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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차를 처음 사면 한동안 새로운 차에 적응하느라 조심 또 조심 하며 운전을 한다. 그러다 새로운 차에 익숙해지고, 점차 과속도 하고 주차할 때 뒤를 잘 안보고 감으로 하기 시작한다. 그러다 어느 날 꽝~~. 바로 지나친 자만심 때문이다.

수영을 배울 때도 그랬다. 처음엔 조심조심 호흡을 하면서 물에 적응하다가, 점차 호흡법이 몸에 익어 50미터 레인에 도전한다. 그러다 조금 자신감이 붙으면 언젠가 50미터 레인 중간에서 호흡이 엉켜 허둥대기도 한다. 이 역시 지나친 자만심으로 인한 부주의 때문이다.

어제는 말에서 떨어졌다. 승마를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 중간에 슬럼프도 있었지만 이젠 나름 말 타는 것에 익숙해졌다. 주변 사람들에게도 언젠가부터 "요즘은 말 그럭저럭 탄다."며 자랑질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신나게 달리다가 그만 컨트롤이 안 되어 낙마를 한 것이다. 왼쪽 팔이 좀 심하게 부었다. 이번 부상은 좀 오래갈 듯하다. 왼팔을 쓸 수가 없다. 너무 방심했다.

생각해보니, 초보딱지를 막 떼기 시작할 때, 즉 자신감(?)이 붙기 시작할 때, 이때가 제일 위험한 거 같다. 초보일 때는 정말 겸손하게 배운 대로 하는데, 슬슬 초보를 떼기 시작하면 왠지 자신심이 생기는 데, 이것이 실제로는 자만이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기 좋게 당한다. 당하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다시 초심으로 돌아간다.

회사일도 그런 거 같다. 직장을 새로 옮기거나 생소한 일을 시작하면 처음엔 긴장도 하고 잘하겠다는 의욕도 크고 해서 정말 열심히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긴장도 풀어지고, 요령도 피우고, 결과물이 처음보다 못한 경우도 생긴다. 그러다 당한다. 한소리 듣는다. "요즘 왜 그래?"라고.

인간관계 역시 마찬가지. 처음엔 상대방에게 예의를 갖추어 대하다가 좀 친하다고 생각되면 나도 모르게 예의를 잃고 대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다 버릇없다는 말을 한소리 들은 경우도 몇 번 있다. 아. 난 왜 이 모양일까. 라며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다.

어제 말에서 떨어진 것 역시, 아직 자신감이 생기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을 모르고 너무 자만심에 빠져 말에서 떨어진 것이다. 이쯤에서 따끔하게 경고를 받았다. 기꺼이 이 경고를 겸손하게 받기로 했다(안 받겠다고 안 받을 수도 없는 것이지만).

실제로 자신감 넘친 분들은 굳이 본인이 그것을 밝히지 않아도 주변에서 다 안다. 그분들은 오히려 더 겸손하다. 그런데 좀 부족한 상태에서는 과시하고 싶어진다. 나태해지기도 하고 말이다. 인간이니까. 인간적이라고 위안하고 싶다.

암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야 겠다. 이번 교훈을 잘 새겨서 말이다. 말타는 것도 그렇고, 회사일도 그렇고, 인간관계도 그렇고, 자동차 운전도 그렇고, 기타 등등.

더운 여름 동안 사실 다소 나태해진 것이 있을 것이다. 시원한 가을을 맞이하여 그동안 내가 소홀했던 부분, 초심을 잃고 있던 부분, 또 연초 세웠던 계획이나 마음 다짐들이 잘 진행되고 있는지를 한번쯤 점검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런던 올림픽 리듬체조의 요정 손연재 선수는 그런 측면에서 자만이 아닌 자신감을 얻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에서 나도 한수 배운다. 자만심과 자신감의 차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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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방법원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이 지났다. 취임 소감은?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2019년도에 법원 최초로 법원장 후보 추천제도가 시행돼 올해 전국 법원을 대상으로 확대됐다. 청주지방법원에서는 처음으로 법원장 추천제도에 의해 법원장으로 보임됐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법원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또 2018년 법관 정기 인사에 의해 청주지방법원과 첫 인연을 맺게 된 것을 계기로 쾌적한 근무환경과 친절한 법원 분위기, 도민들의 높은 준법정신 등으로 인해 20여 년간의 법관 생활 중 가장 훌륭한 법원이라고 느껴 이곳에서 법관 생활을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때마침 대법원에서 시행하는 '장기근무법관 지원제'가 있었고, 청주지방법원 장기근무 법관으로 지원·선정돼 6년째 청주지방법원에 근무하고 있다. 평소 애착을 느꼈던 청주지방법원의 법원장으로 취임하게 돼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한다." ◇ 올해 중점 추진하는 사업은? "첫째로 좋은 재판을 위한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 좋은 재판은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절차를 거쳐 당사자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결과에 승복하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법관 언행 개선과 법원 직원의 의식개선, 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