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웹출고시간2012.08.21 15:53:07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반영호

시인

한참 신나게 자전거를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경적이 요란하게 울렸다. 갓길차선에 바짝 붙어 달리고 있었으니 더 비켜 줄 공간이 없다. 그런데도 자꾸 빵빵거리는 게 아닌가? 크고 웅장한 경적 소리로는 대형트럭 임이 분명하다. 요즘 사대강 사업으로 하천공사가 한창이니 트럭이 틀림없을 거란 생각이었다. 잔득 긴장한 나머지 뒤를 돌아 볼 겨를도 없었고, 갓 차선을 넘어 길가 풀섶에 세우려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하마터면 도랑으로 처박힐 뻔했다.

정신을 가다듬고 일어나니 눈앞에 무시무시한 25톤 덤프트럭이 서있었다. 색깔조차 거무스름한 게 더욱 위용 있어 보였고 모양만큼 나를 위축시킨다. 비쩍 마르고 왜소한 사람이 다가왔다. 그가 트럭운전사란다. 웅장한 차만큼 우락부락하고 험상궂은 사람일거란 생각이었는데 의외였다.

세상일도 외양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사람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마음이 크게 움직인다. 사람들은 그 사람의 말이나 내면보다는 외모와 목소리, 몸짓, 눈빛, 태도 등 겉으로 드러난 모습에 더 크게 반응한다. 노래를 들어도 노래 그 자체보다는 현란한 댄스에 더 크게 열광하며, 이성을 만나도 사람 그 자체보다는 외모에 더 크게 집중한다.

사람에게는 이러한 성질이 있기 때문에 겉모습에 열광한 채 진실을 외면될 때가 있다. 외모를 보고 모든 걸 평가하거나 목소리와 적극성, 논리, 눈빛, 큰 몸짓 등에 압도되어 내용이 소홀해질 수 있다. 언제나 사람을 보되 겉이 아닌 속을 보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성색지이인여차(聲色之移人如此) 목소리와 미색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이니, 겉모습에 흔들리는 사람이란 뜻이다. 무지막지하게 생긴 트럭을 운전하는 사람은 체구가 당당하고 얼굴도 우락부락 하리라는 내 추측은 빗나갔다. 저렇게 곱상한 사내가 운전하고 있었다니, 정말 상상 밖의 일이었다.

덤프트럭운전사가 "놀라게 해서 죄송합니다. 다친 곳은 없으신지요"하며 정중히 사과를 했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고라니가 도로에서 얼쩡거리기에 클랙숀을 눌러댔다는 것이다. 좀 전 내가 보았던 그 고라니였나 보다. 풍성학려(風聲鶴려) 비파소리와 학의 울음이란 말로 별것도 아닌데 공연히 놀라 겁을 먹는다는 얘기가 있으니 꼭 그 짝이다. 덤프트럭운전사는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며 명함 한 장을 건네주고 떠났다.

'무슨 일?' 그렇다. 어찌 저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훗날 좋은 인연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될 것이고, 오늘 자전거와 함께 넘어지면서 신체적으로 다치게 되었을 경우 연락하라는 극히 신사다운 예의 일수도 있다. 모든 일은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인생의 모든 기회는 사람에서 오고, 모든 성공도 사람과 사람이 마무리하는 것이다.

어느덧 기차역에 다다랐다. 새벽 5시에 출발한지 2시간여 지난 시간이다. 광장의 잘 가꿔진 정원 한 옆으로 등나무 시렁 밑에 벤치가 있다. 시렁위에는 넝쿨이 얼기설기 뒤얽혀있다. 서로 떨어져서는 못사는 냥 꼭 붙다 못해 서로 몸이 비비 꼬였다. 어찌나 꽉 조였는가, 표피가 터져 아예 눌어붙어 한 몸이 되어버렸다. 서로 얽혀 사는 인간사처럼…

광장 벤치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마침 첫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돌아오는 사람과 떠나는 사람. 떠나는 사람과 보내는 사람. 마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