소용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뭐, 그럴 수도 있다. 솔직히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래도 자신있게 말해야 한다. 내 말이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다. 틀리면 어떤가· 누가 잡아가나?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은 과묵해서 별로 의견을 제시 안하다고 치자. 그러면 다음번에도 의견없겠지 하면서 A를 별로 신경 안쓴다. 그런데 B라는 사람은 말이 많다. 미주알고주알. 그러면 말 많은 B는 신경이 쓰인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주는 격으로 그(또는 그녀)를 배려(?)하게 된다.

우리는 말수가 적은 분들을 표현할 때 "과묵하다", "입이 무겁다", "말이 없다", 또는 "신중하다" 등으로 나름 좋게 말한다. 그런데 이런 분들은 원래 성향이 그런 것이다. 해야 할 자리에서는 안하고, 안해야 할 자리에서는 말을 많이 하는 우리들. 그래서 결국 소문만 무성하고, 뒷담화만 늘어난다.

말 안해야 할 자리에 말하는 분. 바로 극장에서 영화 보면서 소곤소곤하시는 분들.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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