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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십 수 일 넘게 기승을 부리던 한 여름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모양이다.

천하장사(天下壯士)도 세월의 흐름만은 막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말복(末伏)과 입추(立秋)를 지나면서 징그럽도록 맹위를 떨치던 무더위가 언제 그랬었느냐는 듯 그 기세가 누그러드는 모습이 눈으로 보이는 듯하다.

며칠 전 까지만 해도 기상청에서는 열대야를 공식적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2000년 이후 최장기간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그동안의 기록을 연일 돌파하고 있다는 예보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발표하는가 하면, 방송에서도 예외 없이 오늘 낮 어느 지방의 수은주가 40도를 육박하고 있다면서 어린이와 노약자들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소식과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려 이틀 연속 비상단계가 발령됐다는 뉴스를 수시로 내 보내고 있었다.

이처럼 대낮의 수은주가 36-7도를 훌쩍 뛰어넘자 덩달아 거실의 온도도 32-3도를 오르락내리락 하는 찜통더위가 계속되었던 것이다.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어 놓고 땀을 충분히 식힌 다음 억지로라도 잠자리에 들어보지만 쉽게 잠을 이룰 수가 없다. 몇 번이고 차가운 물로 샤워를 해도 열린 땀구멍을 틀어막기에는 역 부족이기는 마찬 가지다. 어쩌다 잠이 들었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아 저절로 눈이 떠지곤 한다. 땀이 줄줄 흘러내려 몸을 흥건히 적시면서 잠을 잘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만다행 이었던 것은 기분 좋게 들려오는 올림픽의 낭보(朗報)가 잠시나마 더위를 잊게 해 주고 있다.

이열치열(以熱治熱) 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중요한 경기가 있는 날에는 우리나라 선수들이 선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푹푹 삶아대는 열대야와 한 판 씨름을 하며 까만 밤을 뜬 눈으로 새운 날이 벌써 며칠 째다. 그 가운데서도 잔잔하면서 찐한 감동을 주었던 인터뷰 한 대목이 잊혀 지질 않는다. 지난달 31일(한국시각) 영국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유도 남자 81kg급 결승전에서 우리나라 김 재범 선수는 4년 전 2008베이징 올림픽 결승전에서 만나 접전을 펼치다 금메달을 내주고 아쉽게 은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던 바로 그 상대, 독일의 올레비쇼프와 4년이 지난 다음 영국의 런던에서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김 재범 선수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결과는 유도에 문외한(門外漢)인 누가 봐도 김 재범 선수의 완벽한 승리였다. 4년 전 의 아쉬움과 찜통더위를 한꺼번에 날려버리는 통쾌한 승리였다. 마침내 김 재범 선수가 이글거리는 태양보다 더 빛나는 찬란한 금메달을 목에 걸고 기자들 앞에 섰다. 우승소감을 묻는 질문에 김 재범 선수는 거침없이 그리고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죽기 살기로 했는데 그때(2008베이징올림픽)는 졌다. 그런데 이번에는 죽기로 했고 이겼다. 그게 '답' 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짧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베이징올림픽 때는 죽을 각오로 싸우겠지만 동시에 살아남겠다는 각오도 했던 것이다. 더 들여다보면 죽기로 싸우겠다는 각오보다 살아남겠다는 욕심이 더 컸던 것이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질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살아남겠다는 생각은 4년 전 완전히 지워 버렸고 오직 죽을 각오로 싸우겠다는 일념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기에 당연히 이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백번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아직까지도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고 아쉬움으로 남아 있는 일들을 반추(反芻)해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 때 더 충실하지 못했고, 더 열심이지 못했었기에 얻은 당연한 결과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어쩔 수없이 가야할 길이라면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 진정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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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