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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8.27 16:09:23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연구실 출입문도, 자동차문도, 특히 건물출입문 중에 무거운 유리문도 모두 자동문이었으면 좋겠다. 요즘 문 열기가 힘들다. 왼쪽어깨뼈가 결국 부러져 왼팔사용금지처분을 당했다. 부러진 뼈가 붙을 때까지 왼팔을 움직이지 못하게 어깨팔걸이 보호대를 하고 다녀야 한단다.

그러다 보니 불편한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옷갈아입기. 어쩔 수 없이 어깨팔걸이보호대를 풀었다가 다시 착용해야하므로 조심, 또 조심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일상적인 불편함인데, 정말 사소한 것도 많다. 시원하게 코풀기도 어렵고, 양말신기, 허리띠조이기 등 불편한 게 의외로 많다.

유리병에 담아있는 음료수 병따기. 다리사이에 병을 고정시키고 딴다. 점점 요령이 생긴다. 그리고 컴퓨터로 글쓰기. 오른 손으로 독수리타자법을 사용하는 수밖에. 좀 꾀를 쓰면 스마트폰으로 작성하는 거다. 나름 괜찮다. 역시 닥치면 대안이 생기기 마련인 모양이다. 지금 이 글도 스마트폰으로 작성 중이다.

이번 나의 부상으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본다. 아니, 실감해본다. 가장 먼저 장애인들이 정말 불편하시겠다는 거다. 병따기 조차 쉽지 않고 문 열기조차 불편하다. 그리고 사람들의 시선. 정말 황당했는데, 한번은 버스를 탔는데 50대후반정도의 아주머니께서 날 너무 쳐다보는 것이었다. 내 얼굴 한번보고 나의 왼팔을 한번보고. 나의 왼팔이 그렇게 신기한가· 아니면 나의 미모에? 암튼 난 그 시선이 좋지만은 않았다. 별꼴이야! 흥! 하면서 그 시선을 무시하면서도, 난 그분이 더 신기했다. 예전에 몸이 불편한 분이 TV에서 했던 말.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싫다고 했던 장면이 떠올랐다. 정말 그러네.

그리고 요즘은 유리문 앞에만 가면 한 템포 쉬었다 문을 연다. 사람들이 문을 안 잡아준다. 내가 너무 기대한 건가· 뒷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그냥 문을 놔버리기 때문에 팔을 보호해야하는 나는 조심해야 한다. 그래서 자동문이 좋은데, 안타깝게도 자동문이 많지 않다.

좋은 점도 있긴 하다. 일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아무래도 자판치기가 힘드니 오른 손으로 글 쓰는 일이 많아졌다. 생각과 동시에 활자화가 될 때는 생각을 정리할 틈도 없이 써내려가기 바쁜데, 요즘은 글을 쓰면서 생각을 좀 정리하게 된다.

또 여유로움이 생긴다. 아무래도 일상생활의 속도가 느려졌다. 신발 신는 것도 천천히, 걷는 것도 천천히, 한쪽 팔을 묶어놓으니 행동이 느려졌는데, 성질 급한 내게, 느려도 괜찮다는 경험을 하게 한다. 한번 가는 김에 모두 들고 다니던 책들을 이젠 두 번, 세 번 나누어서 운반한다. 여러 번 왔다 갔다 해도 세상은 뭐라 하지 않는다.

실은, 행동을 빨리 하지 못한다는 상황을 인정하고 남들보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에 대해 불평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그냥, 이 기회에 쉬자. 이렇게 생각하는 게 내게 이롭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마음에도 여유가 생긴다. 조급해지지 않고 말이다. 그동안 내가 너무 시간의 효율성만 따지면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왼팔을 움직이면 안 되니까 잘 때도 숙면이 잘 안 된다. 누워있는 것이 더 불편하다. 그래서 요즘은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난다. 느리게 생활하면서 손해 보는 시간을 다소 만회할 수 있다. 이렇게 세상의 모든 일은 양면성을 지니고 있나보다. 살면서 정말 많이 배운다.

이번 주 태풍도 온다던데 우산까지 들고 다녀야한다. 자동우산을 사용하면 펼치는 건 문제되지 않지만 접을 때가 어렵다. 현관문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갈 때 힘들겠다. 휴우~. 그나저나, 세상의 모든 문이 모두 자동문으로 바뀌는 게 빠를까, 아니면 팔이 불편한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아주는 그런 날이 오는 게 빠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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