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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호

법학박사

강원도 오대산 상원사에서 불치의 병을 고친 조선왕조 제7대 임금인 세조가 상원사를 다시 찾았을 때의 일이다. 마침 공양 시간이 되어서 세조도 자리를 함께 했는데, 그때 어린 사미승이 발우를 들고 세조의 면전에 불쑥 내밀며 말했다. "이 처사, 공양하시오." 세조의 성이 이씨이기 때문에 이처사라고 불렀던 것이다. 그 자리에 있던 스님들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들은 세조는 크게 웃고 오히려 그 어린 스님에게 정3품의 관직을 하사 하였다고 한다. "일체 중생은 대자대비의 품 속에서 모두가 평등하다"는 부처님의 말씀을 세조는 이미 체득했던 것이 아닐까?

불교의 평등은 나와 더불어 있는 남의 존재를 인정할 때 나타나는 존재의 방식인 것이다. 즉 나의 존재 속에서 남을 발견하고 나와 함께 남을 인정하는 조화로운 세계를 건설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있는 지금 세계는 아직도 인종차별이 해결되지 않고 있으며, 부국과 빈국의 갈등이 여전하다. 이런 문제는 우리사회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습니다. 지역감정이 그렇고, 종교간의 불협화음이 그러하고, 빈부의 격차가 그러하다. 개체와 부분을 무시한 전체, 자유를 무시한 평등의 강요가 아직도 도처에 남아 있다. 왜 우리는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해 대승적이고 절대 평등한 자비사상을 이웃에게 일깨우지 못하는 걸까? 요즘 우리지역에서도 공공 기관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이 가열차게 일어나고 있다.

전국 학교 비정규직 노조는 곳곳에서 생존권을 위한 파업과 시위를 행하고 있다. 경제위기가 발생하고 국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으로 비정규직이 활성화 되었다. 기업은 튼튼하고 내실 있을지 몰라도 비정규직 노동자의 하루하루는 불안과 근심이다. 우리나라가 세계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다고 정부는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국민 대다수의 삶은 과거 경제위기 전보다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미래의 꿈과 희망을 가르쳐야 할 아이들에게 비정규직의 현실은 이 겨울처럼 춥고 배고프다. 신 자유주의적 성향의 과거정부가 만들어준 선물인 이 비정규직은 마치 왕조시대 서얼이나 백정으로서 받는 차별과 다르지 않다. 일제 암흑기에도 백정에 대한 차별과 학대는 일본인의 눈에도 비합리적이고 비이성적 행태였다. 왜 우리는 스스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나누고 차별하며 사회적 부를 일부가 독점하고 내 주변의 선하고 약한, 마음이 무던히도 온순한 그들의 과실을 빼앗는가? 공존의 마음으로 상생의 길을 찾을 수 는 없는걸까?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파업을 벌이는 이유를 우리는 다시한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의 파업이 빈번해지면 학교 급식 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어린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특히 급식 외에는 점심을 대체할 수 없는 저소득층 학생들의 처지가 어떨지 분명하다.

어린 자식들을 키우는 서민들이 노심초사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불가피하게 학교 급식 중단이 이어질 경우 도시락 지참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을 위해서는 지원 사실이 노출되지 않도록 인근 식당의 상품권 지급등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한 우리스스로가 학교 비정규직 노조가 엄동설한의 이 추위에 그토록 외치는 생존권투쟁이 우리사회의 단면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서둘러 해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교육 당국과 학교 비정규직 근로자들 간의 대립과 갈등에 학생들이 볼모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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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