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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2.13 17:40:2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오페라, 왠지 어렵게 느껴진다. 뮤지컬이나 연극과 달리, 접근하기 어렵다. 우선, 오페라는 정통클래식의 성악가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특히 가사가 원어(주로 이태리어)라 매우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몇 년전 오페라 카르멘을 보다가 중간에 나오기도 했다(반면, 뮤지컬은 우리나라 말로 하니 이해도 쉽고, 다양한 음악과 댄스 등이 추가되어 훨씬 대중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접근하기 어렵던 오페라가 최근 친숙하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계기는 바로 책을 통해서이다. 나는 매년 100권정도의 책을 읽는데 그동안은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었다. 올해는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읽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러던 중 몇 년 전부터 관심을 두었지만 친해지지 않던 클래식 음악을 올해의 독서 주제로 선정했다.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을 읽다보니, 작곡가의 삶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이 작곡한 음악도 알게 되는데 그 중에 오페라 음악이 은근히 많았다. 17, 18세기에 오페라작곡료가 가장 비싸, 오페라 작곡가로 유명한 베르디는 상당한 부를 쌓았다고 한다.

오페라 읽어주는 남자(김학민, 2001, 명진출판사)를 읽다보니,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눈에 들어왔다. 저자가 설명한 내용에 따르면,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프랑스 극작가인 보마르셰(1732~1799)가 1775년에 발표된 희극인데, 이외에 잘 알려진 "피가로의 결혼" 역시 이 작가의 작품으로, 세빌리아의 이발사 후편이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스페인 세빌리아에 사는 한 아리따운 여인에게 구애하는 백작의 이야기인데, 이때 꾀많은 이발사인 피가로가 구애작전을 도와 성공한다는 이야기고, "피가로의 결혼"은 백작이 결혼한 후, 피가로의 신부감에게 초야권을 주장하자 이를 저지하는 피가로의 작전을 주제로 한 희극이었다.

세빌리아의 이발사는 여러 작곡가들이 오페라로 만들었는데, 1816년 로시니의 작품이 가장 유명하다. 로시니(1792~1868)는 베토벤(1770~1827)과 동시대 사람인데, 당시에는 베토벤보다 로시니의 인기가 더욱 컸다고 한다. 로시니는 매우 낙천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어두운 베토벤과 달리, 로시니의 음악 역시 매우 즐겁고 익살스럽다고 한다. 도대체 음악이 어떻게 즐겁고 익살스럽지?

이렇게 책으로 접하는 오페라는 실감나지가 않는다. 실제 로시니가 작곡한 세빌리아의 이발사가 실제로 어떤 식으로 공연되는지 궁금해졌다. 정말 즐거울까? 어떻게 익살스러울까? 검색을 하다보니 케이블 방송인 아르떼TV 홈페이지에서 2009년 서울시 오페라단의 공연을 무료VOD서비스를 해주고 있었다(이렇게 고마울 때가!!). 약 2시간 반 정도의 공연인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집중해서 봤다. 정말 재미있었다. 오페라 가수의 연기, 노래 너무 훌륭했다. 절대 어렵지 않았다. 1800년대로 돌아가서 즐겁게 코미디 한편 본 기분이다.

그랬다. 아무 준비없이 덤벼들었던 오페라는 너무 지겨웠다. 그래서 오페라는 멀리하고, 뮤지컬만 가까이 했다. 뮤지컬은 미리 준비하지 않고 봐도 재미있었다. 뮤지컬은 나에게 맞춰주는 편한 친구라면, 오페라는 자기에게 맞추라고 강요하는 당돌한 친구였다. 그 당돌한 친구를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나랑 맞지 않는다고 그동안 벽을 쌓았나보다. 그런데 내가 먼저 그 벽을 조금씩 걷어내니, 그 친구도 어느덧 내 옆에 친숙하게 다가오고 있는 느낌이다.

사람과 사람사이도 마찬가지겠지. 누구와 내가 지금 벽을 쌓고 있다면, 내가 먼저 그 벽을 걷어내려고 노력한 적이 있을까? 순간, 찔리는 구석이 있는지 생각해 본다.

암튼, 기회가 되면 실제 오페라 공연도 봐야겠다. 물론 미리 내용을 숙지하고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긴 하지만, 준비하는 기간만큼 감동도 더하고,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다. 그러면 오페라와의 우정도 오래갈 것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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