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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춘

충북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잔디와 잡풀은 확연히 다르다. 잡풀은 잔디와 섞여있어도 쉽게 구분이 된다. 잡풀은 성장이 빠르다.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해 손쉽게 뽑힌다. 반면에 잔디는 어깨동무하듯 서로 서로 엮어가며 군집(群集)을 이룬다. 뿌리는 앞뒤 좌우로 뻗어가며 단단한 대지를 덮는다. 잡풀이든 잔디든 자연을 살찌운다. 대평원(大平原)에 펼쳐진 초원(草原)에 풍성한 가을의 풍요로움이 가득하다.

어느 날이다. 길을 걷다가 말끔하게 다듬어진 도로변에 조성된 화단이 눈에 띈다. 가까이 다가가보니 예초기(刈草機)에 의해 잘려진 풀잎조각이 어수선하게 흩어져있다. 순간, 별생각 없이 흩어진 풀잎 틈에 뭔가가 있는듯해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두세 마리의 개미가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앞뒤 좌우로 왔다갔다 방향을 잃고 헤매고 있다. 흩어진 풀잎조각이 얼기설기 얽혀있어 늘 다니던 길이 막혔다.

입에는 제 키만큼 한 크기의 먹이까지도 물려있다. 가던 길을 멈추고 되돌아서 가다가 장애물에 막히면 다시 뒤돌아서 오다가다를 반복하고 있다. 먹이를 놓치지 않고 어쩔 줄 몰라 하는 개미의 힘들어하는 모습이 안쓰럽다. 세삼 개미의 근면함과 끈질긴 삶을 보게 된다. 잠시 멈췄던 길을 다시 걸으며 생각에 잠긴다. 한동안은 길을 잃고 헤매는 개미의 모습이 지워지지 않았다.

연(年)말 12월에 치러질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지고 있다. 대선후보들의 행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첫 번째로 후보별 각자가 추구하는 가치를 앞세워 국립묘지를 찾아 나라를 위해 산화한 애국영령(愛國英靈)들에게 결연한 의지도 다짐한다. 반면에 민생탐방(民生探訪)이라는 이름으로 국민과의 만남을 정책제시 못지않은 중요한 행보로 이어가고 있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으레 그래왔듯이 사진 찍고 얼굴 알리기 등. 일회성 이벤트이어서는 아니 된다. 국민에게 다가가 진정성 있는 만남과 소통이 이루어져야 아름다운 동행이 될 수 있다. 보수든 진보든 여(與)든 야(野)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초심으로 돌아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각오로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묻고 이에 답(答)해야 된다.

마지못해 떠밀려 하는 마음에 없는 말. 말잔치에 그치는 말은 그 이상 그이하도 아니다. 정치권에서 내놓는 말은 알아듣기 쉽고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말도 듣기 어렵고 복잡하게 말하고 있다. 잘못된 사안에 관한 구차한 변명은 거짓보다도 더 나쁘다. 정직하지도 못하고 용기도 없다. 옳고 그름의 판단은 국민의 몫이다.

'나라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줄 수 있는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무슨 일 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 주십시오' 미국 제35대 대통령 케네디(John F. Kennedy)의 말이다. 정치권의 소식을 전하는 어느 특정 종편채널channel)에서다. 지상파방송으로서의 공정성 윤리관 그리고 형평성을 잃은 부적절한 방송이 여전하다. 출연자든 진행자든 후보자로 거론되는 몇몇 사람들의 관한 비하발언, 개인치부 들춰내기 등, 비이성적인 막나가는 말의 정도가 선을 넘었다.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방송인은 대선(大選)무대에서 내려와야 된다.

지난날 나라형편이 어렵고 살기가 힘들어서 해외 이민이라도 갈까· 했을 때가 있었다. 실제 60년대 70연대에는 생업을 위한 특정 직업군이 장단기 해외취업을 통해 빈곤을 극복할 때가 있었다. 정치권에 묻는다. 신뢰를 잃은 정치권에 등을 돌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원인이 어디에 있고· 무엇인가를 곰곰이 되돌아볼 일이다. 가을 햇살이 쏟아지는 길을 걷다보면 소박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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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너 소사이어티 충북 72번째 회원' 변상천 ㈜오션엔지니어링 부사장

[충북일보] "평범한 직장인도 기부 할 수 있어요." 변상천(63) ㈜오션엔지니어링 부사장은 회사 경영인이나 부자, 의사 등 부유한 사람들만 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11월 23일 2천만 원 성금 기탁과 함께 5년 이내 1억 원 이상 기부를 약속하면서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의 충북 72호 회원이 됐다. 옛 청원군 북이면 출신인 변 부사장은 2형제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부모님을 도와 소작농 생활을 하며 학업을 병행했다. 그의 집에는 공부할 수 있는 책상조차 없어 쌀 포대를 책상 삼아 공부해야 했을 정도로 어려운 유년 시절을 보냈다. 삼시 세끼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그의 아버지는 살아생전 마을의 지역노인회 회장으로 활동하며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했다. 변 부사장은 "어려운 가정환경이었지만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시는 아버지의 뒷모습을 보며 자라왔다"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오늘날의 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옥천군청 공무원을 시작으로 충북도청 건축문화과장을 역임하기까지 변 부사장은 경제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나아지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