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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18 16:09:31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연구원에는 도정기획과제라고 하는 연구과제가 있다. 이왕이면 정책에 도움이 되는 주제를 발굴해서 연구를 진행한다. 박사 1명당 1개씩 진행한다. 우연히도 우리부서의 각 박사들은 모두 농촌을 대상으로 연구를 하게 되었다. 농촌지역의 에너지, 폐기물, 교통, 쓰레기 처리, 그리고 귀농귀촌까지. 그래서 모두 같이 농촌마을을 찾아 인터뷰 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각자 그동안 궁금했던 사항들을 직접 여쭤보기로 한 것이다.

때는 5월 중순. 방문할 마을 섭외를 시작했는데, 잘 되지 않았다. 알고 보니 모내기철이라는 것이다. 앗. 모내기철이구나. 정말 부끄러운 말이지만 농촌엔 아무 때나 가면 되는 줄 알았다. 아! 정말 부끄럽다. 이렇게 모르는데 농촌지역을 연구한다고 하는 내 자신이 좀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연구는 해야 하므로 겨우겨우 농촌마을 한군데를 섭외했다.

이장님께 부탁을 해서 마을회관에 어르신들이 모셔달라고 부탁을 드렸다. 우리 박사들과 연구진들도 약속시간에 맞추어 마을회관으로 갔다. 약간의 음료수와 과자를 들고서.

약속시간이 되자 한두분씩 마을회관으로 와주셨고, 우리도 가져간 음료수와 과자를 상에 깔고 어르신들과 이야기할 준비를 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음료수 좀 드세요~. 하고 건네 드렸다. 그런데 음료수병의 비닐. 잘 벗겨지지 않는다. 70세 넘으신 어르신들에게 음료수병의 비닐 뜯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그냥 돌려서 따는 걸 가져올걸. 방문시기도 그렇고, 음료수 준비도 그렇고, 눈높이 맞추기 실패.

이런저런 농촌의 상황을 여쭤보다가 교통문제가 나왔다. 버스가 하루에 몇 번 다니나요? 6번 정도 다니지. 불편하지 않으세요? 아니, 안 불편해. 많이 좋아진거야. 예전엔 2, 3번밖에 안다녔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이 하두 민원을 넣어서 6번이나 다녀. 아주 좋아.

버스가 하루에 6번 다니는데 불편하지 않다고 하신다. 아. 정말? 불편하지 않다고? 그럼 연구의 필요성이 없어지는데. 라는 생각을 하니, 허탈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다.

버스타고 어디 가세요? 읍내가지 머. 읍내에는 무슨 목적으로 가시나요? 병원가지. 병원가시는 거 말고 다른 목적으로 읍내가시는 건 또 뭐 있나요? 병원가는거 빼면 없는데. 병원갈때나 읍내가지, 읍내갈일이 뭐 있어?

다음 질문이 막힌다. 쇼핑, 그러니까 장보러는 안가세요? 그거야 병원갔다오는 길에 들르면 되는 거지. 아, 그렇네요(웃음). 살거 뭐 있나? 병원갔다 오는 길에 농약이나 사는 거지.

아. 정말 농촌에 대해 너무 모른다. 이렇게 모르는데 농촌에 대한 연구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나의 무지함에 탄복한다. 농촌생활에 대한 눈높이 맞추기. 이것부터 시작해야 연구가 진행될 듯 싶다.

그런데 계속 생각나는 건 말이다. 6번밖에 안다니는 버스가 아닌, 6번이나 다니는 버스에 만족해하시는 어르신들이다. 도시에 사는 우리. 불평 많다. 버스가 안온다고 불평하고, 버스가 일찍 끊긴다고 불평하고, 버스가 빙빙 돌아다닌다고 불평한다. 6번 보다는 더 올텐데 말이다.

시인 류시화씨의 책 지구별 여행자(류시화 저, 2002, 김영사)를 읽어보면 이런 말이 나온다. 세상에 2가지 부류의 사람이 있다.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그것을 늘 불평하며 투덜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다른 부류는 그것을 감사해 하며 행복해 하는 사람들이다.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

불평불만이 많은 사람이 창의적인 사람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현실에 만족해하고 감사해하는 것 역시,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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