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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길중

전 충북도 농정국장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려고 만들어진 계영배((戒盈杯)라는 잔이 있었다고 전해진다. 자료에 의하면 공자(孔子, BC551-BC479)가 제(齊)나라 환공(桓公, ·-BC643)의 사당(祠堂)을 찾았을 때, 환공이 늘 곁에 두고 보는 잔이라고 해서 '유좌지기(宥坐之器)'라고 부르던 의기(儀器, 의식에 쓰는 의례용 기구)를 보았는데, 밑바닥에 분명히 구멍이 뚫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물이나 술을 부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전혀 새지 않고 있다가 7할을 넘게 되면 이미 담겨져 있던 물이나 술조차도 뚫린 구멍을 통해 모두 쏟아지도록 되어 있었다고 한다. 공자도 이를 본받아 이 잔을 항상 곁에 두고 스스로를 가다듬으며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10여 년 전 우리나라 모 TV방송국에서 상도(商道)라는 드라마가 절찬리에 방영된 바 있었다. 무역업을 하는 주인공 임상옥(林尙沃, 1779-1855)이 자신의 지나친 욕망을 경계하려고 역시 계영배를 곁에 두고 생활 했다고 하며, 마침내 절제를 생활화한 그는 조선 역사상 전무후무(前無後無)한 거상(巨商)으로 거듭났다는 드라마로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그러니까 계영배는 마치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는 생각도 든다.

한해의 마지막 날 저녁, 붉은 노을을 서산 나뭇가지 끝에 매달아 놓고 어둠 속으로 숨어 버린 태양과 함께 또 한해가 어김없이 사라져 간다. 그러면서 달랑 한 장 걸려있던 빛바랜 달력마저도 새 것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따지고 보면 해가 바뀐다는 것은 숫자가 변하는 것에 불과할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외형상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은 채, 2011년에 1이라는 숫자가 더해져서 2012년이 되는 것이니 말이다. 지난해 마지막 날 서산 뒤로 숨었던 그 태양은 비록 해가 바뀌었다 해도 어느 한 곳 이지러짐도 없이 어제의 그 모습 그대로 또다시 동해로부터 힘차게 떠오르곤 한다. 그렇지만 우리들에게 있어 해가 바뀐다는 의미는 숫자의 변화를 뛰어 넘는, 어찌 보면 깨뜨릴 수 없는 철옹성(鐵甕城)보다 더 단단한 벽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돌이켜 보면 30대 까지만 해도 하루라도 빨리 해가 바뀌고 나이 한 살 더 먹었으면 하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불혹(不惑)의 나이가 되었을 때 까지만 해도 해가 바뀌면 떡국 한 그릇 더 먹으면 되는 무덤덤함으로 받아들였을 뿐이다. 그러기에 연륜이 쌓여가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고 조급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었다. 그저 늘 해왔던 연례행사쯤으로 받아들이면 그만 이었다. 그러던 것이 지천명(知天命)을 지나 이순(耳順)의 나이가 되면서 부터는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특히나 연말연시가 되면 왠지 마음이 조급해 지고 불안해지면서 답답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이테 한 줄이 더 늘어나는 이상으로 지나온 날들에 대한 후회와 아쉬움이 커져만 가는 것이다. 아마도 살아갈 날들이 살아온 날들에 비해 턱없이 짧다는, 그래서 하고 싶은 일들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강박관념(强迫觀念)이 스스로 몸을 움츠리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임진년(壬辰年) 새해, 적어도 지난해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나아 지려는 마음에서 이런저런 계획들을 세우게 된다. 물론 계획을 세웠다 해서 다 이룰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주먹구구식 삶을 산다는 것은 더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사람들은 자신과 가족들의 건강, 그리고 행복한 삶을 위해 새로운 구상들을 하기 마련이다. 이럴 때 고대 중국의 환공과 공자, 그리고 조선시대 거상 임상옥이 늘 곁에 두고 끝없는 욕망을 경계 했다는 계영배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오히려 모자람보다도 못하다는 넘치지 않는 알찬 계획들을 세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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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기업 돋보기 1. 이을성 SSG에너텍 대표

[충북일보] 건물에 발생하는 화재는 곧 인명 피해로 이어진다. 최근 대전 한국타이어 공장의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대량의 타이어가 타며 가연 물질이 나온 것도 화재 진압 어려움의 원인이었지만 공장의 조립식 샌드위치 패널 구조도 한몫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대형 화재 발생 시 피해를 키우는 요인으로 꼽혀 온 가연성 건축자재 사용 제한 건축법 개정안이 지난해 2월 11일 본격 시행됐다. 개정안에 따라 건축물 내·외부의 마감재와 단열재, 복합자재 심재 모두 화재 안전성 확보가 의무화됐다. 강화된 법 개정으로 준불연·불연 건축자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충북도내 선도적인 제품 개발로 앞서나가는 기업이 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에 위치한 ㈜SSG에너텍은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고효율의 건축자재를 개발·제조하는 종합건축자재 전문기업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IP패널(Insulation Panel: 동적내진설계용 준불연단열일체형 패널)'은 마감재와 단열재를 일체화한 외단열 마감 패널이다. 이을성(59) SSG에너텍 대표는 "단열·내진·준불연 세 가지 성능을 충족하면서 일체화된 단열·마감재는 SSG에너텍이 유일하다고 말할 수 있다"고 자신있게 말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