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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순

청주 교육지원청 장학사

"따르릉, 따르릉~~"

신년 새해 선물 전화벨이 울렸다.

"내일 가덕도 섬 산행 가요! 한 자리 비어있어요."

한통의 전화를 받는 순간 '주말에 일을 해야 하는데 어쩌지? 금년 새해 산행을 한 번도 못했는데 그냥 갈까?' 하는 갈등이 순식간에 스쳐갔다. 지인이 산을 좋아하는 취미를 알고 한 자리 비어있다고 바쁜 와중에 연락을 준 것이 고마워 이미 내 마음은 가는 쪽으로 기울었다. 새해맞이 산행을 못해 냉가슴을 앓고 있던 중이라 무척이나 고마웠다.

가덕도· 가덕도가 어디지· 궁금증이 밀려왔다. 이제까지 산행을 가자고 지인이 연락을 주면 도시락과 개인 준비물만 챙기고 어디로 가는지, 그 곳의 특징은 무엇인지 관심 갖고 검색해 볼 새도 없이 전날 밤까지 야근하고 새벽에 허겁지겁 짐 챙겨 따라가곤 했다. 그 덕분에 좋아하던 산행을 가끔이나마 할 수 있어 그 지인을 나는 '행복을 만들어 주는 은인' 이라고 한다. 새벽 일찍 출발하여 산악회에서 준비 해 준 따끈한 떡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자세한 산행안내를 받으며 4시간 동안 아침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며 가덕도에 도착하였다.

가덕도는 섬에서 더덕이 많이 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부산광역시 강서구에 위치한 가덕도는 면적이 20.78㎢, 해안선길이 36㎞로 1천400세대에 3천여 명의 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부산광역시에서 가장 큰 섬으로 섬 전역이 산지로 이루어져 있다. 총가구의 50% 정도가 어업에 종사하며 유자, 콩, 양파, 마늘 등 농산물 재배도 한다. 특히 이곳에서 생산되는 양파는 저장성이 높고 맛이 좋단다.

가덕도 들머리에 도착하니 따뜻한 봄바람이 온몸으로 스쳐왔다. 같은 대한민국 땅에서 이렇게 기온차가 클까· 청주에서는 곳곳에 빙판으로 넘어질까 아슬아슬, 산언덕엔 하얀 눈, 동장군으로 호호 입김 불며 지내다가 따뜻한 봄기운과 보송보송한 흙을 밟으니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와아~봄이다!' 가슴 속 깊이 심호흡으로 봄기운을 느끼며 마을로 접어들었다. 좁은 골목길을 지나며 느껴지는 마을 향기가 정말 정스럽고 소박해 보였다. 텃밭 같은 규모의 밭자락에 20cm 가량 자란 마늘 새싹, 금방 꽃망울을 터트릴 것 같은 동백꽃나무, 1월 평균기온이 1도인 가덕도라 봄이 빨리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마을길 따라 산행을 시작했다. 섬 산행의 매력은 정상에 올라 능선을 타는 내내 사방에 탁 트인 바다 경치가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해주고, 바다를 지키는 위풍당당한 바위들은 산행객들을 더욱 빠져들게 한다. 멀리 보이는 부산 앞바다, 풀등섬, 을숙도 몰운대 등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고 잔잔한 쪽빛바다 한가운데서 시원하게 달리는 고깃배는 한 폭의 그림이었다.

하산 후에 '가덕 갈맷길'의 해안산책로는 표지판에 갈매기가 날아가는 그림과 함께 있어 해안길 이름이 무척이나 정겹고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동쪽 해안의 비경과 바다를 바라보며 걸으니 한해의 시름을 파도가 다 씻어 주었다. 갈맷길을 돌아 마을 어귀에 그물을 손질하시는 어부의 모습은 포근한 가덕도에서만 볼 수 있는 평온 그 자체였다. 긴 그물을 한 올 한 올 살펴보며 끊어진 곳을 찾아 손질하는 작업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겠지만, 항상 시간에 쫓기며 지내는 나에게는 편안한 모습으로 세월을 낚는 것 같아 무척 평온해 보였다.

"아저씨, 이 그물로 무슨 물고기를 많이 잡으세요?"

"여러 가지 다 잡습니다. 숭어, 대구, 청어…"

대구·가덕도에 대구가 유명하다. 입이 커 대구(大口)라고 이름 붙여진 대구는 동국여지승람에 경상도 웅천현 가덕도의 특산물은 '대구'라고 되어 있고, 임금님에게 진상되었을 정도로 유명하다. 가덕대구가 전국적으로 유명한 것은 대구의 노란 줄무늬나 점들이 더욱 선명하고 가덕도 앞바다의 거친 물살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해서 대구의 육질이 좀 더 단단하고 맛이 담백하며 감칠맛이 있다 한다. 일행들과 시원한 가덕대구탕으로 아름다운 가덕도의 봄 산행과 갈맷길 산책으로 행복한 하루를 더욱 풍성하게 하였다. 자연이 무한대로 베풀어주는 행복은 받아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 자연의 위대함에 낮은 인간이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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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