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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 10분 후 회의가 시작된다. 회의장까지 자동차로 5분 정도 걸리는 거리니 지금 출발하면 주차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가능하다(사실 이 정도 거리면 그냥 걸어가도 되겠지만, 날씨가 추운 관계로 차를 가지고 가기로 한다). 얼른 자리에 일어나 부리나케 주차장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내 차 앞에 일렬로 평행주차된 차량이 한두 대가 아니다. 그래. 맞다. 우리 연구원 주차장은 워낙 면적이 좁아 이렇게 자동차 앞에 주차브레이크를 풀어놓은 상태로 일렬 평행 주차해 놓은 차량이 당연히 많은 것이다. 그런데 급할 때는 이것을 항상 잊고 산다. 만약 한 대만 밀면 그나마 다행인데, 두서 대를 밀어야 할 때도 있고, 어떨 때는 차주를 불러야 할 때도 있다.

생각보다 우리연구원 직원의 차량보다는 외부차량이 많은 편이다. 이번엔 다행히 1대만 내 차 앞에 있다. 그래서 밀기 시작. 어? 안 밀린다. 이런. 차주가 핸드브레이크를 올리고 이동했다. "아니, 이런 시츄에이션이 있나…" 회의시간 10분전인데, 이럴수가. 차주에게 전화를 건다. 통화중이다. 어휴~. 정말 가지가지다. 다시 통화버튼, 계속 통화중이다. 그러다 결국 통화가 되었다. 우리 건물에서 열심히 뛰어나오시더니 몇 번씩 미안하다고 말씀하시고 얼른 빼주신다. 에구. 그분이 나올 때까지 그분을 원망하고 있던 내가 오히려 미안하다.

<상황 2>

간만에 쉬는 주말이다. 주말이라 해도 매번 무슨 일이 생겨, 밖으로 나가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다 정말 간만에 집에서 쉰다. 밀린 원고 좀 쓰려고 했는데, 피아노 치는 소리가 들린다. 윗집이다. 윗집 아이가 피아노 치는 걸 상당히 좋아한다. 가끔씩 집에서 주말에 일을 할 때 피아노 소리가 거슬려 헤드폰을 끼고 일을 한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아파트라는 구조다보니, 참아야 한다. 그러다 오늘을 어쩌다 옷을 껴입고 올라갔다. 모처럼 쉬는 주말인데 또 헤드폰 끼면서까지 일하고 싶진 않았다. 오늘은 어쨌든 그랬다. 내가 무슨 죄인도 아니고 말이다. '내가 내 집에서 편안히 쉬지 못한다면 도대체 어디서 쉬어야 한다는 말인가!' 라는 불만 가득 안고 계단을 밟았다.

윗집 현관문 앞에서 머뭇거린다. 그냥 내려가자. 다시 내려온다. 그러다 다시 올라간다. '내가 무슨 잘못인가? 피해자는 나인데 말이다. 피해자인 내가 왜 이리 소심한가! 내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 자체라도 알려야 한다.' 라는 생각이 강하게 초인종을 누르게 한다. 안주인이 나왔다. 난 피아노 소음에 대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어머, 죄송해요. 주의를 시키겠습니다. 그동안 힘드셨겠어요." 아. 얼굴이 뜨거워진다. '야. 변혜선. 좀 참지. 이게 무슨 망신이냐.' "아. 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저도 죄송하네요. 일요일 아침부터 언짢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그럼 쉬시고요. 전 내려갈께요."

물론 이런 훈훈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차 빼달라고 전화했는데도 한참 만에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는 아무 말 없이 가버리는 사람도 있고, 오래 전 아파트에서는 밤늦게 너무 쿵쾅대 길래 올라갔더니 오히려 윗집 아저씨한테 된통 혼나고 온 적도 있었다. 그런데 가장 큰 파워는 결국 "미안합니다."라는 한마디인 것 같다. 서슬 퍼런 아저씨들의 욕설보다도 작은 목소리의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에 난 KO패를 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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