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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T. S. 엘리엇은 그의 시 황무지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라 노래했다. 그러나 내게 있어 4월이 잔인한 것은 다른 이유에서다. 지난 2010년 11월에 시작돼 이듬해 3월까지 발생됐던 구제역으로 인하여 희망보다 절망을 얘기했던 4월이기 때문이다. 진천군 전역을 휩쓸어 버린 구제역의 끔찍한 악몽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로 인하여 살 처분된 가축들만 수만 마리에 이른다.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의 눈빛을 주고받던 피붙이 같은 가축들을 구덩이에 몰아넣고 생매장하는 것은 사람과 가축 모두에게 차마 못할 짓이었다. 사람을 위해 태어나, 생을 다할때까지 모든걸 희생하는 가축들에게 우리는 한 번이라도 고마운 마음을 갖기는커녕 구제역이라는 사지로 몰아넣을 수 밖에 없었던 우리들의 뻔뻔함, 그나마 위안이 된 것은 그 해 4월 구제역이 발생했던 지역에서는 매몰된 가축들을 위한 위령제를 지내 인간에 대한 미움과 원망을 거두고 평안한 영면에 들기를 기원했었다.

이런 구제역이 단순한 일회성 재앙이 아닌 것처럼 자칫 방심하면 어김없이 반복된다는 교훈을 우리는 터득했다. 이는 해마다 우리의 산림을 황폐화시키는 산불발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본격적인 농사철 3월을 지나 4월에 접어 들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반복되는 논밭두렁 태우기가 시작되었고, 남쪽 지방에서는 어느 중학생의 불장난으로 인하여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앗아간 안타까운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주 5일 근무로 인한 여가활동의 보편화로 등산객들의 실수로 인한 산불도 꾸준히 발생할 것이다. 동전의 앞면과 뒷면 같은 일방적인 의사표현에는 한계가 있듯이,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연의 혜택은 결코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미래를 살아갈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삶의 터전인 것이다. 산불로 인하여 검게 타버린 벌거숭이 산에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푸른 나무들이 뿜어내는 그 맑은 공기를 맡을 수 없는 정서의 불모지에서 우리의 정신 또한 황폐화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에게 있어 자연은 가장 많은 것을 베풀어 주면서 그 대가로 아주 작은 질서를 지켜주길 바라는 욕심 부릴 줄 모르는 순수함 그 자체이다. 이런 자연의 순리가 파괴되는 건 언제나 인간의 조그만 실수에서 비롯된다는 점에서 4월은 잔인한 달이다.

구제역과 산불이 우리 인간생활에 있어 아주 밀접한 연관성과 우리의 작은 실수가 엄청난 대가를 치른다는 것, 또한 그 피해가 상당기간에 걸쳐 우리에게 정신적, 물질적 피해와 아픔을 가져다준다는 것에 함수관계가 성립하는데, 이에 우리는 구제역과 산불이 반복해서 발생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예방이라는 아주 단순한 백신을 처방하여 끊어 낼 수 있는 슬기로운 지혜를 행동으로 옮겨야 할 때이다. 예방을 한다는 것은 어떤 질병에 대하여 앓고 난 후 다시는 같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한 자기 방어적 본능으로, 경험적 지식에서 비롯되는 큰 자산이다. 이런 예방이야말로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 모두의 의무인 것은 결코 시간이 어느 한순간 단절되는게 아닌 영속성을 지녔기 때문이며, 과거와 현재, 미래는 지구처럼 둥글어서 시작과 끝이라는 구분은 우리들의 편리에 의해 정해진 개념적 정의일 뿐이다. 비록 우리들이 현재의 주인이지만 모든게 우리들만의 것이 아닌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들 한다. 우리의 일상생활 또한 반복된다. 하루하루가 다른 듯 보이지만 실상은 일정한 틀과 규칙 속에서 모든 일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되풀이 되는 것에는 양면성이 있는데, 자기만의 기준치를 설정해 놓고 자신에게 유리한 것은 행복이요, 불리한 것은 불행이라는 이중 잣대로 세상을 가늠한다는 것이다. 이렇다보니 자기 중심적 사고가 낳은 병폐들로 사회 질서가 깨어진다. T. S. 엘리엇이나 내가 얘기했던 잔인한 4월은 주관적 생각일 뿐 대다수의 의사가 아니라고 믿는 것도4월이 주는 희망적 메시지가 정말로 크기 때문이다. 4월의 영어 명칭 "April"은 라틴어다. "Aprilis"는 라틴어 동사 "aperire"에서 파생된 단어로, 겨우내 얼었던 땅을 열고, 농사를 시작한다 라는 의미란다.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밭고랑에서 멍에를 쓰고 쟁기질하는 어미 소 뒤에는 아장거리며 뒤따르는 송아지 모습의 전원 풍경을 한번쯤은 그려봤을 우리들의 봄, 모두에게 파릇파릇한 봄을 위하여 잔인한 4월은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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