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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하얀 눈이 내리는 겨울이면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가난한 집안의 딸 제니와 명문 부호의 아들인 하버드 법대생 올리버와의 애틋한 사랑 이야기 러브 스토리다. '사랑한다면 미안하단 말을 하지 않는거야' 라고 속삭이던 제니의 대사는 지금 들어도 울컥 눈물이 쏟아져 나온다. 또한 영화 전편에 흐르던 주옥같은 사운드 트랙 가운데 눈싸움이란 선율은 시간이 지났어도 풋풋하고 아련한 첫사랑을 떠올리게 한다.

겨울은 사랑의 계절이다. 추위라는 자연환경이 가져다 준 최고의 부산물로

세상 사물은 생명 연장의 수단으로 열을 찾는 몸부림이 그것이다. 사랑의 시작은 어떤 대상을 간절히 원하는 것에서부터 비롯된다. 그저 곁에만 있어도 행복한 울타리가 되기까지 자신을 버리고 상대를 향해 다가가는 여정이다. 이런 의미에서 겨울나무들의 사랑은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면서 가꾼 자신의 모든 것을 뿌리를 향해 내던지는 모양새가 불가의 오체투지를 연상하게 한다. 자칫 빠지기 쉬운 교만을 떨쳐버리고 어리석음을 참회하여 부처에게 온전히 나를 맡긴다는 의미를 갖는 인사법으로, 머리와 두 팔 두 다리를 가리키는 오체는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뻗으며 배를 땅에 깔고 다리를 쭉 편 후 머리를 땅에 닿는 것을 반복하여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고행이다. 겨울나무들이 헐벗은 기둥과 가지로 매서운 바람을 견뎌내는 건 모두가 뿌리를 보호하기 위한 철저한 자기 희생임을, 이것이 곧 사랑임을 온전히 보여준다.

얼마 전 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4명이 화재로 생을 마감했다. 거실에서 시작된 불길은 순식간에 아파트 전체로 번졌고, 더욱 안타까운 것은 아이들 엄마는 그 뜨거운 불길 속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아이들을 지키려고 한 듯 자식들을 끌어안고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육체가 심하게 타버려 성별을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니 그 고통이 얼마나 심했을까. 수시로 불과 마주하는 소방관으로서 불의 무서움과 그로 인하여 파생되는 갖가지 고통을 알기에 애들 엄마의 끝없는 사랑은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바로 모든 어머니들의 사랑이다. 육신이 타들어가는 최악의 고통을 감내하며 사랑하는 아이들을 품에 안고 보호하려던 그 마음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의 사랑 방정식이다.

여러 사랑 가운데 남녀 간의 사랑은 가장 따뜻하고 바람직한 관계를 이루려는 것 중 하나다. 둘만의 영역을 지켜가고자 마음과 몸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남녀 간의 사랑을 그 어떤 사랑보다 애틋함과 그리움, 간절함의 대명사로 표현한다. 이와 더불어 동반되는 소망, 열정, 욕망 등의 따위를 우리는 사랑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일 게다. 이에 생겨난 말들에는 마음을 준다느니, 마음을 바친다느니, 또는 정을 준다는 등으로 사랑의 행위를 표현하기도 한다. 육체적 사랑이든 정신적 사랑이든 간에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은 상대로부터 보충하고, 자신에게 넘치는 것은 상대에게 베푸는 것들이야말로 사랑의 기본이다. 사랑하는 동안에는 세상 그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최고라는 믿음이 마음을 지배하고, 그런 마음이 이성보다는 감성을 앞세운다. 그리하여 플라톤은사랑하면 누구나 시인이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사랑은 궁극적으로 그들만의 정원을 가꿔 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서로의 취향에 맞는 향기와 색으로 피어나는 꽃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정원이야말로 사랑하는 두 남녀의 유토피아다. 이런 사랑을 주제로 하는 작품은 그 역사가 깊다. 고조선시대 백수광부의 아내가 불렀다는 공무도하가를 비롯하여 고려가요 가시리, 조선시대 황진이의 동짓달 기나긴 밤이란 시조, 현대 김소월의 진달래꽃에 이르기까지 사랑을 주제로 한 시 구절에는 저마다의 철학과 해학, 한마저도 극한의 절제미로 승화시킨 언어 예술의 백미를 보여주는 작품들이 긴 시간 우리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깊어가는 겨울날, 사랑시 몇 구절을 따뜻한 아랫목에 놓아두었다가 사랑하는 이에게 온기와 함께 전해주는 여유로움으로 2013년의 겨울을 보내고 2014년의 봄을 맞이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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