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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웹출고시간2012.07.24 15:39:50
  • 최종수정2013.08.04 00:44:01

반영호

시인

이제부터 집까지는 오르막길이다. 급경사가 아니므로 고단기어를 넣고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가면된다. 새벽의 산천경계를 구경하며 느긋하게 폐달을 밟는다. 여전히 안개는 걷히지 않고 있다.

사람은 살아가면서 앞일을 모른다고 했다. 안개 속 같은 인생이라 했다. 10m 앞이 보이지 않듯이 10분 후 나의 앞일을 모르는 것과 같다. 뭔가 "휙"하고 지나간다. 자전거를 탄 사람이다. 내 딴에는 제법 스피드를 내고 있는데 추월을 당하다니……. 산악자전거(山嶽自轉車)다. MTB라고도 부르는 산악자전거는 극대 타이어와 크롬, 몰리브덴, 티타늄 등 가볍고 강한 재질을 사용하여 험한 길을 달릴 수 있는 자전거로 불규칙한 도로에서의 운전이 쉽도록 일자형(一字型) 핸들을 장착하고 유압식 브레이크를 달았다. 보통 2~3백만 원이고 좋은 것은 7백만 원을 호가(呼價)한다.

따라 잡으려고 애를 써 봤지만 체력 부족이다. 똑 같은 조건, 똑 같은 체력인데도 뒤진다는 것은 체력이 아니라 장비 탓일 수도 있다. 산악자전거를 타고 있는 저 사람이 사이클 선수가 아니라면 말이다. 실용자전거, 그것도 작은 여성용으로 그와 견준다는 건 무리다.

음성에서 서울은 120Km, 300리다. 미라톤 풀코스가 42.195Km이니, 마라톤 경기의 3배 정도의 거리다. 참 먼 길이다. 학창시절 잠시 살아본 적이 있지만 가물가물한 기억이 있을 뿐, 그때나 지금이나 동경의 도시이다. 그 서울을 세 번 도전한 적이 있다. 한번은 걸어서, 한번은 뛰어서, 또 한번은 자전거였다. 필요에 의해서가 아닌 내 능력시험이었다. 얼마만큼의 투지와 인내심을 가지고 있는가의 테스트를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첫 도전은 도보였는데 새벽 5시에 집에서 출발했다. 서울행버스가 다니는 신작로를 따라 걸었다. 몇 번 버스를 타고 가본 적이 있는 길이다. 더 빠른 길도 있겠으나 그냥 신작로를 선택한 것은 누구에게 길을 묻지 않고도 갈수 있는 눈에 익은 길로 안전하게 가기 위해서 였다. 가로수 그늘 밑을 지나칠 때면 쉬고 싶었다. 더 문제는 발바닥에 뭔가 밟히는 느낌이 들었고 뒤꿈치가 쓰렸다. 아플 싸, 양말을 벗어보니 물집이 생긴 것이다. 서울에 도착했을 때는 밤 12시였다.

두 번째 도전. 뛰는 것이다. 마라톤이다. 걸어서 갈 때 물집이 생겨 고생했던 기억을 되살려 양말을 두 켤레 끼어 신고, 운동화도 밑창이 두꺼운 것으로 장만했다. 이번에는 전과 반대로 서울에서 시골로 내려오는 것으로 했다. 역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걸을 때와는 달리 자주 쉬어야 했다. 달린다는 것은 우선 숨이 차게 된다. 가쁜 숨을 몰아쉴 때마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따랐다. 나중에는 뛰어도 제자리인 듯싶었고 털썩 주저앉기 일쑤였다.

마지막으로 자전거였다. 역시 새벽 5시에 출발했다. 걷거나 달리는 것 보다 훨씬 수월하고 빨랐다. 중간지점인 이천까지는 무리 없이 쌩쌩 달렸다. 그러나 이천을 지나면서 엉덩이가 아프기 시작했다. 안장에 엉덩이를 붙일 수가 없을 정도여서 페달에 의존하여 서서 달려야 했는데 그것도 어느 정도지 곧 발에 쥐가 나고 다리가 아파왔다. 결국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야 했으니 자전거가 오히려 짐이 되는 격이었다.

서울 300리는 새벽에 출발해도 걷거나 뛰거나 자전거를 타도 도착시간은 결국 밤 12시였다. 사람이 살아가는 것도 이와 같다. 대경천문 야와팔척(大慶千聞 夜臥八尺) 양전만경 일식이승(良田萬頃 一食二升) 큰집이 천간이라도 밤에 눕는 곳은 여덟 자 뿐이요, 좋은 밭이 만평 있더라도 하루 두 되면 먹느니라. 아무리 부와 명예와 권력을 지녔더라도 죽음 앞에서는 별 차가없다. 지지고 볶으며 사는 인생의 종점은 거의 엇비슷하다.

추월해 갔던 MTB를 탄 사람이 안개 속 저만치에서 쉬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번에는 내가 추월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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