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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영호

시인

갑자기 무릎관절이 생겨 40여 년 동안 계속했던 조깅을 중단했다. 체중이 늘면서 생긴 병이다. 본래 아침形이라서 일찍 일어나는 편인데 조깅을 중단하고 나니 새벽 소일거리가 걱정되었다. 소일도 소일이려니와 몸이 더 불어나게 될 게 뻔하다. 그러면 관절이 더욱 악화된다. 궁리 끝에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마침 엄마를 위해 아들이 사다준 여성용 자전거가 집에 있어 그것을 타기로 했다.

여성용 실용자전거라서 핸들 앞에는 장바구니가 매달렸고, 뒷바퀴는 앞바퀴에 비해 3배정도 작은 스마트하고 예쁜 빨간 자전거다. 아들의 효성어린 마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건강이 좋지 않아 자전거를 탈수 없었으므로 1년여 방치되어있었다.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아 군데군데 녹이 슬고 바퀴는 바람이 빠져있었다. 오일을 치고 녹을 닦아내자 새것 같지는 않았지만 제법 산듯하다.

새벽 5시. 절기가 夏至인 만큼 사방이 번하다. 군청 사거리에서 한벌고개까지는 1km 정도인데 급경사다. 저단 기어를 넣어도 웬만한 체력과 인내심으로는 쉬지 않고 단번에 오르기가 힘들다. 나는 나의 체력과 깡을 시험해 보기로 작정하고 이를 악물고 폐달을 밟았다. 숨이 목까지 찬다. 앉아서 다리로만 밟아서는 힘에 벅차다. 고단기어를 넣고 히프를 안장에서 뗀 다음 일어서서 밟았다. 가까스로 고갯마루에 올라섰다.

자전거는 운전자의 힘으로 추진되는 경량의 2륜차(二輪車)다. 인력을 추진력으로 전환하도록 고안된 교통수단 중 현재까지 가장 효과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탄 사람은 16~19km/h, 즉 보행의 약 3~4배 속도를 쉽게 낼 수 있다. 고단기어를 넣고 폐달을 1바퀴 돌릴 때 추진되는 뒷바퀴는 3바퀴 정도 돌아간다. 3배의 효과가 나는 것이다.

고갯마루에서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그냥 내리막길을 내달렸다. 피부를 스쳐지나가는 바람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어떻게 빨리 내 달리는지 시속 20km는 되는 것 같다.오르막 길 1km를 땀을 뻘뻘 흘리며 악을 쓰고 오른 보람이 있어 3km는 시원하고 평안히 달리는 동안 미타사 사거리에 도달했다. 내리막길의 끝이다.

오르막길이 있으면 반드시 내리막길이 있다. 어렵게 오르면 수월한 길이 나타난다.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고비 끝에 영화는 찾아온다. 고되고 힘겨운 날을 참고 견디며 이를 이겨낸 뒤에 누릴 수 있는 행복이다. 한 바가지의 물을 투자해 무한량의 물을 받아낼 수 있는 펌프. 마중물과 같지 않은가.

도로 옆에는 오디열매가 한창이다. 잠시 자전거에서 내려 달콤한 오디를 따먹으며 되돌아가는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본다. 이제는 3km를 올라가야 내리막길이 된다. 물론 3km는 원만한 오름길이다. 숨이 목에 걸릴 정도의 험로가 아니니 저단기어를 넣지 않아도 무난히 오를 수 있으나 긴 여정의 고통이 있을 것이다. 그렇게 3km를 이겨내고 나면 다시 고갯마루에 닿게 되고 거기서부터 내리막길이 된다. 3km에 비해 내리막길 1km는 너무 짧다. 짧지만 급경사이므로 쾌감은 최상이리라. 스피드가 시속 30km도 넘을 것이다.

아득하다. 되돌아 갈 생각을 하자 너무 멀리 온 것 같다. 처음부터 돌아갈 것을 계산해 두었어야 했다. 살면서 계획성 없이 저지르는 일이 얼마나 많았던가. 단 몇 시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게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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