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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춘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좋은 아침"

"유 투(You too)"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휴대폰으로 주고받는 메시지다. 아날로그(analogue)전화로 듣던 통화대신 디지털모니터(digital monitor) 화상(畵像)으로 만나보는 새아침인사다.

수 삼년(年) 전만해도 '따르릉 따르릉' 머리맡에 놓여있는 괘종시계(卦鐘時計)가 울려야 달콤한 새벽잠에서 깨어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한(寒)겨울이 가고 몇 차례 꽃샘추위가 지나가니 어김없이 찾아온 완연(完然)한 봄이다. 먼 산 그늘진 곳의 잔설(殘雪)이 녹고 얼었던 땅이 풀려 어둠을 뚫고 대지에 솟아난 새싹이 해맑은 얼굴을 드러낸다. 안쓰럽기도 하지만 반갑고 고맙다. 뒤따라 꽃이 피면 봄의 향연이 펼쳐질 것이다. 지구촌기후의 변화가 사나워지고 기온의 일교차가 고르지 못해도 계절의 순환체계는 순조롭게 진행되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태고(太古)적부터 자연의 본질(本質)은 달라진 것이 없다.

오늘따라 봄 햇살이 가늘고 맑다. 겨울 내내 거실에서 잠자던 꽃 화분을 깨워 봄볕이 가득한 앞마당에 내어놓고 꽃물을 주며 봄소식을 전한다. 시들었던 잎이 고은미소를 띠며 수줍어한다. 고개를 들고 올려다보는 봄물에 젖은 잎이 싱그럽고 어여쁘다. 어디에선가에서 찾아든 동면(冬眠)을 끝낸 꿀벌 대여섯 마리가 아직 피우지 않은 꽃봉오리에 잠시 서성대다가 이내 어디론가 날아간다. 한낮 봄날의 봄 향기가 하늘에 번진다.

담장에 기대어 봄이 오기만을 기다렸던 봄의 전령(傳令) 개나리나무. 나뭇가지마디마디에 돋아난 샌 노란 개나리꽃이 들려주는 봄의 소리를 뒤로하고 집을 나선다. 동네를 벗어나 사람들과 자동차가 붐비는 도시를 걷는다. 상점 앞에 놓여있는 봄꽃이 지나치는 사람들과 눈을 맞춘다. 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더더구나 뽐내거나 자랑하지도 않는다. 자연과 맺은 약속을 지킬 뿐이다. 꽃길을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에 봄이 묻어난다. 봄날에 취한다.

10여 년(年) 전까지만 해도 도시거리 곳곳에 설치되어있는 공중전화 부스(booth)에서는 반가운 소식을 주고받는 사람들만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자동차도 많지 않았을 때다. 시끄러운 소음보다는 친근한 사람들의 표정이 정겨웠다. 사람들로 북적되는 번화한 장소에서는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며 서있는 사람들도 본다. 서둘지 않고 쫒기지 않는 사람들의 넉넉한 삶이 보이는 도시의 여유로움이다. 간혹 길게 통화하는 사람과의 작은 다툼도 눈에 띄지만 이는, 사람 사는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우리 모두의 건강한 모습이다. 웃음과 즐거움이 넘쳐나는 도시의 낭만이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도시 얼굴(urban figure)이다.

요즈음은. 길을 걷든, 어디서든 손에 쥐어져있는 휴대폰에서는 많은 사람들의 말잔치가 넘쳐난다. 마구 달리는 차량들의 굉음(轟音)이 허공에 날린다. 자동차가 토해내는 매연이 거리를 덮는다. 이내 도시는 온통 시끌벅적 북새통이 된다. 끊임없이 분출되는 도시소리에 밀리어 봄의 소리가 멀어진다.

아름다운 사람들과 함께한 멋스러운 고전(古典)의 도시, 아름다운 도시에 다가가 반가움과 기쁜 소식을 나누며 봄날에 머문다.

"사랑해"

"나도"

오랫동안 우리 곁에 머물면서 사랑을 주고받았던 지난날 봄날의 추억을 타임캡슐(time capsule)에 담아 먼 훗날 만날 수 있도록 과거로에의 흔적(痕迹)으로 숨긴다.

봄날에 머문다

수채화 2012.4

ⓒ 김낙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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