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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우리나라 스포츠 종목 중에서 단연 인기가 많은 야구 용어 가운데 희생번트라는 것이 있다. 주자가 베이스에 나갔을 때 타자가 자신을 희생하여 번트를 대면 먼저 나가있던 주자는 한 루 더 가고 자신은 1루에서 아웃되는 것이다. 이런 희생이 스포츠계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것들은 과거의 그 어떤 이들의 희생으로 인하여 존재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유월이 우리들에게 던지는 화두는 희생이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조국의 분단으로 시작된 고통과 아픔은 지금껏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념이 다른 남북의 대치상황은 내 가족과 이웃의 많은 희생을 가져왔고, 그리하여 우리는 유월을 호국 보훈의 달이라 명명하며 순국선열들의 숭고한 얼을 기리고 있다. 국가는 그들에게 희생을 강요하지 않았지만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는 너와 내가 아닌 우리라는 공동체의 큰 힘을 보태기 위해 서슴없이 자신을 내던져 조국과 민족을 지켜왔다. 이것이야말로 한민족이 세계사의 변두리가 아닌 중심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그렇다고 희생이 모두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이뤄지는 거창한 것만은 아니다. 세상살이가 팍팍해지면서 희생이 더욱 고귀하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그만큼 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심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기심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아름다운 청년 이수현! 2001년 7월, 일본 열도를 들끓게 했던 신문 기사에는 한국인 유학생이 전철역에서 철로로 떨어진 일본인 취객을 구하려다 전동차에 치여 숨졌는데, 이때 일본 신문들은 일제히 이씨의 의로운 죽음을 '살신성인'이라며 1면 주요 기사로 보도했고, 방송들도 속보로 사고 상황을 자세히 전했다. 신문들은 또 이씨의 행동이 개인적 성향의 일본인들이 상실했던 진정한 용기를 보여준 것이라고 극찬했었다. 비록 지금은 한일 관계가 독도의 영유권 주장과 역사인식의 차이로 인하여 불편한 관계지만 그러나 희생은 인종과 국적을 초월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행동이라 것을 보여 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이런 희생이 인간만의 전유물은 아니다. 우리가 잘 아는 가시고기의 부성애는 사람들에게 뜨거운 메시지를 던진다. 가시고기는 물에 사는 물고기 중 유일하게 둥지를 만들어서 알을 까는 물고기다. 암컷은 알을 낳고 바로 죽는데, 수컷은 암컷이 남겨놓은 알을 지극 정성으로 돌본다. 자신의 가시를 세워 알을 훔쳐 먹으려는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가 하면, 지느러미를 가지고 물결을 일으켜서 알에게 산소를 공급해 준다. 그렇게 먹지도 않고 알이 부화될 때까지 가시고기 수컷은 알을 돌보다가 알이 부화하면 가시고기 수컷은 지쳐서 더이상 움직이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며 둥지가 있는 곳에서 죽는다. 그러면 가시고기 새끼들은 아비 가시고기 주위로 몰려들어 가시고기의 살을 뜯어 먹고 성장한다. 이렇게 가시고기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새끼들을 부화시키고 죽은 후에는 자기 몸뚱이를 내어 놓는 희생의 모태를 보여준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은 모두가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투철한 직업의식으로 늘 국민 곁에 있는 무리들 속에 포함된 나로서는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소방의 궁극적 이념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해마다 각종 재난현장에서 국민을 안전을 지키려다 공사상을 당하는 동료들은 한 해 평균 300여명에 이른다. 이들이 다른 제복 공무원들보다 상대적으로 희생이 많은 것은 직업 특성상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록 가족의 생계와 자신의 꿈을 위해 선택한 직업이라지만 그 바탕에는 나보다는 남을 위한 사랑이 타인들보다는 조금 더 깊은 까닭이다. 항상 위험에 노출된 재난현장에서 근무하는 소방대원 중 약 20% 정도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의 초기 증상이 있다는 조사 결과가 우울하게 하지만, 우리의 희생으로 하여 국민들이 웃을 수 있어 행복한 유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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