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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미국 휴머니즘 문학의 대명사 오 핸리의 단편소설 '마지막 잎새'가 생각나는 11월에는 바람에 흔들거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는 일이 많아진다. 아직은 낙엽이 되기 싫어 숨을 헐떡이는 질긴 생의 모습에서 가까웠던 이들과의 이별이 생각나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렇듯 자연의 섭리를 두고 어떤 이는 이별의 슬픔을, 또 다른 이는 낙엽을 통하여 희망의 메시지를, 과학자 뉴튼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발견하기도 했다.

세상 모든 물체는 서로 끌어 당기는 힘이 있는데 이것은 자연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사람 사는 일상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임을 새삼 느끼게 하는 요즘, 우리들은 다만 그 힘이 불현 듯 스쳐 지나가는 매우 작은 힘이기 때문에 느낄 수 없을 뿐이다.

재테크 수단으로 한두 번쯤 접했을 주식투자 또한 자연의 섭리와 무관하지 않다.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는 일정한 주기 속에는 사람 사는 일들이 그래프로 적나라하게 나타나는데, 주가는 끝없이 치솟는 게 아니라 상승곡선은 반드시 하강곡선을 동반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들은 주식투자가 아닌 주식투기를 하는 것은 아닐까. 국어사전적 정의에 투자란 이익을 얻기 위하여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정성을 쏟음이고, 투기란 기회를 틈타 큰 이익을 보려고 하는 일로 정의하고 있다. 투자와 투기는 종이 한 장 차이로 그 중심에는 욕심이 둘 사이의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붉은색의 상한가 화살표를 좇다보면 그 매수 시점이 꼭대기였음을, 이후에는 끝없는 추락이 많은 투자자들의 비애를 부른다.

남녀 간의 사랑에도 뉴튼의 만유인력이 작용한다. 시쳇말로 연애는 밀당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성사가 좌우된다고 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눈높이에서 바라보며, 서로에게 맞춰가며 결국에는 어느 한 곳을 바라볼 수 있을 때까지 서로를 알아가는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그래서 11월은 인생으로 빗댄다면 연애기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시기의 정취는 여느 나라와는 사뭇 다르다. 제 살을 찢고 새순을 틔운 봄을 지나서 푸른 잎으로 성장해 하늘을 떠받친 여름을 견뎌내고, 이제는 땅으로 돌아가 모두가 한 몸으로 어우러져 겨울의 혹독함을 서로 부둥켜 사랑으로 견뎌낸 후 다음 해 또 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순환 고리가 분명한 계절을 가진 우리는 행복하다. 정녕 이 계절에 숙연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건 욕심을 버린 저들의 몸짓 때문일 것이다.

지난 주말 몇 잎 남지 않은 은행나무 가로수 밑을 거닐며 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아직은 욕심을 버리지 못한 내 모습이 자꾸만 아른거려와 위대한 자연의 스승에게 꾸지람을 듣는 학생이 되어버린 하루였다. 세상은 비우며 살라고 온 몸으로 보여주는데 두터운 외투 깃 속에 목을 파묻고 현실에 안주하려는 게으름과 남보다 앞서가려는 이중적 마음의 괴리감으로 혼돈스러운 것은 아직은 욕심이 앞서기 때문이다. 사람이라면 특히 남자라면 자기가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 부와 명예를 추구하는 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모든 계급사회가 그러하듯 피라미드형태의 조직 구조상 올라갈수록 좁아지는 자리로 인하여 사람들의 욕심은 반비례하여 커지게 마련이다. 꿈은 욕심을 최소한으로 이용해 목적을 이루지만, 욕심은 꿈을 앞세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이다.

진천의 대표적인 쌀 생산지인 덕문이 들판을 지나다보면 추수가 끝난 자리에서 휑하다는 느낌보다는 풍요로움과 행복감이 묻어난다. 분명 알알이 박힌 이삭들로 가득했던 논이었지만 베어져 텅 빈 공간인데도 아름다움마저 느끼게 하는 건 바로 비움의 미학 때문일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자신을 내어 줄 수 있다는 것 하나로 11월은 따뜻한 겨울을 위해 군불을 때는 아궁이 같은 존재다. 떨어지는 낙엽에 괜스레 센티멘탈 해지기보다는 비워내 외려 넉넉해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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