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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5.07 15:31:22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이 제목은 아마 「회색쇼크(테드 C. 피시먼 저, 안세민 역, 반비, 2011)」의 어느 구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래 왜 우리는 노인을 싫어할까?

일단 잔소리를 많이 하신다. 이거해라, 저거해라, 그건 하지 마라. 이거 먹어라. 저거 먹어라. 그리고 말이 안 통한다. 그래서 답답하다. 또 행동도 느리다. 나의 엄마도 그랬다. 나하고 판단기준도 다르다. 난 이게 좋은데, 나이든 나의 엄마는 저게 좋다고 하고 말이다. 이모를 봐도 그렇다. 예전보다 수다스러워지셨고, 놀러 가면 이거 가져가라 저거 가져가라. 노인네 기분 맞추어 주느라 할 수 없이 잔뜩 들고 온다. 이렇게 우리는 나를 귀찮게 하고 때때로 간섭하신다는 이유로 어른들을 일단 부담스러워한다.

오늘 영화 한편을 보았다. 박해일 주연의 「은교」이다. 상당히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너희 젊음이 너희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정말 명대사이다.

통계청 보도자료(장래인구추계:2010년~2060년, 2011.12.7.배포자료)에 의하면, 2010년 현재 우리나라 여자 기대수명은 84.1세. 그리고 2060년이 되면 여자 기대수명은 90.3세가 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2010년 현재 10명중 1명인 것이, 2060년이 되면 10명 중 4명이 된다고 한다. 이 통계대로라면 난 아직 인생의 절반도 못 살은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만 이런 것은 아니다. 세계적인 추세이다.

베스트셀러인 김난도 교수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서는 하루 24시간을 80세로 나누어, 40세는 12시인 셈이고, 20세는 고작 오전 6시일뿐이라고 아파하는 청춘들을 위로했다. 김교수는 24시간을 다시 90으로 나누어야 할 듯하다.

암튼 영화 「은교」는 젊음을 잃어버린 나이든 시인이 어느 날 찾아온 17살 은교에게서 잃어버린 젊음을 느낀다는 이야기다. 마지막, 은교를 떠나보내는 늙은 시인의 모습이 너무 쓸쓸해 보였다.

그런데 말이다. 현실적으로 볼 때, 영화 은교의 늙은 시인은 삶을 잘 즐기지 못하는 거 같았다. 물론, 시인으로서 성공은 했는지 모르겠지만 커다란 집에서 혼자 너무 사색만 하고 사는 거 같았다. 차라리 영화 「시」의 주인공처럼 시쓰는 것에 도전하는 할머니,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의 주인공처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이런 분들이 정말 멋있다.

주변에서 보면 요즘 은퇴 후 새로운 삶을 즐기시는 분들 정말 많다. 은퇴 후 처음 시작한 해외 자유여행을 10여년 지속하신 여행 전문 블로거,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바리스타가 되신 삼청동의 커피주인장, 또 한글 맞춤법을 다시 배우는 올해 80세이신 나의 이모도 그 중 한분이다. 인생을 즐기시는 어르신들은 당신 일에 몰두하느라 잔소리하거나 간섭할 시간도 없다.

늙는다는 것이 벌이 될지, 보너스가 될지는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렸다. 어차피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법. 나이 드는 것도 즐겨보는 거다. 어떻게? 그건 각자 알아서. 하지만 분명한건 미리 미리 즐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이젠 어르신을 이해해 보려고 한다. 고백하자면 나도 어르신을 공경하는 타입은 솔직히 아니다. 일단 이야기 들어주기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어르신들은 자기 이야기 들어주면 좋아하시는 거 같다.

그분들도 지금의 내 나이였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 나의 엄마에게도 엄마가 있었다는 사실.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할머니라고 불릴 것이라는 사실. 우리는 이걸 너무 쉽게 잊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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