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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10.08 14:00:5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누난 요즘 무슨 낙으로 살아요?"

어느 날 메신저로 대화를 하던 중, 후배가 이렇게 묻는다.

"나?" 1초 정도 생각을 하다가 요즘 내가 몰두하고 있는 것들을 나열한다.

"1. 포르투갈 여행계획짜기, 2. 책읽기, 3. 공연보기" 여기까지 써주고, 속으로 요즘 팔만 아프지 않았다면, 4번에 운동이라고 썼을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답글이 올라왔다.

"내가 누나한테 물어본 게 잘못인지."하면서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는 듯한 뉴앙스를 풍겼다. 앗! 순간, 요즘 이 친구가 여러모로 복잡했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살짝 미안하다. 최근 아버님이 뼈암으로 수술도 하고, 와이프랑 어머니 사이, 즉 고부갈등 속에서 중간자 역할로 힘들어 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얼른 쳐진 이 친구의 분위기를 좀 바꿔보고자 계속 써 내려갔다.

"4. 잘난 척하기, 5. 깐죽대기.

나야 뭐 이런 맛으로 살지~~. 넌 와이프랑 딸내미 있자나~" 이렇게 쓰고 나니, 한 1분후 쯤 다음과 같은 답글이 올라온다.

"전 아민이 재롱보기, 아민이랑 놀아주기, 아민이 투정보기"

"역시. 좋겠다.^^"

그러고 나서는 몇 번의 대화를 더 나눈 후, 이날 대화는 마무리했던 기억이다.

대화를 끝내고 나서, 나의 4번째, 5번째 답을 생각해 본다.

'잘난 척하기'와 '깐죽대기' 이건 왕따 당하는 지름길인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세상이 이런 맛이 없으면 정말 무슨 낙으로 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잘난 척 하기. 이건 결국 자신감이다. 이제 겸손을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는데, 아직도 우리 주위에서는 겸손을 숭배하는 경향을 종종 본다. 돈이 많다고, 권력이 있다고, 남들보다 좋은 명품 가방을 갖고 다닌다고 잘난 것은 아니다. 요즘 뜨고 있는 싸이는 스스로 B급 가수임을 당당히 내세운다. 한심한 놈을 자처하는 싸이가 자신있게 춤추고 노래하는 그의 모습에서 잘난 척하는 진수를 볼 수 있다.

그리고 깐죽대기. 달리 표현하면 비판하는 것이다. 사물을 비판적으로 보고 거기에 지적질을 해대는 것이다. 예스맨만 있는 사회, 비판과 지적이 없는 사회는 발전하지 못한다. 좋은 비판과 건전한 지적이 많고, 그 비판과 지적이 수용되어 발전해 가는 사회는 결국 자신있는 사회이다. 자신이 없으면 비판이 무섭지만, 자신이 있다면 비판이 오히려 고맙다. 그래서 잘난척 하는 것과 깐죽대는 것은 서로 떼어질 수 없다.

잘난 척하는 사람과 깐죽대는 사람. 사실 이런 사람은 재수 없다. 그래도 상대방의 잘남도 인정하고, 또 그 비판을 받아들여 내가 바뀔 수도 있는 자세는 필요하다. 좋은 말만 해주는 사람도 좋지만 지적질을 해주는 사람은 상당히 고마운 것이다. 결국 내게 도움이 되니까.

다치바나 다카시의 책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2001, 청어람미디어)'를 읽어보면 일본과 프랑스의 교육이념이 비교된다. 일본은 국가에서 필요한 사람을 키우는 것, 국가의 요구에 부응하는 사람을 양성하기 위해 교육하는 것으로 대학의 기본이념이 정해져있다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는 현제도의 추종자를 만들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제도를 비판하고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교육이라고 주장한다고 한다. 즉, 일본은 예스맨을 양성하고, 프랑스는 깐죽대는 사람을 양성하는 것이다.

과연 우리는? 예스맨은 이미 넘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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