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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사람들은 시를 쓰는 시인이라고 하면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들 본다.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지나치는 것들을 조금은 낯설고 다른 생각으로 접근했을 뿐인데, 그것이 한 편의 시가 되는 것은 아마도 사물을 바라보는 생각 차이가 낳은 결과물일 것이다.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우리의 글과 말로 생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은 여간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몇 해 전 훈민정음 상주 해례본이 발견되어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자그마치 1조 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데 여태껏 절도범이 숨겨 두어 찾아내지 못하여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민족의 위대한 문화유산이 한낱 절도범에 의해 농락당하는 현실이 한글날을 앞두고 더욱 슬프게 한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훈민정음 반포와 동시에 편찬된 것으로 지금까지 2부가 현존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1부는 국보 70호로 지정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 되었는데 그것보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학자들이 연구한 흔적이 남아서 역사적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다. 세계 여러 문자 가운데 한글, 즉 훈민정음은 과학적이고 신비로운 문자로 불린다. 아마도 그것은 세계 여러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한글만이 그것을 만든 사람과 반포일을 알며,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글'이라는 이름은 1910년대 초에 주시경 선생을 비롯한 한글학자들이 쓰기 시작한 것으로, 여기서 '한'이란 크다는 것을 뜻하니, 한글은 '큰 글'을 말함으로 그야말로 가슴 벅찬 이름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올해부터 휴무 국경일로 재지정된 한글날의 의미는 새삼 뜻 깊게 다가온다. 한글날이 있는 시월이면 각종 문화축제가 펼쳐지는데 다양한 형태의 백일장도 이 시기에 개최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진천문학에도 올해로 20회째를 맞는 포석 조명희 전국백일장이 열릴 예정이다. 근대 문학의 선구자로 꼽히는 포석 선생의 문학정신을 기리기 위해 개최되는데 해마다 참가자가 늘어나는 추세다.

백일장의 어원을 찾아보면 달밤에 주로 뜻이 맞는 사람들이 모여 친목을 도모하고 시재를 서로 견주어 보기도 하는 망월장과 대조적인 의미로, 대낮에 시재를 겨룬다 하여 백일장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예비문인들이 문단에 입문하는 대표적인 제도가 바로 백일장과 작품공모 두 형태인데 분명한 장단점을 지니고 있다. 먼저 백일장은 제한된 공간과 시간 안에서 정해진 시재를 가지고 작품을 쓰는 것으로, 온전히 참가자의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반면에 작품공모는 제3자의 능력이 개입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백일장에도 흔히들 상금 사냥꾼으로 불리는 부류들이 전국을 누비고 있다. 백일장 참가 기준을 등단하지 않은 사람으로 한정하다 보니, 충분히 등단할 자격이 되면서도 하지 않고, 단지 상금 때문에 백일장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행태는 죽어가는 순수문학의 현실을 대변하는지도 모르겠다. 모름지기 문학이란 글과 말을 통하여 진정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도구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흔히들 현대를 일컬어 인문학의 위기라고 한다. 대학들이 학부제와 복수 전공제를 실시한 이후 인문학 전공자는 급격히 줄어들었고 취업을 위한 실용적 학문에만 눈을 돌리면서 법학이나 경영학 등 고시공부에 매달리게 되었다. 더욱이 과학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파생되는 문제점으로 인간 존중과 생명을 경시하는 풍토가 지배적인데, 이는 전통사회의 운영원리와 도덕관념의 해체를 가져 왔다. 때문에 인문정신을 멀리하게 되고 사람의 가슴과 머리를 흉기로 만들어 인간성을 파괴해 가는 것으로, 황금만능주의에 입각한 시장 논리가 만들어낸 자화상이다.

올해로 567돌을 맞는 한글날, 그동안 우리들은 우리 글과 말에 대한 고마움을 잊고 살았다. 특히 통신 기술의 발달로 휴대전화와 인터넷이 보편화 되면서 시작된 한글 파괴는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맞춤법 무시는 기본이고, 사전에도 없는 언어들이 일상어로 쓰여지는 세태는 씁쓸하기만 하다. 가까울수록 예를 갖추는 부부처럼 늘 우리 곁에 있는 한글을 보듬어 우리 스스로 자존감을 지켜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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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

[충북일보] 정효진 충북도체육회 사무처장은 "충북체육회는 더 멀리보고 높게 생각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다음달 퇴임을 앞둔 정 사무처장은 2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지방체육회의 현실을 직시해보면 자율성을 바탕으로 민선체제가 출범했지만 인적자원도 부족하고 재정·재산 등 물적자원은 더욱 빈약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완전한 체육자치 구현을 통해 재정자립기반을 확충하고 공공체육시설의 운영권을 확보하는 등의 노력이 수반되어야한다는 것이 정 사무처장의 복안이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학교운동부의 위기에 대한 대비도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학교운동부의 감소는 선수양성의 문제만 아니라 은퇴선수의 취업문제와도 관련되어 스포츠 생태계가 흔들릴 수 있음으로 대학운동부, 일반 실업팀도 확대 방안을 찾아 스포츠생태계 선순환 구조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선 행사성 등 현장업무는 회원종목단체에서 치르고 체육회는 도민들을 위해 필요한 시책이나 건강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의 정책 지향적인 조직이 되어야한다는 것이다. 임기 동안의 성과로는 △조직정비 △재정자립 기반 마련 △전국체전 성적 향상 등을 꼽았다. 홍보팀을 새로 설치해 홍보부문을 강화했고 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