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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호

시인

사람이 악에 바치면 못할게 없다고 했다. 부모님들이 산지기였다는 걸 알고 난후 나의 삶은 180도 달라졌다. 동네에서 제일 부잣집이 아닌, 제일 못사는 집이란 걸 깨달은 후다. 가난을 탈피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각오와 신념이 잠시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새로운 삶의 시작. 독한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이유 없이 세상을 증오하였고 반항아처럼 사회를 보는 눈이 삐딱하였다.

통나무가 발각된 것은 그해 봄이었다. 나무를 묻은 땅이 평평했는데, 이웃에 사는 이가 그곳에 논을 일궜다. 잘 닦여진 곳이었으니 힘 안들이고 작업을 하다가 통나무를 발견했을 것이다. 낙심천만인 형은 몇날며칠을 누워계셨다. 고발하지 않는 대신 나무를 내놓으라는 종친회의 제안이 들어왔다. 그 통나무로 종손 네 종갓집을 짓는데 쓴다는 것이었다. 고발되면, 영창가고 벌금을 물어야 한다는 말에 형은 눈물을 머금고 응 할 수밖에 없었다. 통나무를 몰수당한 우리는 결국 새집을 짓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얼마 후 나는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났다. 졸업한지15년만의 만남이었다. 1구와 2구차이가 있을 뿐 행정 구역상으로 같은 소재지의 지명을 쓰면서도 서로를 잘 알지 못하던 터였다. 아버지가 공무원이었고 동창생이라는 것 외에는 이력을 알 수 없었다. 몇 번의 만남이 있었고 정이 도타워지자 동창생은 결혼을 청하였다.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선친은 동창생의 부친 함자를 말씀드리자 이내
"아! 고개 넘어 이 산감의 여식이로구나."

하였고 어머니는 얼굴색이 금세 변하셨다. 한동안 두 분은 말이 없으셨다. 결혼하고 싶다고 재차 말씀드렸지만 끝내 부모님은 한마디도 하지 않으셨다. 산감(山監). 당시 순사(巡査)하면 울던 아이가 울음을 그치던 시절, 순사에 버금가게 무섭던 산감이다.

산지기와 산감. 앙숙지간일 수밖에 없는 관계다. 나무를 베어 내다 팔아야하는 입장과 산림보호를 위해 도벌을 감시하는 입장. 산감을 피해 몰래 도벌을 하다 발각되기라도 하면 낭패다. 군으로 경찰서로 불려 다녀야 했는데 장인 될 분이 군 소속 산감이었던 것이다. 부모님도 부모님이지만 형은 우리의 결혼을 결사반대하고 나섰다.

"세상에 많고 많은 사람 중에 왜 하필 산감 집 딸이 라냐? 난 하늘이 반쪽난다해도 그 혼인은 반대다."

힘겹고 어렵게만 사는 세상에 비록 내 소유가 아닌 종토와 종산일지언정 배 골지 않고 산다는 게 그저 고마울 뿐이라며, 이 모든 것이 조상님의 은덕이니 우리보다 못한 이웃과 비렁뱅이와 나그네에게 온정을 나누시던 부모님이셨지만 산감 딸과의 혼인은 허락지 않으셨다. 내 집 장만의 꿈이 마치 장인 될 분으로 하여금 날아간 것처럼 단호히 말하는 형의 입장을 백번 이해할 수 있는 나였다.

품바축제가 다가왔다. 산감의 딸인 아내는 벌써부터 내 부모님이 평생 실천해 오시던 베풂과 나눔을 이벤트행사로 펼치는 품바행사에 참여하고자 마음이 부풀어 있다. 산지기의 아들인 나는 거지 왕, 대장품바가 되어 품바축제를 추진한다.

오갈 곳 없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다리 밑 비렁뱅이거지들. 병이 들어 거동 못하는 거지를 위해 동냥하여 나눠먹던 거지들. 낮에는 넝마주이가 되어 폐품을 모으고, 땅꾼으로 뱀을 잡아다 팔아 나보다 못한 이들을 돕던 거지들. 밑바닥 인생이었지만 나눔과 베풂을 실현했던 거지 최귀동. 나는 그를 거지성자라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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