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책읽기 - 이현경(청주 동주초 사서) - 충북과 나의 연결고리 '충북일보'

르누아르의 인생 매력적으로 그려

뱃놀이 하는 사람들의 점심

수잔 브릴랜드 저/ 황근하 옮김/ 강(2008년)

몸의 근육이 부드러워질 만큼 시간이 지나지 못한 이른 아침, 호흡이 흐트러지지 않을 만큼의 속도로 걸음을 옮겨 본다. 미술관 입구를 들어서면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다. 가만히 그림 앞에 서서 나만의 공감뿐인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 본다.

하지만 수잔 브릴랜드는 한 화가의 인생과 그림과 그 시대를 매력적인 소설로 우리 모두에게 들려주고 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를 대중의 수면 위에 떠오르게 만든「델프트의 이야기」후, 자신의 다섯 번째 예술소설의 주인공으로 르누아르를 선택하였다. 머리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진정 가슴으로 느끼는 것을 붓으로 캔버스에 고스란히 담고자 하였던 르누아르의 여유롭고 즐거워만 보이던 한 폭의 그림에서 14명의 실존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1880년대 파리와 그림에 대한 르누아르의 뜨거운 열정과 사랑, 그리고 애환이 어울려 그녀의 펜으로 심장이 고동치는 역동적인 그림으로 만들어 버린 놀라운 능력에 감동을 숨길 수가 없다.

차근차근 한 줄을 읽어 내려갈 때 마다 머릿속에는 나만의 그림이 그려진다. 메종 푸르네즈에 모인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붓으로 빛과 사랑을 옮기고 있는 르누아르의 마음이, 그리고 예술의 도시 파리가 천천히 그녀의 글로 나만의 색으로 채워진다.

역사적 사실 주제·시대별로 엮어

통세계사 1,2

김상훈 저/ 다산에듀(2009년)

아오마메의 '1Q84년'과 덴고의 '고양이 마을' 세상에서는 두 개의 달이 떠 있었다. 하지만 나의 '세계사' 라는 세상에는 세 개의 달이 떠 있다. 한국사라는 이름의 달과 동양사라는 이름의 달과 세계사라는 이름의 달. 이 세 개의 달은 한꺼번에 떠 있을 뿐 하나의 달이 되지는 못하였다.

"고려가 세워졌을 때 외국에는 어떤 나라가 세워졌어요?"라는 아들의 질문에 진땀을 뺐다던 저자의 경험은 나와 같은 고민을 한 이가 나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에 큰 위로가 되었다. 더불어 그런 고민을 속 시원히 해결해 주고자 책까지 만들어 준 저자의 친절함에는 감사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기자 특유의 능력을 살려「철학 통조림(주니어김영사)」처럼 아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 편안하면서도 간결한 문체로 독자로 하여금 세계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였으며, 방대한 역사적 사실을 주제별로 시대별로 엮어 이해력을 더욱 높여 주었다. 물론 이 두 권에 세계사를 자세하게 담기에는 역부족이지만 신문을 읽고, 뉴스를 듣고, 사람들과의 대화를 나누기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의 정보는 깔끔하게 전달 해 주고 있다.

주요 과목이라 명명해버린 국어, 영어, 수학에 밀려 선택형 과목이 되어 버린 국사가 뒤늦게나마 다시 제자리를 찾고자하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사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이해가 세계사와 한 폭의 그림으로 조화를 이룬다면 진정한 청출어람을 탄생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