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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순

충청북도청주교육지원청 장학사

지리산의 백미는 바로 종주이다. 50대의 중년 12명이 지리산 종주를 시도했다.

종주를 한 번도 못해본 이, 지리산 종주를 못해본 이들이 대부분이고 지리산 종주 경험자는 필자와 기획 대장 2명이다. 염원은 하고 있었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경우라 이번 기회를 필연으로 삼은 12명은 종주 산행에 부풀어 있었다. 지리산 주능선은 서쪽의 노고단에서 동쪽의 천왕봉까지 무려 25.5Km에 이르며 2박 3일 정도의 일정을 잡아야 넉넉하게 등산을 할 수 있다. 보통 종주는 화엄사에서 노고단-연하천-벽소령-장터목-천왕봉을 지나 대원사 방향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말하나(44.7Km, 약 25시간 소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오른 후 천왕봉을 지나 중산리로 하산하는 코스를 많이 이용한다(33.6Km, 약 19시간 소요). 우리 일행도 후자 일정으로 추진하였다. 첫째날 오후 6시 기차로 구례역 도착후 1박후 다음날 새벽 성삼재에서 세석 대피소까지 12시간 가량 산행후 마지막날 촛대봉 일출 감상, 천왕봉을 거쳐 중산리로 하산하는 일정이었다.

긴장과 설레임으로 짐을 꾸려 조치원역으로 출발하였다. 오랜만에 무궁화호를 타는지라 학창시절로 되돌아 간 기분이었다. 3시간여 즐거운 기차여행을 마감하고 아담한 구례 역에 도착하였다. 섬진강을 끼고 있는 다리를 지나 숙소를 정한 후 내일 일정 안내를 받고 취침으로 들어갔다. 대충 씻고 잠자리에 들었는가 싶은데 룸메이트가 일어나야 한다고 깨워 정신을 차려 준비를 마치고 숙소 입구로 나가니 웬일인가·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고 있었다. 아니, 이걸 어쩌나· 어떻게 만든 기회인데 종주를 포기해야 하나· 만감이 교차하는 순간, 대장님이 결단을 내렸다. 일단 식당가서 식사부터 하고 성삼재 도착후 그때 결정합시다. 대장의 말에 한사람의 거부도 없이 움직였다. 새벽에 먹는 구례의 재첩해장국은 아주 일미였다. 뽀오얀 국물의 따뜻한 재첩국은 쏟아지는 빗줄기에 우울한 마음을 싹 가셔주었다. 일단은 우의를 입고 노고단까지 진행해 보기로 하였다. 캄캄한 산길을 헤드랜턴에 의지하고 비를 맞으며 산을 오르는 일행들은 묵묵히 침묵 속에 앞만 보고 걸었다. 한참을 걷다보니 여명이 밝아오고 노고단 대피소 불빛이 보였다. 점점 빗줄기도 잦아드는 듯했다. 노고단대피소에 도착하니 어제 와서 1박을 한 산행꾼들이 아침 준비를 하고, 산행 준비를 하는 분주한 모습이었다. 우중에 산행을 하겠다고 작정한 사람들이 우리뿐만이 아니라는 생각에 힘이 생겼다. 노고단 정상에 오르니 비는 거의 멈춘 듯 했고 우리들의 열망이 헛되이 되지 않았음에 진심으로 감사드렸다. 비 그친 후 안개 속 산행이라 조망은 멀리 볼 수는 없지만 구름속을 헤쳐 나가는 신기루 같았다. 간간히 빠알갛게 물든 단풍잎과 머얼리 능선을 보여주는 풍광은 지쳐가는 우리들에게 힘을 실어 주었다. 6시간 산행 후 연하천 대피소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고 서둘러 1박 장소인 세석대피소로 향하였다. 오후 6시 이전에 숙소에 접수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발대를 먼저 보냈다. 아직도 6시간을 걸어야 하는 일정에서 12명이 같이 움직인다는 것은 무리였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대원들은 지쳐있었고 날은 어두워져 불안한 분위기였다. 마지막 있는 힘을 다하여 계단을 오르고 암벽을 올라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힘들고 지쳐 포기하고 싶지만 죽음 힘을 다해 정진하는 것이다. 정진홍의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라는 책이 생각난다. '여럿이 함께 가든 혼자 가든 결국에는 자아를 찾아가는 고독한 길이다. 고독은 사람을 숙성시킨다.' 날이 어두워지고 추위가 몰려와 중도 탈락자가 생길까봐 우려했지만 일행 모두 무사히 대피소까지 도착을 했다. 대피소에 도착한 일행의 모습은 너무도 지쳐있었다. 내일 마무리 산행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까 염려되었다. 그러나 다음날 새벽 4시 30분 기상하여 촛대봉 일출을 보기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정신력에 감동하였다. 일출을 보기 위해 오른 촛대봉에 모인 산행꾼들을 위해 햇님도 멋진 모습으로 찬란한 빛을 발하여 주었다. 환호와 함께 희망찬 일출 감상 후 천왕봉을 향하였다. 산은 정상을 쉽게 내어주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면서 천왕봉 정상을 드디어 발을 디뎠다. 정상 표지석 전면에는 「지리산 천왕봉 1,915m, 뒷면에는「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 되다」라고 새겨있었다. 눈부신 파아란 가을 하늘 아래 우뚝 솟아 위엄을 떨치고 있는 천왕봉의 정기를 받으며 한없이 행복해하였다. 일행 중 남긴 소감을 적어본다. '주인은 따로 있겠지만 오늘은 내가 이 산의 임자다. 아무도 손대지 마라. 바람에 구름 가듯이 내 마음 그냥 맡겨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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