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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여름이 절정으로 치닫는 칠월이다. 24절기 중 소서와 대서가 떡 하니 버티고 있는 이 시기야말로 모두가 인내를 배우는 시간이다.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더욱 거세진 폭염은 농작물에게 있어 가을날 풍성한 열매를 맺기 위한 하나의 시련이기도 하다. 해를 거듭할수록 지구의 온난화는 심각해지고, 올 여름도 유례없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다는 기상 관측은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만들지만 한편으로는 여름이 있기 때문에 그만큼 가을 들녘의 넉넉함을 누릴 수 있듯세상사 모든 것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주 단순한 자연의 섭리마저도 일깨워주고 있다.

일제강점기 저항시인 이육사의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 칠월은 매미들이 7년간의 긴 유충 생활을 끝내고 성충이 된 후 세상으로 쏟아져 나오는 달이기도 하다. 땅속에 있으면서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라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성충이 되는 특이한 생태로 유명한데, 번데기 과정 없이 탈피과정을 거쳐 바로 어른 벌레가 되는 불완전한 변태로 성충이 된 후에도 나무의 줄기에서 수액을 먹는다. 이런 매미는 약 7일에서 한 달을 살면서 짝짓기 등을 하고 알을 나무껍질 속에 낳고는 생을 마감하는데 긴 유충의 시간에 비해 너무나 짧은 세상 밖 삶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강렬하다.

먼저 기다림의 미학이다. 어두침침한 땅 속 삶에서 햇살 가득한 지상으로 뛰쳐나와 날개 짓을 하기 까지 분명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저들의 몸짓에서 우리는 대기만성의 인간형을 떠올린다. 조급증으로 몸살을 앓는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어쩌면 미련하게 치부될지 모르는 매미의 일생에서 자연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하는 또 다른 의미를 깨닫게 되는 칠월이다. 어떤 이는 매미 울음소리가 소음공해라 하여 싫어하지만 저들에게 있어 울음소리는 종족 번식을 위한 수단으로 암수가 만나 알을 낳고 생을 다하는 순환 사슬의 일부라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주변을 살펴봐도 늘그막에 이름을 떨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는 이를 두고 운이 좋다느니, 때를 잘 맞췄느니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성공하기까지 남모를 고통의 시간을 감내했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또 다른 의미는 매미가 공직자들의 청렴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의 관리들은 감투를 썼는데 감투에 매달린 장식 문양이 다름 아닌 매미의 날개였다. 그 당시 선비들은 매미를 청렴의 상징으로 여겼는데, 지금은 과학이 발달되어 나무의 수액을 먹고 자란다는 걸 알지만, 그 때만해도 매미는 이슬을 먹고 산다고 여겨 이 때문에 이슬만 먹는 매미처럼 청렴하게 관직에 임하라는 뜻에서 감투에 매미 모양의 날개를 달았다. 어찌 보면 상상이 만들어 낸 조상들의 유산이지만 어느 시대건 위정자들은 공직생활에 있어 청렴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교훈을 머리에 쓰는 감투 하나에도 담았던 우리 선조들의 생활을 엿볼 수 있는 매미의 날개 짓이다.

바야흐로 여름방학 시즌이다. 규칙적인 학교생활에서 일탈 아닌 일탈을 하는 학생들에게 물놀이 안전사고는 여름날 기억하기조차 무서운 잔상이다. 물을 가까이하는 계절이니만큼 계곡과 하천을 찾는 이들이 많은데, 물이 흐르는 장소는 여름철 피서의 즐거움과 물놀이 안전사고라는 이중적 상황이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물놀이 안전사고가 이런 방심과 자만심이 낳은 비극이라는 점인데, 이러한 비극도 안전수칙만 잘 지킨다면 충분히 예방 가능한 것이다. 우선 물놀이 시작 전에는 공기 튜브 등 물놀이 안전장비의 상태 확인과 물에 들어가기 전 충분한 준비 운동, 심폐소생술 등 응급처치 요령 등을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또한 식사 후나 물이 차가울 때, 햇빛이 너무 강할 때는 물놀이를 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어린이들은 보호자가 먼저 들어가 바닥의 상태나 수온, 유속 등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어린이가 물에 들어가 있을 때는 한시도 눈을 떼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여름, 저마다의 슬기로운 지혜로 모두가 청포도 그늘 아래 같은 시원한 여름나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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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 "재정 자율화 최우선 과제"

[충북일보] 윤현우 충북도체육회장은 "도체육회의 자립을 위해서는 재정자율화가 최우선 과제"라고 밝혔다. 윤 회장은 9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3년 간 민선 초대 도체육회장을 지내며 느낀 가장 시급한 일로 '재정자율화'를 꼽았다. "지난 2019년 민선 체육회장시대가 열렸음에도 그동안에는 각 사업마다 충북지사나 충북도에 예산 배정을 사정해야하는 상황이 이어져왔다"는 것이 윤 회장은 설명이다. 윤 회장이 '재정자율화'를 주창하는 이유는 충북지역 각 경기선수단의 경기력 하락을 우려해서다. 도체육회가 자체적으로 중장기 사업을 계획하고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보니 단순 행사성 예산만 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선수단을 새로 창단한다거나 유망선수 육성을 위한 인프라 마련 등은 요원할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달 울산에서 열린 103회 전국체육대회에서 충북은 종합순위 6위를 목표로 했지만 대구에게 자리를 내주며 7위에 그쳤다. 이같은 배경에는 체육회의 예산차이와 선수풀의 부족 등이 주요했다는 것이 윤 회장의 시각이다. 현재 충북도체육회에 한 해에 지원되는 예산은 110억 원으로, 올해 초 기준 전국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