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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희순

충청북도청주교육지원 장학사

해마다 2월 중순이면 교육계의 정기 인사 발령으로 한바탕 술렁인다.

벌써 3월 중순, 인사발령의 술렁임을 잊고 새 학기 추진에 여념이 없을 시기이나 이번 인사 발령에는 유난히 아는 선배님들이 많이 눈에 띄어 잠시 되짚어 보았다.

'어머, 선배님이 벌써 정년을… 아니, 선배님은 아직도 더 하셔야 하는데 왜 명퇴를…'

발령통지서에 낯익은 선배님 성함을 보고 가슴 떨림과 작별의 아쉬움으로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아직도 교육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고 저희 후배들이 아직도 배울게 많이 남았는데 벌써 정년이라니 법적인 정년이 무척이나 야속하기만 하다.

부푼 꿈을 안고 교직에 들어서서 40여년간 후진 양성에 혼신을 다하시고 건강하게 정년을 맞이하신 선배님께 한없는 영광의 축배를 바친다. 교직처럼 오로지 외길인생으로 40여년간 봉직하는 직장은 흔치 않다. 대부분 사람들은 취업하여 더 좋은 조건을 위하여 移職을 하기도 하지만 우리 선배님들은 오직 이 길이 천직이려니 생각하셨다. 제자들이 있어서 외롭지 않고 허하지 않으며 제자들의 성장이 보람으로 가족의 행복보다 더 소중히 챙기신 선배님, 영광스러운 정년을 맞이한 그 길에도 동료들에게, 후배들에게 누가 될까봐 말없이 조용히 떠나시는 선배님.

해마다 3월 신학기에 새 학년 담임을 배정 받아 1년 동안 심혈을 기울여 상급학년으로 올려 보내고 남은 가슴 한구석에 뻥 뚫린 구멍이 얼마나 많을까· 초롱초롱 눈망울마다 같은 사랑을 주었건만 항상 부족하다고 투정하던 불평들 가슴속으로 삭히며 새겨진 시퍼런 멍이 얼마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묵묵히 교직의 길을 밝히시던 무명의 교사들.

전투를 이기는 것은 위대한 장군이로되

전쟁에 승리를 가져 오는 것은 무명의 병사로다.

새로운 교육제도를 만드는 것은 이름 높은 교육자로되

젊은이를 올바르게 이끄는 것은 무명의 교사로다.(헨리 반 다이크, "무명교사 예찬" 중에서)

존경하는 선배님들, 저희 후배들은 선배님들께서 교단에 아낌없이 쏟으신 열정을 보았습니다. 칠판과 분필 하나로 60여명의 제자들에게 배움의 열정을 불어넣고자 땀 흘리시던 모습도 보았습니다. 삐걱대는 교실에서 풍금으로 꿈과 사랑을 키워주시고, 추운 겨울이면 눈이 들어가 젖은 신발을 난롯불에 말려 주시고, 도시락 데워 주시며 사랑을 채워주시는 선배님의 제자 사랑을 보았습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안도현, 너에게 묻는다.)

진정 선배님은 제자를 위한 활활 타는 뜨거운 연탄불이었습니다. 선배님께서 그동안 교단에 쏟으신 열정과 헌신으로 지금의 교단은 참으로 눈부시게 달라졌습니다. 분필 대신 컴퓨터와 프로젝션 TV, 삐걱대던 의자와 책상 대신 스마트용 책상과 의자에 e-book, 사이버 가정학습, 오케스트라 연주 기반…

선배님의 공은 교직 발전에 참으로 위대한 금자탑을 쌓으셨습니다. 지나온 인생에 자긍심과 당당함으로 제2의 인생에 첫출발을 힘차게 하시기 바랍니다.

이제 교직에 대한 무거운 모든 것을 내려놓으시고 선배님을 위한 인생을 사시길 빕니다. 아직도 못 다한 교직에 대한 미련이랑 훌훌 벗으시고 행복이 충만한 생활하시길 바랍니다. 교직이라 맘 놓고 하지 못하고 가슴에 꼭 싸매 두었던 보따리 풀어서 하나씩 하나씩 이루며 제2의 인생의 꿈을 펼쳐 가시길 빕니다.

선배님 , 사랑하고 존경합니다. 안녕히 가세요.

퇴직을 앞둔 선배님의 시 한 구절이 가슴을 적신다.

바람 멈출 수 없으니

흔들리는 나무로 서 있을까

뫼를 잡을 수 없으니

흘러가는 구름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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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일보가 만난 사람들 - 단양교육지원청 김진수 교육장

[충북일보] 몇 년동안 몰아친 코로나19는 우리 나라 전반에 걸처 많은 염려를 낳았으며 이러한 염려는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실제로 학력의 위기를 가져왔다. 학력의 저하라는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교육을 통해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단양지역은 인구 3만여 명의 충북의 동북단 소외지역이지만 코로나19 발 위기 상황에서도 잘 대처해왔고 정성을 다하는 학교 지원으로 만족도도 최상위에 있다. 지난 9월 1일 자로 단양지역의 교육 발전에 솔선수범한 김진수 교육장이 취임하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고 있다. 취임 한 달을 맞은 김진수 교육장으로부터 교육철학과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과 단양교육의 발전 과제에 대해 들어 본다. ◇취임 한 달을 맞았다, 그동안 소감은. "사자성어에 '수도선부(水到船浮)'라는 말이 있다. 주희의 시에 한 구절로 강에 물이 차오르니 큰 배도 가볍게 떠올랐다는 것으로 물이 차오르면 배가 저절로 뜨더라는 말로 아무리 어렵던 일도 조건이 갖춰지면 쉽게 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다. 교육장에 부임해 교육지원청에서 한 달을 지내며 교육장의 자리가 얼마나 막중하고 어려운 자리인가를 느끼는 시간이었다. 이렇게 어렵고 바쁜 것이 '아직