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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춘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아니나 다를까? 온종일 내리는 찬비가 겨울을 재촉한다. 이내 수은주(水銀柱)가 뚝 떨어지니 영하(零下)의 맹추위가 연일 상한가다. 응달진 곳에 엉겨있는 눈얼음은 봄이 되어서야 풀리겠지. 따뜻한 겨울이었으면 좋겠다.

풍성한눈발이 하늘을 가린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모든 것을 숨겼다. 가로수가 두터운 눈옷을 입었다. 나뭇가지가지마다 눈(雪)꽃을 피웠다. 하얀 햇살에 반짝이는 눈꽃에 맺힌 꽃물이 맑다.

멀어져가는 해(年)를 뒤로하고 하얀 길에 나선다. 수북이 쌓인 눈(雪)길에 남겨진 발자국이 부지런히 오고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늘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아름다운 이웃들과의 만남이다. 그들과 함께 걸으며 반가움을 나눈다. 지난날의 낭만과 추억을 떠올린다. 가며오며 만남과 헤어짐을 이어간다. 언제나처럼 어디를 가든 어디에 머물든 걷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오래전이다. 미국 댈러스(Dallas, Texas)에 소재한 건축회사에서 근무했을 때의 일이다. 매주 월요일마다 세미나형식의 미팅을 통해 디자인프로젝트 주제별로 분임토의를 해왔다. 설계과정도 설명하고 완성된 설계도도 제시한다. 성과물에 관해 수정이나 보완이 요구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구성인의 조언도 청취하고 도움도 청한다. 익숙하지 못한 외국어로 말하고 듣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러나 문화와 언어가 다른 그들과 같이 과업을 어려움 없이 수행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 곁에 다가가 그들의 눈(眼)안에 담겨있는 마음을 읽고, 듣고 그리고 함께 마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진정성이 담긴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면 마음에 담고 있었던 보석 같은 언어를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동행(同行)이 된다.

말하기 못지않게 글쓰기 또한 녹녹치 않다. 이보다 더 어려운 일은 보는 것(To see)이다.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도 볼 수만 있다면 말할 수도 글로도 써질 수도 있다. 한동안 보는 훈련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디지털 문명의 창조적 발전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역동적인 쾌거이자 기적이다. 반면에 오랫동안 지켜졌던 독서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던 고전적 책읽기 탈문화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방대한 량의 장서를 자랑하는 도서관의 이용보다는 신속한 인터넷 검색기능을 통한 자료 찾기 및 지식 익히기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가히 혁명적이나 되돌아 볼 점도 많다.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우리가 부유한지? 가난한지? 알 수 있다' 하버드대학교 마이클 샌델(Michael Sandel)교수의 말이다. 우리는 거의 무엇이든 사고파는 시대에 살고 있다. 시장만능주의가 현대인의 삶 전체를 지배하는 이 시대에- 만족한 삶을 갖기 위해서는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가? 돈이 없어도 한 세상 보람되고 넉넉한 행복한 삶이 있다면 어디에 있을까?

여전히 하늘은 높고 맑다. 높고 푸른 하늘에는 함께(together), 같이(with), 너와 나(You and I)라는 공간언어가 많다. 하늘은 모든 것을 볼 수 있는 모니터(monitor)다. 하늘에 가깝게 다가가면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볼 수 있다. 하늘과 함께 하면 멀리 갈 수도 있다.

지구는 아름다운 별이다. 인간의 눈(眼)으로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은총이다.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miracle)이 변함없이 반복되고 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밤하늘의 빛나는 별을 바라보면서 하루하루를 마무리한다.

따뜻한 봄이 오면 한동안 뜸했던 동무에게 소식도 전하고 맛있는 자리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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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