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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올 1월 첫주, 난 병원에서 새해를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썼다. 엄마의 골절수술로 말이다. 그리고 나서 두 달반이 지난 3월 15일. 엄마가 돌아가셨다. 너무 빨랐다. 비록 연세가 많았지만, 대퇴경부 골절로 두 달반만에 돌아가실 줄은 몰랐다. 물론 골절이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폐렴이다. 그런데, 폐렴이 왜 걸리셨나? 골절수술을 보름간격으로 두 번이나 치르시다보니 허약해지신 것이다. 엄마가 입원해 계실 때 주변에서 그랬다. 노인네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각오해라는 둥 준비해라는 둥. 그때는 설마설마 하면서 네~네~. 그냥 대답만 잘했다. 골절이전에는 멀쩡했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말 어느 날 갑자기 폐렴이 오고, 점점 식사를 못하시고, 그래서 콧줄을 끼고 그러더니, 어느 날 중환자실로 옮긴다는 병원의 연락. 그리고는 그 다음날 돌아가셨다.

이래도 되는건가? 너무 허무하다. 남들은 중환자실에서 몇 개월씩 고생하시던데, 왜 엄마는 이리도 화끈하게 바로 가시는 걸까? 평상시, 너 고생 안 시키고, 오래 앓다 죽지 말아야지 라고 종종 말씀하시더니. 그렇게도 내가 고생할까 걱정하신건가? 엄마의 지나친 배려에 나는 더욱 슬프다. 이제 열흘이 지났다. 요즘은 문득문득 엄마 없는 허전함에 난 무엇을 할까 하며 방황을 종종 한다.

그래도, 이번에 너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난 행복했다. 우선 우리 연구원 분들. 삼일내내 장례식장에서 나와 함께 해주신 분들. 청주에 아무런 연고가 없던 나. 우리 연구원 분들이 안계셨다면 너무 쓸쓸했을 것이다. 자기 일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많이 도와주셨다. 감사드린다. 그리고 멀리 대구며, 서울이며, 그리고 일산에서 단숨에 달려온 대학동기들. 남자동기들은 대학졸업 후, 그리고 여자동기들은 각자 결혼을 계기로 차츰 소원해졌는데, 그런 대학 동기들이 달려온 것을 볼 때, 난 너무 뭉클했다. 그리고 바쁜 업무 중에서도 시간을 내서 찾아와주신 많은 분들. 너무 감사하다.

내가 이런 배려를 받을 만한 사람인가? 그동안 난 베풀기보다는 내 것을 챙기기에 바쁜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많이 받아도 되는 것인가? 내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나의 부족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다.

이렇게 주위 분들의 많은 도움으로 장례는 무사히 끝났다. 이제 일상으로 돌아가는 길만 남았다. 너무 쉽게 일상이 가능하다면 그건 좀 몰인정한 사람일 것이다. 나도 사람이기에, 엄마 잃은 슬픔이나 허전함이 그리 쉽지는 않다. 부모를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나만 겪는게 아니라는 사실. 또, 어차피 내가 느끼고, 내가 감당해야 하는 그런 시간이기에 그냥 덤덤히 받아들인다. 피할 수도 없거니와 피하고 싶지도 않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게 잘못된 것도 아닌 것을.

두 번째 수술 후 혼수상태에서 내가 아기라고 생각하셨는지, 나를 안고는 뽀뽀하시던 엄마의 모습은 가슴을 저며온다. 그리고 식사를 못해서 콧줄을 끼웠을 때의 모습이 가장 슬펐다. 맛있는 것도 이젠 못 드시겠구나. 콧줄을 빼면 맛난 거 같이 먹어야지. 그랬었는데. 엄마는 내게 그런 기회를 주지 않았다.

아침부터 다소 우울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다른 이야기도 써볼까 생각했다. 그런데 다른 이야기 무엇을 써야할지 모르겠다. 쓴다해도 건성으로 쓸 듯했다. 그래서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나의 일상을 썼다. 그리고 감사의 말씀을 지면을 통해 전하고 싶다.

일일이 찾아 뵙고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으나 그렇게 하지 못하는 점 죄송합니다. 저를 걱정해주시고, 장례식장에 와주신 모든 분들. 감사, 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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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임병렬 청주지방법원장

◇청주지방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취임 소감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2019년도에 법원 최초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가 시행돼 올해 전국 법원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청주지방법원에서는 처음으로 법원장 추천제도에 의해 법원장으로 보임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법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 2018년 법관 정기 인사에 의해 청주지방법원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계기로 쾌적한 근무환경과 친절한 법원 분위기, 도민들의 높은 준법정신 등으로 인해 20여 년간의 법관 생활 중 가장 훌륭한 법원이라고 느껴 이곳에서 법관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때마침 대법원에서 시행하는 '장기근무법관 지원제'가 있었고, 청주지방법원 장기근무 법관으로 지원·선정돼 6년째 청주지방법원에 근무하고 있다. 평소 애착을 느꼈던 청주지방법원의 법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 올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은? "첫째로 좋은 재판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좋은 재판은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절차를 거쳐 당사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결과에 승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관 언행 개선과 법원 직원의 의식개선, 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