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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학교마다 졸업이 한창이다. 어제는 큰 딸 졸업식이라 꽃다발을 사들고 아내와 함께 학교를 찾았다. 졸업식 내내 요즘 졸업식과 나의 학창시절 졸업식 풍경과는 사뭇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낀 하루였다. 나는 83학번이다. 흔히들 알고 있는 83학번의 특징은 다름 아닌 옛날 교복, 즉 까만 교복의 마지막 세대였다는 것이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내내 입고 다녔던 검정색 동절기 교복, 남학생들 교복의 특징은 목 바로 아래까지 오는 일명 호크라 불렸던 속단추를 꽉 채우고 다녀야 했는데, 이것이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다. 이런 불편함을 선임 학년 선도부들은 아침 등교 때마다 학교 정문에서 복장검사라는 명목으로 불량 학생들에게 얼차려를 주곤 했었다. 여학생들 교복 또한 불편한건 마찬가지였다. 교복 목 부분에 흰색 옷깃을 하고 다녔는데, 예전에는 이것이 왜 그리도 때가 많이 탔던지, 또한 다림질로 주름을 펴 항상 깨끗하게 하고 다녀야 했다. 지금은 학생들의 두발에 대하여 규제가 심하지는 않지만 예전에는 남학생들은 짧은 스포츠형 머리, 여학생은 단발머리가 아니면 한 갈래 혹은 두 갈래의 땋은 머리였다. 이런 것들이 일제 강점기의 잔재라 하여 1983년 그 해, 전격적으로 교복 자율화가 시행됐던 것이다.

83학번 대부분이 올해로 50살이 된다. 흔히들 50살을 지천명이라고 하는데, 이는 공자가 논어에서 나이 쉰에 천명(天命), 곧 하늘의 명령을 알았다고 한 데서 연유해, 50살을 가리키는 말로 굳어졌다. 천명이란, 우주만물을 지배하는 하늘의 명령이나 원리, 또는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가치를 가리키는 유교의 정치사상을 말한다. 여기서 '천명을 안다'는 것은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하늘의 뜻을 알기 시작한지 벌써 2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386세대라 불리며 어느덧 사회 각계각층의 중심에 위치한 우리 세대, 이제는 현대사를 이끌어 가는 허리로 자리 잡았다. 비록 세월이 흘러 주어진 허리라지만 83학번이 처한 시대적 현실을 보면 앞선 세대는 짓누르고, 뒤따르는 세대는 밀쳐 올리는 샌드위치가 되는 형국에서 어떻게 하면 휘어지지 않고 튼튼한 허리로 지탱해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다. 과연 우리는 어떤 행동과 생각을 지녀야만 흔히들 말하는 낀 세대가 되지 않을까.

순종이 미덕이었던 어린 시절을 거치면서 그것이 당연한 가치관이라고 여기며 살아 온 지난 세월, 올해 대학생이 되는 큰 딸에게 부모님께서 내게 하셨던 그런 순종의 미덕을 강요한다면 딸애는 세대 차이를 운운하며 반기를 들 것이다. 내가 그러했으니 너 또한 그리해야 한다고 윽박지른다면 그것으로 인해 우리 부녀 사이는 갈등으로 얼룩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대선에서 극도로 양분되었던 보수와 진보, 쉰 세대와 신세대의 갈등과도 무관하지 않다. 어쩌면 흑백논리가 극대화 되는 것도 오직 나를 중심으로 하는 사고의 편협함에서 오는 치명적 오류가 낳은 병폐가 아닐 수 없다.

나는 신체 부위 중 등을 좋아 한다. 등을 보면 늘 어버이가 생각나기 때문이다. 어릴적 그 무엇보다 넓고 아늑했던 그 등으로 아버지는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지게를 짊어 지셨고, 어머니는 포대기와 나의 체중을 더께 감싸고는 특유의 엄마 냄새를 마음껏 맡게 하셨다. 그래서 등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기다려 쉬어가게 하는 마을 어귀 느티나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나는 누구에게나 내밀 수 있는 등이 되고자 한다. 사랑하는 두 딸이 내 등을 밟고 오르도록 등을 내밀 것이고, 팔십 고개를 넘으신 어머니의 노구를 업어 줄 수 있는 푸근한 등짝이고자 한다. 이것이 현대를 살아가는 386 세대들의 공통분모라면 나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나의 일부를 조건 없이 내밀 수 있다는 것은, 아직은 내가 받는 것 보다는 베푸는 것에 익숙한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일지 모른다. 올해도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 남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자화상을 그려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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