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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호

시인

어렸을 때 돌팔매질을 잘했다. 어떤 목표를 정해 놓고 던지면 곧잘 맞히곤 하였다. 팔매질을 잘했던 탓인지 젊은 시절 야구를 좀 했다. 치는 것 보다는 던지는데 자신이 있어 투수로 활약했었다. 그 영향으로 지금도 야구경기를 좋아하지만 먹고 살기 급급하여 야구장엔 못가고 TV로 시청하는 것으로 만족한다.

그런데 취미가 다른 아내와 나는 TV앞에 앉으면 언쟁이다. 스포츠채널에 맞춰놓으면 드라마를 좋아하는 아내는 금세 짜증을 내며 드라마 채널로 바꾼다. 그렇다고 TV를 하나 더 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간신히 양해를 구해 스포츠채널을 돌리다 보면 내가 좋아하는 팀의 경기를 중계하지 않는 때가 허다하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아들이 올레 스카이라이프를 설치해 주었다. 불과 공중파 몇 채널밖에 볼 수 없었던 때와는 달리 수백 개의 채널을 볼 수 있게 됐다.

좋아하는 야구는 물론 자연다큐인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동물의 세계가 내 시선을 고정시킨다. 신기한 동물의 세계, 사자가 자기 새끼를 죽이는 과정은 끔찍했다. 사자나 늑대, 고릴라, 호랑이, 악어 등 포식동물은 본능적으로 잠재적 경쟁자를 없애려는 충동이 있다. 수사자는 자기 새끼라도 어린 수컷을 죽이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저럴 수는 없다.

요즘 언론에서 통합 이야기를 자주 접한다. 이를테면 청주~청원, 괴산~증평, 음성~진천이 그렇다. 특히 증평은 괴산에서 독립된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통합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진천 음성은 역사적으로나 문화, 생활권 등 전혀 연관이 없어, 강제성이 없이는 통합이 원만치 못하리라는 예측이다.

지방자치와 관련해 '코뮨'이라는 용어가 있다. 1800년대 파리 시민과 노동자들의 봉기로 수립된 혁명적 자치정부인 '파리 코뮨'인데 사실은 의미가 좀 다르다. 그건 사회주의 자치정부다. 반면 지방자치에서 코뮨은 주민들의 작은 공동체라는 뜻으로 봐야 할 것이다.

주민자치의 기본 단위로 '코뮨'의 본래 의미는 걸어서 하루 동안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를 말하며 범위내의 역사성을 지닌 지역공동체를 뜻한다. 그 정도면 반경 30㎞ 안팎이 될 것이다. 그만큼 공간범위가 작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물론 그 개념을 액면 그대로 다른 나라에 적용하는 건 무리다. 모든 나라의 환경과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보다 지방자치의 공간적 단위가 그 '코뮨'의 범위를 넘어서면 자치라는 근본적인 가치가 상실된다는 게 일반적 견해다.

우리나라 자치단체의 수는 특별시와 광역시, 도, 시, 군, 구 등 230여개다. 평균 인구규모는 20만 명으로 선진국에 비해 큰 편이다. 그러면 선진국의 기초 지자체는 어느 정도일까. 우리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공간적으로 세분화돼 있다. 일본이 3,200, 독일이 15,000, 프랑스 36,700, 미국 36,000, 이태리 8,100, 스페인 8,000개에 달한다. 우리나라보다 국토와 인구규모가 작은 나라의 경우 핀란드 452, 네덜란드 548, 스웨덴 289, 덴마크 275개이다. 강소국가의 기초지자체 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그만큼 동네 민주주의가 성숙되어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통합을 시도하는 우리 정부의 의도는 무엇일까? 행정구역의 개편과 통합과 관련해 동물의 속성에 빗대어 생각해 본다. 자치단체의 광역화를 통해 잠재적이며 위협적인 경쟁자, 즉 단체장의 수를 통폐합해서 줄이는 게 자신의 안정을 보장한다는 논리가 아닐까?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에서 수사자가 새끼를 물어 죽이는 끔찍한 장면이 나오고 있다. 아내가 또 드라마채널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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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