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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불가의 시간 개념에 겁이라는 것이 있다. 일 겁이란 가로, 세로 크기가 모두 사방 40킬로미터나 되는 정육면체 화강석을 하늘에서 선녀가 100년에 한번씩 내려와 잠자리 날개 같은 옷으로 한번 스치고 지나쳐서 그 돌이 가루가 되는 시간을 이른다. 이렇듯 일 겁의 시간은 상상을 초월하는 숫자인데 불가에서는 부부의 인연까지 7천겁이라는 시간이 쌓여야만 맺어진다니, 그야말로 소중한 만남이 아닐 수 없다. 세상에는 옷깃만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에서 살과 피를 섞는 인연에 이르기까지 모든 만남에는 저마다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것을 비유한 것인데,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만남 하나에도 오작교와 같은 전설을 만들어 사랑을 얘기했다. 칠월칠석이면 까마귀와 까치가 이어주는 다리를 건넜던 견우와 직녀의 사랑은 얼마나 고귀했을까· 비록 그 만남이 칠월칠석 하루뿐이라는 시간적 한계가 있었지만 애틋해 더욱 절절한 사랑은 아니었을까·

그랬던 만남들이 언제부턴가 인스턴트가 되어 가고 있다.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요즘 세대들의 사랑에서 기다림의 미덕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러나그 어렵고 힘들다는 지고지순한 사랑을 자연은 곳곳에서 보여 주고 있다.

모두들 한번쯤은 석회 동굴을 가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곳에는 탄산칼슘 성분의 물이 천장에서부터 천천히 떨어지며 만들어진 고드름 모양의 종유석과, 물방울이 떨어지는 바닥에서 탄산칼슘의 침전이 일어나 죽순이 자라듯 석순이 생기는데 오랜 기간 동안 이것들이 자라면서 결국 서로 맞닿아 기둥을 형성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석주다. 평균적으로 종유석이 1년에 0.1~0.2mm 정도 자라는데 수십 미터의 높이에서 바닥의 죽순과 맞닿아 석주를 이루기까지는 얼마나 긴 시간이 흘러야 했을까· 이러한 저들의 기다림과 만남에 경외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것이다.

더불어 우리가 사랑나무로 익히 알고 있는 연리지는 어떤가· 가까이 자라는 두 나무가 맞닿은 채로 오랜 세월이 지나면 서로 합쳐져 한 나무가 되는 현상을 말하는데, 두 몸이 한 몸이 된다하여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과 흔히들 비유한다. 이런 연리지에 대하여 중국 당나라의 시인 백낙천이 현종과 양귀비의 슬픈 사랑을 장한가에서 '하늘에선 원컨대 비익조가 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길 바란다'고 읊었다.

자연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사랑이 이러할진대 하물며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에게 있어 사랑과 만남이 일회용 커피처럼 마시고 버려진다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이런 서글픔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까· 매일 아침 출근길에서 만나는 이들에게 짧은 목례로 안부를 건넬 수 있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안녕하세요' 라는 인사말로 하루를 연다면 그것처럼 상쾌한 아침도 없을 것이다. 더불어 이웃에 사는 이들과 그들 자식들의 이름을 알아 불러주는 사이가 되자. 김춘수의 '꽃'처럼 내가 그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이 되었듯이, 저들도 나의 이름을 부르면 내가 꽃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작은 것 하나에도 감사할 줄 아는 사람으로 살자. 모든게 내가 살아있어 얻어지는 것들이지만 그 바탕에는 톱니바퀴 같은 시간들이 조화를 이뤄 만들어 낸 피조물이라는 것이다. 어느 하나 버릴게 없는 것들로 하여 내가 살아있음을 아는 겸손함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좋을 것이다. 다가오는 칠월칠석에는 세상 사람들 모두, 그 어떤 이해타산과 경계도 없는 마음의 길을 하나쯤 걸어두면 어떨까· 머리털이 다 빠지는 아픔을 견뎌내며 만남을 이뤄주려는 까막까치의 희생처럼 우리도 그 누군가를 위해 스스럼 없이 손을 내밀어 길이 되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아무렇게나 뚫린 것처럼 보이는 길에도 제 각각의 이름과 의미가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 길이 되기까지 스쳐간 숱한 인연들이 길을 중심으로 오롯이 살아 왔고, 그 흔적들이 지문처럼 남아 이정표를 세운다는 것을 길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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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