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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교

진천소방서 소방위

사람이 사는데 있어 먹는 일처럼 중요한 것은 없을 것이다. 예전에는 먹지 못해 힘들었다면 지금은 먹을게 넘쳐나 외려 힘든 세태가 되었다. 특히 여름철 음식문화는 건강과 직결되는 우리네 일상이었다. 일년 중 가장 무더운 삼복더위를 전후로 하여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더위를 이겨내라는 의미에서 지위가 높은 관리들에게 쇠고기와 얼음을 주었는데 반해, 일반 백성들은 귀한 쇠고기 대신 개고기를 끓여 먹었다고 전해진다. 또한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거나 바닷가를 찾아서 모래찜질을 하며 더위를 물리쳤는데, 이를 복달임 또는 복놀이라 하였다. 복달임은 주로 허해진 기운을 보강하기 위해 보양식을 먹음으로써 더위를 물리치는데,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개장국, 삼계탕이었다. 이렇듯 모든 나라는 저마다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바탕으로 먹거리를 형성해 왔는데, 이런 먹거리에는 나름대로의 지혜와 전통이 만들어 낸 삶의 또 다른 역사가 깃들어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보신 음식 문화는 무척이나 다양한 형태로 발달되어 왔는데, 그것이 모두에게 이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비뚤어진 보신 문화는 우리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데 이는 야생의 동물들이 몸에 더 좋다는 잘못된 인식의 결과로 아직까지도 밀렵꾼들에 의해 희생되어 매매되고 있다. 수요자가 있기 때문에 공급자가 생겨나는 원리로, 야생동물은 우리 인간들의 동반자요, 소중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의 무분별한 야생동물의 밀렵과 매매는 그들만의 진화와 도태, 적응 과정에 관여해 생태계 파괴를 초래했는데 이로 인하여 먹이사슬이 변하면서 유해조수로 인한 농작물의 피해는 물론, 도심까지 출몰하는 멧돼지로 인하여 생명의 위협마저 느끼는 실정이다. 특히 한 해 각종 도로에서 발생하는 수천여건의 로드킬은 교통사고라는 2차적 피해까지 주는데 어쩌면 우리 인간들이 야기한 인과응보라 하겠다. 이렇듯 오래된 우리들의 잘못된 보신문화를 단속과 처벌만으로는 근절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국민들 스스로가 밀렵과 밀매매로부터 떳떳해져야 할 것이며, 나아가 건강한 먹거리에 관한 인식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오래된 보양문화가 나쁘게만 치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각종 한방 약재를 재료로 하여 음식에 첨가하여 원기를 보충해 왔는데, 대부분의 재료들이 우리의 땅에서 생산되는 뿌리와 열매들이 주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먹거리가 흔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절기에 맞추어 전통음식 또는 보양식을 찾는 문화가 여전히 행해지고 있는데, 이것은 수대에 걸쳐 형성된 경험과 과학의 산물이 아닐 수 없다. 이열치열이라는 말이 있다. 날씨가 더울 때는 몸의 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안에서 쌓이기 때문에 뜨거운 음식을 섭취하여 몸의 더운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데서 생겨났다고도 하는데, 한방에서는 날씨가 더우면 몸 안이 차가워지고 추우면 몸 안이 더워지므로 더울 때는 몸속의 찬 기운을 따뜻한 음식으로 데우면 더위를 이겨낼 수 있고, 추울 때는 몸속의 더운 기운을 차가운 음식으로 식히면 추위를 이겨낼 수 있다고도 한다. 한여름에 뜨거운 삼계탕으로 땀을 흘리면서 더위를 쫓는 것도, 몸 안의 차가운 기운을 덥히고 몸 밖으로는 더위를 물리치는 이치라 하겠다.

세상에는 비슷한 것들은 많아도 똑같은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사람 또한 고유의 유전자를 바탕으로 하는 저마다의 체질을 형성하고 있는 것만 보아도 자신에게 맞는 먹거리가 따로 있을 수밖에 없는데, 어떤 이에게 보신이 되는 음식이 다른 이에게는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복날이라 하여 반드시 비싼 돈을 들여 보양식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가족들이 사이좋게 둘러 앉아 고소한 콩국수와 함께 얼큰한 열무김치를 나눠 먹으면 어떨까·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나누는 음식이야말로 최고의 보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음식은 입으로 먹지만 궁극적으로는 눈을 통하여 마음으로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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