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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호

시인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여름 보다는 겨울을 좋아하는 편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피하지방이 발달된 때문에 추위를 덜 탄다고들 한다. 피하지방의 기능은 단열성(斷熱性)으로서 체온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인데 아내도 여름보다는 겨울을 좋아하니 피하지방 때문일지도 모른다. 둘 다 추위에 강한편이라서 연료비가 여느 가정보다 덜 든다고 할 수 있기는 하지만 여름철에 없던 연료비 지출이 크다. 뭐니 뭐니 해도 겨울철엔 연료비 걱정이 만만찮다. 요즘같이 경기가 추위만큼 꽁꽁 얼어붙을 때는 더욱 그렇다.

아침에 잡다한 쓰레기를 버리고자 집 앞 쓰레기장에 나갔다. 연탄재가 수북이 쌓여 있다. 연탄으로 난방을 하는 가정이 많다는 얘기다. 너나없이 허리띠를 졸여 매는 요즘의 경제 사정을 여실히 느끼게 한다. 연탄은 유류에 비해 4배 이상 연료비가 적게 든다. 사무실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춥다고 하는 날 하루에 연탄 6장을 땔 경우, 한 장에 430원씩이니 2,580원정도 든다. 여기에 비해 석유는 하루4되 정도 소비되니 한 되 28,000원이면 하루 11,200원이 든다.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더 절약이 된다고 봐야한다. 석유는 근무 중인 낯 동안만 가동시키지만 연탄은 밤새도록 피워두니 언제나 사무실은 훈훈하다. 생물을 취급하는 꽃집이나 활어회집에서는 연탄이 더없이 유리하다.

연탄은 70~80년대에 서민들의 대표적인 난방재였다. 월동 준비로 연탄을 가득 재워놓으면 마음이 넉넉하고 푸근했다. 연탄을 생각하면 웬지 가슴에 뭉클해진다. 스스로를 태워 세상을 따스하게 하는 연탄. 연탄은 혼자서 타오르지 않고 꼭 두 장이 함께 라야 한다. 함께 뜨겁게 타오른 연탄은 얼마나 열열했던지 꼭 붙어있다. 하나가 되어있는 것이다. 다 타버려 사그러진 아래의 연탄까지도 눌어붙어 강제로 떨어뜨려야만 떨어진다. 아래의 것이 다 타고 나면 새로운 연탄을 올려놓아야 한다. 혼자서는 절대로 타오르지 않는 연탄의 묘한 근성이다.

아궁이속의 연탄이 그러하지마는 두 개, 세 개가 들어가는 난로를 보자. 역시 위아래의 연탄은 아궁이와 같은 현상이고, 옆에서 타는 연탄들도 함께 시너지효과처럼 뜨겁다. 가까이 접해있는 쪽이 바깥쪽보다 괄다. 이 모습을 보면 꼭 옛 조상들이 서로 협심, 협동하던 두레의 정신을 떠올리게 한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안도현 시인의 시 '너에게 묻는다.' 전문이다. 짧지만 깊은 의미가 담긴 시다. 자신을 태워 따스함을 전해준 희생의 상징인 연탄재를 보고 노래한 시로 소명을 다한 연탄재는 쓸모없음에도 함부로 차지 말라고 한다. 요즘 머리만 있고 가슴이 없는 세태에 던지는 자기 성찰과 반성의 강한 메시지가 아닌가. 희생을 상징하는 연탄, 연탄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다시금 되새기게 된다.

연탄과 같은 사랑을 그려본다. 그런 뜨거운 사랑, 스스로를 태워 뜨거워지고 다 타버린 사랑 뒤에도 오래도록 떨어지지 않는 사랑, 또 세상을 따뜻하게 하는 희생적 사랑, 그런 사랑.

오늘, 집 앞 쓰레기장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연탄에서 따스함의 교훈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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