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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화난 얼굴이 예쁜 사람은 한명도 못 봤어."

어느 날 대학교 기숙사 룸메이트가 한 말이다. 마침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던 나는 그 말에 정신이 번득 든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있던 나이. 바로 대학교 1학년 때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맞는 말이네. 그 순간부터 난 화를 내지 않기로 했다. 화를 내더라도 나 혼자 있을 때 화를 내기로 했다. 왜냐면, 예쁘게 보이고 싶으니까.

지나가다가 화내는 사람 얼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말 밉상이다. 못생겼을 뿐만 아니라 매너 없는 수준이하의 사람으로 보인다. 그리고 웃음이 전염되듯이, "나 힘들거든요."라고 광고하는 목소리와 표정 역시 상대방에게 부담을 준다.

한번은 일 때문에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상대방 목소리가 다 죽어간다. 어디 아픈가? 그래도 난 용건을 말해야 하기에, 누구 좀 바꿔달라고 한다.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요." 역시 죽어가는 목소리다. 언제 들어오시냐고 묻는다. "모르는데요." 역시 죽어간다. 더 이상 이 친구랑 통화하기 싫다. 더 물었다간 이 친구가 죽어버릴 거 같다. 알았다고 끊는다. 나중에 전화를 다시 걸었을 때는 이 친구는 여전히 죽어가고 있었다. 일이 힘든지, 인생이 힘든지, 무척 힘들게 사는 친구인 듯 했다.

팔 골절로 인해 정형외과를 다녔다. 내가 다닌 그 병원 간호사 중에 웃는 사람을 한명도 못 봤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모니터를 보면서 접수받고, 대기하고 있는 환자 이름을 부른다. 모두 화난 얼굴이다. 행복해 보이지 않았다. 힘들어 보였다. 그나마 의사선생님은 웃으면서 반겨준다. 이 병원이 내게 특별히 나쁜 짓을 하진 않았지만, 가능하면 좀 친절한 다른 병원 다니고 싶다. 그 병원에서 웃음을 보였다간 정신나간 사람으로 취급될 듯 했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많다. 지난 무더운 여름날, 스마트폰 액정 필름을 사러 상점에 들어갔는데 아저씨께서 이것저것 설명해 주시면서 직접 붙여주신다. 은근 친절하시다. 붙여주시면서 수다도 떠시고. 필름 2장을 샀는데, 1장은 서비스로 주시기까지 한다. 작은 친절로 인해 상당히 기분 좋은 오후를 보냈다.

친구들하고 만나 수다를 떨어도 항상 자기 일이 힘들다고 투정을 부리거나 자기 상사나 동료의 흉만 보는 친구가 있다. 사실 이 친구와의 대화는 지겹다. 만나기 전에, "오늘은 또 누구 흉을 볼까. 내가 어디까지 장단을 맞춰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점점 이 친구와의 만남은 줄어든다. 전화가 와도 반갑지 않다. 전화로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의 흉을 볼 테니까.

반면에 "우리 남편은 말이야~" 하면서 흉이 시작되지만, 결국엔 웃고 떠들면서 모두가 사소하지만 즐겁게 살고 있음을 확인하는 친구들과의 만남. 헤어질 때는 너무 웃어 눈가에 생긴 주름이 걱정되지만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어?"라며 아쉬워한다. 다음 만남이 기다려진다.

이렇게 주변을 보면 같은 일을 해도 항상 투덜거리면서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신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 항상 불만을 털어놓는 분들을 보면, "왜 저러고 살지?"라는 생각이 든다. 하기 싫다고 떠들고 다니면, 결국 "난 남들 하기 싫은 일만 하는 능력없고 불행한 사람입니다." 라고 말하는 것 아닌가?

내가 내 일을 사랑하고 그 일을 즐겁게 하면 그것이 바로 남들이 바라는 꿈의 직업이 되는 것이다. 쉽지 않으니 내가 하는 것이다. 쉬우면 아무나 해도 된다. 어려운 일이니까 내가 하는 것이다. 그러면 난 능력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나를 부러워하게 만드느냐, 내가 부러워하느냐는 바로 나 자신에 달려있다는 것. 우리는 가끔 잊고 사는 듯하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나를 반기느냐, 나를 피하느냐 역시, 나 하기 나름이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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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