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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2.27 15:48:18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변혜선

충북발전연구원 연구위원

작년이었지 싶다.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차를 빼다가 옆차의 앞부분을 긁었다. 내가 보기엔 "살짝" 긁었다. 주변엔 아무도 보는 사람은 없었다. 이럴 때 사실 난감하다. 그냥 도망가 버릴까(즉, 뺑소니)? 아니면 차주에게 전화를 해서 자진신고를 할까? 아니면 메모를 남겨둘까· 어느 정도 망설이다가(정말 그 자리에서 심각하게 갈등하고 망설였던 기억이다), 결국 차주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한 이유는 내가 거짓말을 못하는 준법정신이 투철한 선량한 시민이어서가 아니다. CCTV때문이다. 새로 지은 아파트인데, 설마 CCTV는 있을 것이다. 차주가 CCTV를 확인하면 나의 범죄(?)현장이 들통 날 것이고, 난 대망신을 당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차 보험으로 처리했다(그 차는 약간 스크래치 정도인데, 앞 범퍼까지 바꾸었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어 주변 동료들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듣고 있던 한 친구의 사연을 들으니, 나보다 더 크게 당한 경우였다.

그 친구는 길가에 잠시 정차를 했다가 차를 빼면서 앞차를 살짝 긁었는 모양인데, 본인은 그걸 못 느꼈단다. 며칠 후 경찰서에서 전화가 와서 뺑소니 운운하고, 보험회사에서도 전화가 매일 오고, 아무튼 엄청나게 당한 모양이다. 그런데 그걸 경찰이 어떻게 알았을까· 나중에 알고보니, 바로 도로변 CCTV란다. 무서운 세상이다. 그저 폼으로만 걸려있는 줄 알았는데, 도로변 CCTV의 성능이 그렇게 좋다는 것을 새삼 확인했다.

그런데 CCTV만이 문제가 아니다. 요즘은 차량 내에 블랙박스도 장착한다. "거기 꼼짝 마!"이다. 이제 더 이상 도망갈 구멍이 없다. 무조건 자진신고 하는 수밖에.

내가 오늘 이렇게 CCTV나 블랙박스로 시작하는 이유는 이것보다 더 심각한 무기가 생겨났기 때문에, 나처럼 혹시나 하면서 도망치려고 하는 독자들에게 미리 주의를 주려고 하기 위함이다. 그 무기라는 것이 바로 "생활불편신고"라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다. 어느 날 직장동료가 재미있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이 생겼다고 알려준다. 어떤 어플리케이션인가 했더니 "생활불편신고"라는 것으로 행정안전부에서 만든 것이다. 일상생활 속 불편사항을 자치단체로 신고하는 민원서비스이다. 불법주정차 신고를 비롯하여, 학교주변 청소년 유해업소 신고, 도로파손 및 공공시설물 신설 신고, 쓰레기 방치신고, 가로등/신호등 고장신고, 에너지 과소비 신고 등을 할 수 있다.

처음엔 "와~~이거 대박인걸, 나도 깔아서 신고해야지"라고 했지만, 그러한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걱정이 먼저 앞섰다. "어휴, 이젠 나도 불법주차 못하겠는걸." 그렇다. 나만 상대방을 찍는게 아니라, 상대방도 나를 찍을 수 있다. 사실 우리는 가끔 불법주정차를 하고 걸리면 벌금도 내면서 살아가는 약한 존재이다. 어찌 항상 정해진 자리에만 주차를 하면서 살겠는가.

그런데, 아!! 슬프다. 어쩌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 감시를 받아 가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 무슨 노예도 아니고 이게 뭐람. 조지오웰의 소설, 1984의 빅브라더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절대적 존재가 아닌, 바로 이웃이 되어 나타났다. 즉, 나도 빅브라더가 되고, 우리 옆집 아저씨도 빅브라더가 되버린 세상이다. 아파트 현관문을 벗어나면서부터는 이러한 작은 빅브라더들 속에 나의 결박함을 증명하면서 다녀야 한다. 엘리베이터, 지하주차장, 도로변, 백화점, 은행, 음식점, 그리고 공원에서도 말이다. "보세요, 저 잘하고 있어요." 라고 말이다. 그나마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서로 빅브라더 역할을 하니 다소 위안이 되는 것인가·

그나저나, 정말 준법정신을 지키면서 살아야겠다. 내 뒤를 따라오는 자동차가 블랙박스를 달고 나의 난폭한 운전을 찍고 있을지도 모르고 "생활불편신고" 어플리케이션으로 나의 불법주차가 신고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우리 모두 법을 지킵시다. 그리고 카메라를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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