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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3.12 16:54:5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직장생활은 1인 기업이 아닌 이상, 다른 사람과 같이 일을 하게 된다. 즉, 동료가 있으면 상사도 있고 부하직원도 있기 마련이다. 상사와의 갈등이 가장 큰 이직의 원인이라는 신문기사를 읽은 기억이 있다. 그럴 만도 하다. 하루 종일 같이 일해야 하는 상사, 그리고 그 상사가 내리는 지시를 따라야만 하는 부하직원의 입장에서는 좋은 상사를 만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바램이다. 그런데 반대로 상사 역시 좋은 부하직원을 만나고 싶어 한다.

예를 들어 말이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같이 해보면, 어떤 친구는 시키는 것 이외에는 하지 않는다. 내가 A를 지시하면 딱 A만 한다. 그런데 A를 지시했을 때, A도 해보고, 자기의 의견을 첨부하여 B도 만들어 오는 친구도 있다. 가장 쉬운 예로, 오타 수정이다. 내가 체크한 부분만 수정해오는 경우와 본인이 더 찾아서 오타를 수정해오는 경우가 있다. 전자는 시키는 것만 기계적으로 한 경우이고, 후자는 본인이 일에 책임감을 갖고, 머리를 써서 일을 한 친구이다. 매우 사소한 사례이지만, 이런 친구들은 다른 업무에서도 차이가 난다.

이런 경우도 있다. 일을 하다가 생소한 내용이 있어, ··에 대해서 좀 알아· 라고 물어볼 때, "모릅니다." 라고 딱 말해버리는 친구가 있고, "저 모르는데요. 한번 알아볼까요·" 라고 대답하는 친구가 있다. 모른다고 말한 친구는 내가 알아보라고 하면 지시를 받아 일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알아볼까요· 라고 말한 친구는 본인 스스로 그 일에 찾아보는 셈이다. 이 경우, 찾아오는 자료의 수준 역시 다르다. 전자는 그냥 인터넷에서 몇 개 검색해서 출력해 가져온다. 상당히 성의 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 출력해서 그걸 읽어보고, 중요한 부분을 형광펜으로 표시까지 해서 갖다 준다. 즉, 본인이 한번 스크린을 해온다. 이때 상사인 나는 매우 뿌듯하다. 나랑 같이 고민을 해줬다는 의미 아닌가· 이런 직원은 더 이상 단순히 지시만 받는 부하직원이 아니라, 같이 일하고 내가 의논하고 의견을 구하는 동료로 발전한다.

사실 직장에서 부하직원과의 업무적인 대화는 주로 지시전달이 많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상사는 거의 지시만 하고, 부하직원은 지시를 받기만 한다. 그런데 지시를 하는 것도 힘들다. 남에게 무엇을 시키고자 하면 내가 먼저 그 일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 어찌 상사라고 모든 것을 다 알 수 있단 말인가. 어떤 일이든 아이디어가 많이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풀어갈까· 어떤 방법으로 조사를 할까· 어떤 자료를 찾아봐야 할까· 등 수시로 의견 교환이 필요하다. 그런데 부하직원은 그저 시키는 일만 한다면, 상사로서 사실 좀 외롭다.

또, 이왕이면 밝은 직원이 좋다. 미소와 상냥함. 이 부분은 사실 나의 개인적 성향과 관련된 것인데, 난 왠지 무뚝뚝한 직원과는 일하기 힘들다. 내가 수다장이 여자라서 그런지, 나의 지시사항에 대해 무표정으로 "예, 알겠습니다."라로 대답해 버리고 나가는 직원. 이런 직원과는 대화 자체가 하나의 스트레스이다. 처음엔 날 싫어하나· 내가 뭐 실수한게 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차츰 서로의 성향이 파악되면 익숙해지기도 하는데, 그래도 이왕이면 미소를 띤 얼굴이 더욱 반갑다.

다소 어려운 일을 시키더라도, "네, 한번 해보죠!", "걱정마세요."라고 적극적으로 그리고 웃으면서 말해주는 직원은 너무 고맙다. 나도 무리한 일을 시킬 때는 무리라는 것을 안다. 그럴 때 얼굴에 하기 싫은 표정을 다 지으면서 일을 하면, 정말 나도 맘이 편치 않다.

암튼, 요즘 난 참 복이 많다는 생각에 혼자 흐뭇할 때가 있다. 나는 시키지도 않은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할뿐더러, 한번 말해놓으면 잊지 않고 챙기는 직원이 곁에 있기 때문이다. 기특하고 흐뭇하다. 내가 같이 의논하고 믿을 수 있고, 또 어떤 일이든 맡겨도 걱정되지 않는 동료이다. 나의 고마움을 지면을 통해 전한다. "고맙다. 진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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