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기사

이 기사는 0번 공유됐고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하루에 두서너 번 하늘을 올려다 볼만큼 우리나라의 가을 하늘은 높고 파랗다. 유난히 가을하늘이 높아 보이는 것은 늦장마가 끝나고 이따금 찾아오는 태풍이 지나가면 비로소 가을이 시작되는데, 이때 시베리아 벌판의 공기가 우리나라로 다가오면서 높고 파란 하늘이 나타난다. 이는 장마와 한여름의 비가 공기 중의 먼지를 씻어 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시기가 되면 점차 일교차는 커지면서 산천에는 단풍이 그려내는 풍경화를 볼 수 있다. 눈 시립도록 푸른 하늘은 세상 그 어떤 얘기라도 보여주려는 듯 조각구름으로 주옥같은 시를 써 띄어놓고, 한가위의 넉넉함 만큼이나 가을에는 바람조차 풍요롭다. 심술궂은 봄바람이나 습한 하늬바람, 매서운 북풍에서 느낄 수 없는 마냥 편안한 그런 바람이다. 예로부터 하늘은 경외의 대상이었다. 우리 한민족 토속신앙의 중심이었던 하늘은 하루아침에 형성된게 아니라 유구한 세월을 거쳐 오늘에 이른 것이다. 무미건조하게 과학적으로 하늘을 설명하자면 그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으로, 그 공간에는 공기의 분자와 대기 속의 먼지가 떠다니고 있을 뿐이다. 이런 하늘이 고대문학에서는 절대자의 모습으로 비춰졌다. 이는 세계 공통이면서 제천사상을 근간으로 하는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는 더욱 두드러진 모습이라 하겠다. 단군신화를 비롯한 고대국가들의 탄생 설화에서 하늘을 곧 생명의 원천으로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을밤 하늘의 별을 세어 본적이 있는가· 알퐁스 도테의 '별'에서 목동이 들려주는 별 이야기에 스테파니 아가씨는 목동의 어깨에서 잠이 드는 그런 가을밤의 하늘이 아니더라도, 내가 알았던 가까운 이들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됐다는 전설을 하나쯤 만들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가을은 일년 중 밝은 별이 가장 적은 계절로, 볼 수 있는 별의 숫자는 다른 계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하지만 그 덕분에 일부 별자리는 금방 눈에 띄기도 한다. 천체망원경에 비치는 숱한 별들의 이름을 다 부르지는 못해도 가을을 대표하는 별자리 중 하나인 페가수스는 사각형으로 그 형태가 뚜렷하여 부근의 별자리를 찾는데 좋은 길잡이가 된다니 알아두면 좋을 것이다.

문학소년이었던 필자는 학창시절 사춘기를 보내며 많은 편지를 썼었다. 그 당시 보편적으로 접했던 통신수단이 다름 아닌 편지와 엽서였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마당에서 까치가 울면 친구에게서 반가운 소식이 오리라는 행복한 기대감으로 집배원을 기다리던 그때가 새삼 그립다. 그러나 지금은 인공위성의 발달과 최첨단 반도체 기술의 결정체인 스마트폰이 주를 이루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고생 10명 중 7명이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있다는 통계를 보더라도 지금의 청소년들은 손 편지의 정을 알지 못한다. 올해 중3인 딸아이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들여다보기 시작해서 잘 때까지 한시도 손에서 놓지를 않는다. 상대방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카톡과 문자 메시지, 정보들은 딸아이의 생활 방식을 스마트폰의 노예로 만들어 버렸다. 식사 중에는 물론이요, 어쩌다 가족들과 함께 TV를 봐도 손에서 스마트폰은 떨어질 줄 모른다. 그야말로 중독이다. 요즘 청소년 3명 중 1명이 중독 위험이 있다는 스마트폰, 이것을 방치하면 '어린치매' 환자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들 한다.

인터넷의 편리함이 길들여놓은 현대사회의 병폐가 이제는 청소년의 성장기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아날로그 방식을 가미해 보는 것은 어떨까. 비록 엉망의 필체지만 정성들여 사연을 적어 보는 육필 편지 쓰는 날을 정하여, 편지 겉봉투에 우표를 붙여 빨간 우체통에 넣어 보낼 때의 설레임과 그 답장이 오기까지의 기다림으로 뇌에서는 엔돌핀이 샘솟지 않을까. 스스로 스마트폰이라는 기계문명에 갇혀 숲은 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지구상에서 가장 우수한 우리의 한글로 편지를 써보자. 이 가을 누구에게라도...,
이 기사에 대해 좀 더 자세히...

관련어 선택

관련기사

배너
배너
배너

랭킹 뉴스

Hot & Why & Only

실시간 댓글

배너
배너

매거진 in 충북

thumbnail 308*171

<신년>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인터뷰

[충북일보] ◇취임 두 달이 지났다. 그동안의 소회 말씀해 달라 2016년 국회 저출산고령사화특귀 위원장을 하면서 출산율 제고와 고령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6년간 대한민국 인구구조는 역피라미드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이다. 2025년 초고령 사회 진입에 따른 인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큰 틀에서의 인구미래전략이 필요하다. 취임 후 위원회가 해온 일을 살펴보고 관계부처, 관련 전문가, 지자체, 종교계, 경제단체 등 각계각층과 의견을 나눴는데 아직 연계와 협력이 부족하다. 위원회가 정책을 사전에 제안하고 부처 간 조정 역할을 강화해 인구정책 추진에 매진할 계획이다. ◇인구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위원회의 인구미래전략 비전과 방향은 현재 극심한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구구조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위원회는 피할 수 없는 초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미래 100년 준비'를 시작한다. 인구구조에 영향을 받는 산업, 교육, 국방, 지역 등 전 분야의 준비를 통해 사회구성원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탄탄한 미래를 설계하고자 한다. 인구구조 변화를 완화하기 위해 출산율 제고는 반드시 필요하다. 새해에는 '2023년 응애! 응애! 응애!' 구호를 펼친다. 젊은 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