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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답답하고 복잡한 도심을 벗어나 개나리며 진달래꽃을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야 진정 봄이 왔음을 알 수 있었던 예년과는 다르게, 금년 봄은 여유를 부리며 느릿느릿 거북이걸음으로 찾아온 탓인지 일부러 산과 들을 나가보지 않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봄을 만날 수 있다. 도심 한 복판에 만들어 놓은 조그마한 녹지 공간 잔디밭에도 겨우내 뒤집어쓰고 있던 흙을 밀쳐낸 파란 초록색 잔디가 한 뼘은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하천가 양지바른 제방을 따라 흐드러지게 피어난 개나리와 벚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이겠는가· 대문을 열고 한 발작만 나서도 주택가 좁은 골목길 담장너머로, 그리고 성당 앞마당에서도 활짝 핀 목련과 살구꽃이 바람에 날리면서 꽃비를 뿌리고 있었다. 그런가하면 도심을 벗어나면서 눈에 들어온 산에서도 겨우내 발가벗은 채로 움츠리고 서 있던 나목(裸木)들이 언제 그랬냐는 듯 하루가 다르게 파릇파릇 새 생명을 피워내고 있었다. 나무와 꽃들이 서로 시샘이라도 하려는 듯 저만의 개성 있고 독특한 색깔과 향기로 봄단장을 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결코 지나침도 없고 모자람도 없이 적절하게 구색을 맞추고는 오염된 듯 어지러운 도심과 산야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봄이 오는 길목을 가로 막으며 훼방을 놓던 꽃샘추위 덕분에 과연 금년에도 봄은 올 것인가 하고 걱정을 했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봄을 기다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마음이 편치 않은 걱정스런 부분이 있었다. 왜 하필이면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좋아하며 기다리는 이 좋은 계절에 반목과 갈등을 부추기는 총선 일정이 맞추어져 있는 것일까 내심 걱정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솔직하게 금년엔 봄이 온다고 해도 봄 기분을 제대로 낼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진작부터 가지고 있었다. 굳이 지나간 총선을 더듬어 기억해 내지 않더라도 미루어 볼 때 이번 총선 역시 크게 기대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이번에는 좀 나아지겠지 했더니 그 결과는 예년과 결코 다르지 않았고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변한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듯 했다. 오히려 지난 총선보다도 더 심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다. 과문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그야말로 국가와 지역과 주민을 생각하는 측면은 눈을 씻고 봐도 찾아볼 수 없었고, 오로지 본인의 당선과 소속정당이 과반수를 넘겨 정권을 잡으려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해 보였다. 그러기에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말꼬리 잡기와 흑색선전이 난무하는가 하면 비방과 막말의 정도가 도를 넘어서는 어지러운 총선과정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봄은 왔지만 결코 봄 같지가 않다는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이라는 중국의 고사가 뇌리를 스쳐간다.

어찌됐든 총선의 막은 내려졌고, 이제는 평상심을 되찾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선거에서 누구보다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사람은 올바른 일꾼을 뽑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바로 우리 국민들이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우리 모두가 이번 총선을 냉철하게 반성하면서 잘된 것은 어떤 것이며, 잘못된 부분은 무엇 이었는지 곰곰이 되씹어 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서 다음 선거에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일이 없어야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다음번 선거라고 해서 꼭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할 수 없을 것이며, 혹여 그 결과가 잘못 나온다고 하더라도 남의 탓이 아니라 전적으로 '제 탓이요'로 받아 들여야 할 일이다. 국민 모두가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을 때, 지역발전과 주민을 생각하는 참 일꾼을 선택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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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길형 충주시장 "부담 없는 시민골프장 추진"

[충북일보] 조길형 충주시장이 공익적 차원에서 시민골프장 조성 계획을 세우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비싸진 골프장 요금과 관련해 시민들이 골프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인데, 갑론을박이 뜨겁다. 자치단체장으로서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 있는 시민골프장 건설 계획을 어떤 계기에서 하게됐는지, 앞으로의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여부에 대해 들어보았다. ◇시민골프장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충주의 창동 시유지와 수안보 옛 스키장 자리에 민간에서 골프장 사업을 해보겠다고 제안이 여럿 들어왔다. '시유지는 소유권 이전', '스키장은 행정적 문제 해소'를 조건으로 걸었는데, 여러 방향으로 고심한 결과 민간에게 넘기기보다 시에서 직접 골프장을 만들어서 시민에게 혜택을 줘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충주에 골프장 많음에도 정작 시민들은 이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시민골프장 추진 계획은. "아직 많이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오랜 기간의 노력을 들여 전체 과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볼 수 있는 시민의 공감을 확보했다. 골프장의 필요성과 대상지에 대해 시민들이 고개를 끄덕여 주셨다. 이제는 사업의 실현가능성 여부를 연구하는 용역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