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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공직에 입문하면서 부터 배우고 싶었지만 그때마다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로 접어 두었던 붓글씨를 배우기 위해 금년 초부터 서예 학원을 나가기 시작했다. 구수한 것 같으면서도 텁텁한 냄새가 그윽하게 묻어나는 묵향(墨香)을 코끝으로 느끼면서 비록 늦었지만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그러다 보니 하루 일과에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늘어 난 셈이다. 그래서인지 눈코 뜰 사이 없을 정도로 바쁜 가운데 하루가 후딱 지나가 버린다. 차라리 공직에 있던 지난해 전국을 휩쓸고 간 구제역(口蹄疫) 때문에 발을 동동거리며 현장을 뛰어 다닐 때 못지않게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착각까지 들게 한다. 그런가 하면 공직에서 나오면 마땅히 할 일이 없어 시간 보내기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던 걱정이 하루아침에 봄눈 녹듯이 사라지고, 오히려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역설(逆說)이 가슴에 와 닿는 느낌이다. 그렇지만 저녁을 먹고 나서 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야근 할 일도 없는데다 저녁 약속 까지도 확연하게 줄어든 관계로 가끔씩 책을 보고 칼럼 쓰는 일 말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T.V와 함께하는 것이 고작인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싫은 것만도 아니다. 드라마를 보는 재미도 그런대로 쏠쏠 하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즐겨보는 드라마 한편이 생겨났다. 상대방을 구렁텅이에 빠뜨려 다시는 일어 설 수 없게 하려는 일에만 온통 혈안이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분노하다가도 시간이 흐르면서 차라리 마음 편하게 그들을 용서하고 함께 살아가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대부분의 드라마가 그렇듯이 끝날 때가 되어서인지 대추나무에 연 걸리듯 꼬여 있던 음모들이 하나 둘 벗겨지면서 누명을 벗게 되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통쾌한 복수(復讐)가 용서(容恕)이고, 가장 아름다운 복수 역시도 용서'라고 한 말이 문득 떠오른다. 쉽게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으면서도 도저히 이해하기가 어려워 보이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만큼 헷갈리는 말이다. 아무리 용서 한다고 하지만 상처 받은 응어리를 깨끗하게 지워내지 못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겨놓은 채로 하는 가식적(假飾的) 용서는 진정한 용서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이런 용서는 잠재(潛在)되어 있던 상처가 상황이 바뀌면 언제라도 더 큰 복수심으로 되살아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완벽한 용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운 일이겠지만 '제 탓이요. 제 탓이요, 저의 큰 탓이옵니다.' 하는 마음으로 상처 받았던 사실 그 자체를 머리와 가슴으로부터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하는 용서만이 참된 용서라고 할 것이다.

세상 누구라도 믿었던 주위 사람들로부터 배신을 당해 보거나, 그들 때문에 고통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면 솔직하지 못한 대답일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상처를 받았을 때 이를 풀어가는 방식도 다양하다. 많지는 않겠지만 성인(聖人)처럼 모든 것을 용서 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자리에서 곧바로 복수 해주는 사람이 있고, 그렇지 못한 경우라도 기회가 되면 언젠가는 자신이 받았던 그 이상의 복수를 하고 말겠다는 응어리를 가슴에 묻어두고 살아가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을 수 있다. 필자 역시도 이 나이가 되도록 이런저런 아픔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떤 삶을 살아가는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모두를 다 기억해 내지는 못하겠지만 아직까지도 응어리진 채로 머리와 가슴에 남아있는 상처를 찾아 내가먼저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복수를 해 주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그렇게 될 때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게 모르게 주었던 상처에 대해서도 상대방이 가장 아름다운 통 큰 복수로 화답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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