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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화재 초기, 불 끄는데 있어 소화기처럼 중요한 기구도 없을 것이다. 필자는 첫 시집에서 이런 소화기를 조선시대 양반가는 물론 여염집 여인의 삶으로 표현했다. 그 시대 여인들은 혼인을 하면 쪽진 머리에 비녀를 찔렀는데 이는 정절을 지킨다는 무언의 표시로써 소화기의 안전핀이요, 소화기 몸통 속의 분말 소화약제는 벙어리 3년 귀머거리 3년의 시집살이로, 불이 나면 뿌려지는 그 순간은 오롯이 나의 님에게 안겨 사랑하고 희생하는 것으로 노래했다.

예전에는 집들이 선물로 성냥을 많이 했었는데 이유는 살림이 불처럼 활활 일어나라는 기원의 일종이었다. 요즘에는 세태가 변해 세재를 주로 선물하면서 거품처럼 살림이 부풀어 올라 잘살라는 축원을 한다. 이와는 다르게 나를 비롯한 우리 소방관들은 집들이에 소화기 선물을 많이 한다. 가정을 지키는 든든한 파수꾼으로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화재에 요긴하게 쓰일 소화기는 우리 소방에서는 초기진화에 필수품으로 꼽는다. 화재 초기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와 같은 효과가 있다고 비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대사회가 발전할수록 복지에 필수불가결한 요소가 바로 안전이다. 이제는 집들이 문화에도 안전을 생각하는 차원에서 소화기나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선물하면 어떨까.

심야시간대 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인명피해가 뒤따르는데, 이는 수면 중에는 화재를 인지하는 능력이 그만큼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한 방안으로 숙면 상태의 잠에서 최대한 빨리 깨워 화재를 알려줄 수 있는 설비가 바로 비용이 저렴하고 설치가 간단한 단독경보형감지기로, 외부 전원이나 음향장치를 따로 설치할 필요가 없는 일체형 화재감지기이다. 별도의 전기배선이 필요 없고 감지기 내부에 배터리와 음향장치가 내장돼 화재가 발생될 경우 연기 감지를 통해 신속하게 화재 경보를 울려 집안에 있는 사람을 대피하게 함으로써, 특히 홀로 사는 독거노인 등 사회 취약계층에 필요한 기초 소방시설이라 하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이 점차 서구화 되고, 현대문명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원인모를 각종 질병 중에서 심장계통 응급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이에 우리 소방에서는 '사랑의 손깍지'라는 시책으로 심폐소생술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심폐소생술이란 심장이 마비된 상태에서도 혈액을 순환시켜, 뇌의 손상을 지연시키고 심장의 정지 상태로부터 회복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도록 심정지 환자에게 시행하는 응급처치법이다. 도내 각 소방서마다 심정지 환자들을 위하여 실습용 마네킨으로 체험 실습장을 연중 운영하고 있으며, 소방방재청 홈페이지에는 모바일 웹 서비스를 이용하여 심폐소생술 응급처치법을 핸드폰에 다운 받았다가 현장에서 응급환자에게 누구나 실시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도 이미 시행하고 있다. 이제 심폐소생술은 구급대원들만의 전유물이 아닌 국민 모두가 알고 실천해야 하는 생명 구하기 프로젝트라고 생각되며, 위급할 때 누구나 생명과 사랑의 손깍지를 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해 본다.

한 때는 처마 밑에 주렁주렁 매달린 고드름이 겨울 정취를 대표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유례없는 한파로 혹독한 추위에 시달렸던 올 겨울의 고드름은 예전 초가집의 낭만과 추억이 아닌 도심생활에 있어 천덕꾸러기로 전락한지 오래다. 이것과 관련 T.V 뉴스를 통하여 구조대원들이 건물 외벽에 매달린 얼음을 제거하는 장면을 시청한 적이 종종 있을 것이다. 이는 국민들의 생활민원 불편에 발 빠르게 대처해 국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예방차원에서 시행하는 소방업무의 한 영역으로 우리 소방이 한 걸음 더 국민 곁으로 다가서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생활민원의 종류는 계절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는데 지난해 여름과 가을철에는 말벌 퇴치가 가장 많은 소방출동을 차지했다. 이렇듯 언제부턴가 국민들 의식 속에는 재난 현장이나 일상에서 위험에 처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전화번호가 바로 119가 되어버린 것이다. 119! 늘 당신 곁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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