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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눈이 녹아 비가 된다는 우수를 보내고 어제는 조바심을 내 봄 맞으러 초롱길을 걸었다. 초롱길은 진천 문백과 초평에 걸쳐 있는 초평저수지를 둘레로 하는 수변길로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산책로다. 초롱길이 탄생하기까지는 최근 수년 사이 전국적으로 생겨났던 각양각색의 길들과도 무관치 않다. 제주의 올레길에서부터 괴산의 삼막이 옛길, 내가 살고 있는 생거진천의 초롱길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길들에는 하나의 공통분모가 형성되어 있다. 그것은 바로 사람과 자연을 소통하게 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예부터 우리 선조들의 일상생활과 아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던 길은 사람과 사람, 시간과 공간을 서로 어우러지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연결고리로써 하나의 생명체가 유지되는데 반드시 필요한 핏줄 같은 것이라 하겠다.

인류가 사회를 형성할 때부터 길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삶의 모든 것들은 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발전한 것이다. 그만큼 길은 우리 사람들에게 있어 생활의 근간이 될 뿐만 아니라 어제와 오늘, 더 나아가 미래를 투영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것이 바로 길이다. 처음에는 어느 한정된 부류의필요에 의해 만들어 지는 길이지만 점차 모두가 공유하는 공동체의 산물이 되는 것이다.

내가 즐겨 찾는 초롱길은 그야말로 천년의 신비가 흐르는 곳으로 초평저수지와 농다리의 첫 글자를 따 이름 붙인 것인데, 여느 지역의 길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없는 아름답고 테마 가득한 길이다. 초롱길을 걷다보면 길은 우리에게 참 많은 이야기를 건넨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는 비움의 미학부터 그 어떤 물음에도 답을 주는 선지자의 혜안까지 보여주고 들려준다. 세금천 물길을 천년이나 버틴 농다리 위에 서면 선조들의 위대함과 아낌없이 등을 내미는 어버이의 사랑 같은 희생과 만나게 된다. 숱한 세월을 견뎌낸 그 이력에는 아마도 나보다는 남을 위해 살아 온 혼들이 24간 교각마다 켜켜이 쌓여진 까닭일 것이다. 농다리를 거슬러 오르면 초평호가 한 눈에 들어오고, 초평호를 아우르는 산책로가 나온다. 오랜 시간 진천의 역사를 함초롬히 담고서 얼음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물빛 풍경이 걷는 내내 온 몸으로 파고들어 청량감을 더해 준다. 예전부터 물은 생명이었다. 사람들은 물길을 따라 모였고, 물이 앞장 서 길을 냈던 것이다. 침묵하는 듯 고여 있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삶들이 끊임없이 흐르고 있다. 빠져 나간만큼 채워지고 또 빠져 나가는 반복성에도 저들만의 약속과 질서는 존재한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경외하는 자연의 참 모습일 것이다.

그렇게 물과의 대화를 뒤로 하고 인근 붕어마을을 경유하는 등산로를 이용하여 두타산에 오르면 한반도 지도와 가장 흡사한 지형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이르게 된다. 다른 지역의 한반도 지형에는 없는 제주도가 이곳 초평호의 한반도 지형에는 선명하게 위치하고 있어, 그야말로 온전한 한반도 지형을 볼 수 있는 호사를 누리게 된다. 그렇게 산을 오르고 난 뒤 하산하는 길에 초평호 주변의 유명한 먹거리인 붕어찜을 맛본다면 더 할 나위 없이 행복을 만끽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이렇듯 초롱길에는 천년을 이어 온 농다리의 전설이 흐르고, 초평저수지가 쓴 자서전을 읽을 수 있으며, 두타산이 가르치는 겸손함과 아울러, 늘 왁자지껄 거리는 붕어마을 사람들의 부지런한 일상을 볼 수가 있다.

이제 초롱길에도 봄이 멀지 않았나 보다. 지난 겨울 혹독했던 추위를 견딘 승자들의 춤사위가 곳곳에서 기지개를 펴고 있다. 영원히 풀리지 않을 것처럼 부둥켜 얼어있던 저수지 군데군데 파란 하늘과 구름다리의 그림자가 얼비치고 있다. 얼비친 물빛 사이로 새 생명들이 꿈틀거리며 봄맞이 채비를 마쳤다. 그렇게도 많은 이들이 기다리던 봄을 초롱길은 저 먼저 알고 달려 나와 언제나처럼 디딤목 가득 희망을 깔아 놓고 기다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새 봄의 희망을 얘기하며 걸어 주면 되는 것이다. 길이 내어주는 끝없는 연속성에 감사할 줄 아는 최소한의 양심으로 봄 맞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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