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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6.04 15:09:26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우리가 잘 아는 음악천재 모차르트에게 누나가 있다는 사실은 잘 알 것이다. 모차르트의 풀네임은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그럼 누나의 이름은· 아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난넬 모차르트.

영화 한편을 보았다. 프랑스 영화로 제목이 바로 "난넬 모차르트"이다. 열정과 재능이 넘치지만 여자라는 이유 때문에 그 열정과 재능을 잠재우고 살아야 하는 난넬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 그녀의 아버지, 즉 모차르트의 아버지 레오폴드 모차르트는 바이올린을 켜는 그녀에게 바이올린을 빼앗는다. 바이올린과 파이프오르간은 남자의 영역이라면서 말이다. 또 그녀의 부탁, 즉 남동생인 볼프강에게 하는 작곡 수업에 자신도 참여시켜달라고 아버지에게 부탁하지만, 역시 거절당한다. 여자이기 때문에. 아버지가 보기에 그녀의 재능은 천재소년 동생을 빛내기 위한 조연으로서의 역할이면 충분하기 때문이었다. 그녀 나이 32세, 아버지가 정해준 아이 다섯 딸린 50세의 홀아비와 결혼하며 평범하게 살다 죽는 것이 그녀의 인생이었다.

18세기 중반이니 그럴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21세기인 지금도 여자의 사회활동을 막는 보이지 않는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명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최근까지도 여자 단원을 뽑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많은 여성단체들의 비난에 힘입어(?) 여성 하피스트와 여성 바이올리니스트가 입성한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우리 주변은 어떠한가·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면 대부분 보조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는 선입견이 많다. 나를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나와 통화를 할 때 반말을 하는 남성분도 더러 있다. 내가 여자니까 프로젝트 책임자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듯하다. 사실, 한두번 겪는 일이 아니라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다. 그냥 그러려니 한다.

또 재미있는 사례가 있다. 아는 분이 말씀하시길, 여고생에 대한 환상이 자기 딸을 보고 깨졌다고 한다. 고등학생인 그 분의 딸이 얼마나 지저분한지 놀랐다고 하셨다. 웃긴 이야기지만, 이 역시 선입견이다. 왜 여고생은 항상 깨끗하고 청순해야 하나? 남자 역시 마찬가지. 남자는 왜 항상 늘름하고 믿음직스러워야 하나?

그렇다. 양성평등을 위한 법이나 제도가 아무리 운영된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남자가 하는 일과 여자가 하는 일, 남자다움과 여자다움에 대한 선입견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법과 제도는 바뀌지만 선입견은 쉽게 바뀌지 않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바뀔까?

몇 년전 유럽의 어느 나라에서 버스를 탔는데, 노약자 좌석위의 스티커가 재미있었다. 두가지 버전이 있는데, 하나는 「할머니, 목발 짚은 남자, 아이 안고 있는 여자, 그리고 임산부」가 그려져 있었고, 다른 버전은 「할아버지, 목발 짚은 여자, 아이안고 있는 남자, 그리고 임산부」가 그려져 있었다. 맞다. 아이를 항상 여자가 안고 있으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작은 것에서 양성평등에 대한 이미지를 심어주는 좋은 사례다.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수유실이나 기저귀 갈 수 있는 휴게실이 남자화장실에도 마련되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좋은 현상이다. 아이는 항상 엄마가 봐야한다는 선입견을 없애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어릴 때는 살색이라는 말이 있었다. 이제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흑인도 있고, 백인도 있고, 우리처럼 황인족도 있기 때문에 살색이라는 말은 교육상 사용하지 않는다.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사소한 용어 하나가 선입견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한동안 된장녀, 맥주녀, 버스녀가 인터넷 검색어를 섭렵한 적이 있다. 왜 이렇게 이슈되는 주인공이 모두 여자일까· 왜 된장남, 맥주남, 버스남은 없는 것일까. 막돼먹은 행동은 여자만 한다는 것인가· ○○녀같은 용어에는 어떤 선입견이 숨어있는 것일까? 갑자기,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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