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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소 소방위

해마다 정초가 되면 그리스ㆍ로마신화에 등장하는 '판도라의 상자'가 회자된다. 제우스가 세상 모든 죄를 넣은 상자를 판도라라는 여자를 시켜서 인간세상으로 내려 보내면서, 절대 열지 말라고 당부했음에도 불과하고 판도라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상자를 열고 말았다. 그 바람에 상자 안에 들어있던 모든 죄들이 빠져 나오면서 세상은 혼란에 휩싸였다. 당황한 판도라가 급하게 상자를 닫았을 땐, 그 안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건 희망이었다고 한다. 이렇게 세상 가득 모든 죄가 빠져나와 혼란에 빠진 상황에서도 사람들이 저마다의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갈 수 있게 된 이유라는 것이다.

지난해 겨울, 우리 사회는 유난히 뜨거웠던 한 해였다. 제 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러 우리나라 헌정사상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탄생했다. 우리가 늘 겪어왔던 것처럼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 국민들의 기대치가 최고조에 이르게 되는데, 이것은 새해 벽두라는 시간적 공감대와 숱한 장밋빛 공약을 실현해 주리라는 막연한 심상적 발로에서 기인한다고 하겠다. '민생정부'를 표방하면서 그 어느때보다 서민들의 살림을 챙기겠다는 당선인의 약속을 믿는 그 이면에는 바로 우리들 가슴 속에는 늘 희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희망이란 사전적 의미는 앞일에 대하여 어떤 기대를 가지고 바란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떠한 목표치를 설정해 놓고 그것을 이루려고 노력하는 개개인의 마음이 모여 궁극적으로 그곳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희망은 일방적인 마음의 행보가 아니라 서로가 주고받는 쌍방적인 행위가 어우러지는 것이라 하겠다. 막연하게 어떤 일에 대하여 잘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으로는 결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들의 노력과 희생이 없다면 희망은 공허한 망상을 거쳐 결국에는 절망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2월에 출범하게 되는 민생정부를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 자세를 한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민주주의의 모든 국가기관의 권력은 다름 아닌 우리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국민들 개개인이 권리와 의무를 다 할 때 발생하는 그 힘들이 모여 국가의 권력이 형성된다는 것은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런 상관관계를 매개체로 국가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국민들은 국가에 희망을 건네는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민생정부를 만드는데 지금부터 첫 단추를 잘 꿰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희망은 과거형도 현재형도 아닌 미래형이다. 미래형은 그야말로 앞으로 다가올 시간이다. 현재가 없는 미래는 타임머신이 날아다니는 공상과학에서나 존재하는 세상이다. 우주선이 달을 거쳐 화성을 탐사하는 시대라지만 순리를 거스르는 역사는 언제나 승자가 아닌 패자였다는 사실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는 계사년은 여러 분야에서 녹녹치 않은 게 현실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 불황 여파가 올해도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다. 경제가 어려우면 소외되기 쉬운 게 바로 복지정책인데, 올해의 단연 화두가 된 복지에 대하여 민생정부는 국가예산의 상당부분을 복지 분야에 편성한 것만 봐도 그만큼 서민경제가 어렵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렇다고 마냥 퍼주기식 복지정책은 한번쯤 제고해야 할 사항이다. 복지 포플리즘이라는 신종어를 생산하면서까지 과열됐던 대선공약으로 인해 자칫하면 우리가 유럽발 경제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점이다.

희망, 언제 들어도 설레고 가슴 벅찬 언어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을 직시하는 혜안으로 모두가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희망을 이야기 할 때다. 자기를 낮추어 상대방을 받드는 그런 마음과, 각자 맡은 자신의 자리를 최고로 생각하는 소중함으로 너와 내가 아닌 우리가 되어 새 희망을 일구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은 현실에 안주해 나태해지는 우리 삶에 늘 도전과 변화를 가져다 줄 희망이라는 활력소를 주기 위해서라는 위안을 삼으며 계사년 새해에는 모두의 희망이 실현되기를 소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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