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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호

시인

악동(惡童). 불길하고 악한 아이다. 귀동(貴童). 귀한 아이다. 최귀동(崔貴童). 최씨 성을 가진 집안의 귀한 자식이다. 한국 최대의 사회복지법인인 꽃동네 설립의 계기가 되었던 최귀동 할아버지. "얻어먹을 힘만 있어도 은총"이라던, 겸손함을 넘어 성스럽기만 한 이 말의 주인공 최귀동이다. 최귀동은 거지였다. 그를 기리는 품바축제가 다가오고 있다.

봄이 오면 축제 기간이다. 봄. 한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봄이다. 봄이 오면 산과 들에 새 기운이 느껴지고 저수지나 시냇가에 버들개지에 눈이 트면, 물가에 노닐던 오리 떼들은 저마다 쌍쌍이 짝을 이뤄 사랑을 나누고 풀과 나무 등 온 생물에 생이 싹튼다. '봄'字 앞에는 '새'를 넣어 '새봄'이라야 맛이 난다. 새봄. 새로움이다. 새로움은 무에서 유의 창출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꼭 새로이 생기는 것만 이라고는 할 수 없다. 새롭다는 것은 없음이 아니라 늘 존재했던 것을 깨달음을 통하여 얻어지는 것. 일상 중에서 느껴지지 못한 것의 발견이다. 새로움은 희망과 생명력이 있다. 한해의 시작, 하루의 시작과 같이 새봄은 새로움이다. 새롭기 때문에 가슴 벅찬 희망이 느껴진다. 주먹을 불끈 쥐고 무엇인가를 다짐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에게는 자발성이라는 게 있다. 작던 크던 계기가 되어 깨우치게 되고, 깨우치면 결심하게 된다. 결심으로 하여금 스스로 변화를 외치게 된다. 변화의 과정에서 부지런해지고자 하면 한없이 부지런해지고, 악하고자 하면 한없이 악해진다.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대단한 변화의 가능성이며 위대함이다.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는 힘, 변화의 힘, 바로 새로움이다.

그 사람 완전히 다른 사람이야. 전혀 딴 사람으로 변했어. 변화는 외적이 아니라 내적이다. 마음이 바뀌게 되면 행동이 자연 뒤따른다. 마음이란 정신이요, 곧 혼이다. 정신과 혼을 바꾸는 것은 남의 강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깨우치고 스스로 방향을 바꾸는 것. 변화는 순식간이다. 깨달음이 있고 자각하는 순간 새로움은 싹이 튼다.

어릴 적 우리 동네는 윗말 아랫말이 있었는데 우리 집은 중간쯤에 있었다. 통상 윗말 아랫말이 있으면 중말도 있을 법하지만 중말이라고 부르지는 않았다. 20여 가구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 옹기종기 붙어 있으므로 굳이 중말이라 구분 짓기가 곤란했을 것 같다. 우리 집은 동래에서 중앙에 있었으며 가장 컸다. 집만 큰 것이 아니라 마당도 제일 넓었고 논과 밭도 누구네 보다도 많아서 부잣집 아들이란 말을 들으며 자랐다.

"길가는 나그네 인데 하룻밤만 자고가게 해 주십시오." 라든가 "동냥 한푼 줍쇼." 또는 "배가고파 그러니 밥 한술만 줍쇼."하는 말을 자주 들었다. 지금은 거지를 눈 씻고 찾아봐도 없지만 예전에는 얻어먹는 사람이 많았다. 나그네가 많았던 것은 지금처럼 차량 등 교통수단이 발달되지 못했던 때라 집을 나서면 몇 날씩 도보로 여행을 다녔기 때문이다.

"큰대문집으로 가보시오." 혹은 "큰 마당 집으로 가시오." 우리 집을 가르치는 말이다. 그들이 오면 선친은 "이편!(선친이 어머니를 부르는 호칭) 손님 오셨소." 하셨다. 어머니는 그들을 위한 밥을 여유 있게 지어놓으셨다. 재워주고 먹여주는 일이 이 동네에선 당연 당신이 해야 하는 의무처럼 여겼고 조금의 불편도 언짢음도 내색하지 않으셨다. 나그네나 거지들을 수없이 많이 겪는 우리 집이었다.

봄이 되면 최귀동을 기리는 축제, 품바축제가 며칠 앞으로 닦아왔다. 부모님이 평생 실천해 오시던 베풂과 나눔의 행사다. 나는 대장품바가 되어 품바축제를 추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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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