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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중

전 충북도 행정국장

요즘 들어 마음 한 구석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허전함을 가끔 느끼곤 한다. 처음에는 퇴직하고 나서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지내다 보니 그런가 보다 했다. 그렇지만 꼭 그런 이유만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눈 깜짝할 사이에 후딱 지나가 버린 지난 1년을 곰곰이 추억(追憶)해 보았다. 놀고먹는데 만 정신이 팔려 눈에 보이는 아무런 성과물 없이 세월만 보낸 것 같은 허탈감과 점점 나이를 먹어 가면서 죽음이 가까워진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보려는 삶에 대한 연민(憐憫)이 겹쳐지면서 일어나는 현상이 분명 한 것 같았다. 그랬다. 며칠만 있으면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일이 찾아온다. 그런데 이번의 생일은 예년과는 사뭇 다른 의미가 있기에 또 다른 느낌이 들 수밖에 없는가 보다. 왜냐하면 금년은 소위 말하는 '육십갑자(六十甲子)의 갑(甲)'으로 되돌아온다는, 집 나이 예순한 살이 되는 환갑(還甲)이 되는 해이기 때문이다. 30년 넘게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한 우물만을 파면서 바쁘게 살아왔던 생활이 하루아침에 칼로 무 자르듯 바뀌면서 생활 리듬이 깨지고, 그렇게 세월을 잊어버리고 살아오는 동안 나이가 무려 60이 되면서 서글픔 같은 것이 알게 모르게 마음 한구석을 짓누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기야 나이 60이 꼭 적은 것만도 아니다. 돌이켜 보면 어렸을 적 시골에서는 50만 넘어도 대부분의 어른들은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안방과 거리를 두고 사랑채에 기거하면서 길 다란 장죽을 입에 물고는 '에헴' 하면서 뒷짐이나 쥐고 다니기 일쑤였다. 그야말로 스스로도 노인 행세를 했을 뿐 아니라, 그 당시 평균수명을 생각해 보더라도 어쩔 수 없이 노인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명이 오죽이나 짧았으면 환갑이 될 때면 마을에서 나이가 가장 많은 어른 축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자손들은 부모님의 환갑을 기념해 드리기 위해 온 동네 사람들을 초청해 한바탕 잔치를 벌이곤 했었다. 평균수명이 80을 훌쩍 넘는 지금과 50여 년 전을 비교해 보면 그야말로 천양지차(天壤之差)가 나는 것이다. 그만큼 먹고살기가 넉넉해졌고 건강관리를 잘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그래서 환갑의 나이는 잔치를 벌여야 할 만큼의 많은 나이도 아니고, 어디 가서 함부로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젊디젊은 꽃다운 나이에 불과할 뿐이다. 오죽하면 경로당 출입하기도 어정쩡 할 뿐 더러 들어가서도 기껏해야 잔심부름이나 해야 할 그런 나이라는 것이다. 환갑은 그저 누구에게나 돌아오는 기념일이기에 가족들과 함께 미역국이나 끓여 먹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나이 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평균수명이 점점 늘어나면서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던 때가 있었다. 심지어 TV 광고 카피에서도 많이 사용되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렇지만 지금은 이런 비유조차도 전혀 현실과 맞지 않다는 생각을 누구나 갖게 될 것이다. 굳이 비유한다면 차라리 나이는 그야말로 숫자에 불과한 것이라고 치부하면서 '인생은 70부터'라고 하는 말이 훨씬 더 어울릴 것만 같다. 어찌 됐던 환갑의 나이는 자유로운 제2의 인생을 출발하는 걸음마에 불과한 나이다. 걸음마를 제대로 배워야 다 성장해서도 달리기를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이다. 쏜살같이 지나가버린 세월을 한탄하고, 아름다웠던 추억에만 함몰(陷沒)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시간은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노릇이고, 수명이 아무리 늘어났다고는 하나 내 앞에 남아있는 시간 또한 결코 길지 않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쯤에서 가장 현명한 삶이란 젊은 시절의 좋았던 일들은 추억으로만 남겨두고 이를 비교기준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행복한 삶이 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면에서 열악해진 현실을 인정하고 이에 적응하면서 살아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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